한국 남자 수영 단거리 간판 황선우가 28일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200m 예선 4조에 출전, 1분46초13의 기록으로 터치 패드를 찍었다. 전체 4위에 이름을 올리며 여유 있게 이 종목 준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지난 27일 자유형 400m 동메달을 목에 걸었던 중장거리 간판 김우민도 자유형 200m 예선 2조에 출전해 전체 12위로 황선우와 동반 4강 무대를 밟게 됐다. 한국 수영 경영 종목 역사상 최초로 올림픽 본선 준결승에 동반 진출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엑스포츠뉴스 프랑스 파리, 김지수 기자) 한국 남자 수영 단거리 간판 황선우(22·강원도청)가 생애 첫 올림픽 메달을 향한 순조로운 첫발을 뗐다.
절친한 선배 김우민(23)과 함께 2024 파리 올림픽 자유형 200m 준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그는 '수영 괴물'로 불리는 다비드 포포비치(루마니아)와 함께 달리며 자신감을 얻었다. '할 수 있다'를 외쳤다.
황선우는 28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자유형 200m 예선 4조에 출전, 1분46초13의 기록으로 터치 패드를 찍었다.
황선우의 자유형 200m 예선 기록은 4조 3위, 전체 출전 선수 25명 중 4위다. 상위 16명까지 주어지는 준결승 티켓을 여유 있게 손에 넣고 한국시간 29일 오전 3시46분에 열리는 준결승을 준비하게 됐다. 준결승에서 8명 안에 들어아 30일 오전 3시30분에 시작되는 결승 무대를 밟는다.
황선우는 자유형 200m 예선 종료 후 믹스트존(공동 취재 구역) 인터뷰에서 "일단 도쿄 올림픽 때와는 다르게 오전부터 편안하게 레이스를 했던 것 같다"며 "몸 상태는 나쁘지 않다. 오후에 있는 준결승도 잘 마칠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황선우는 이날 포포비치를 비롯해 루카스 앙보(벨기에), 루크 홉슨(미국), 토마스 테일(호주), 판잔러, 지신지에(이상 중국)와 같은 조에서 경쟁을 펼쳤다.
황선우는 첫 50m에서 24초46으로 스타트를 끊고 가벼운 몸놀림을 보여줬다. 24초17을 기록한 포포비치에 이어 2위에 오르며 선두그룹을 형성했다. 100m 구간까지 51초61로 2위를 지키면서 좋은 페이스를 이어갔다.
황선우는 100~150m까지 1분19초04를 찍었다. 1분18초40을 기록한 포포비치 뒤를 바짝 쫓았다. 마지막 150~200m 구간에서는 앙보에 역전을 허용, 4조 3위로 밀려나기는 했지만 페이스 조절 차원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전날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3위에 올라 한국 수영 사상 올림픽 두 번째 메달 주인공이 된 중장거리 간판 김우민도 자유형 200m 예선을 통과, 황선우와 함께 준결승에 함께 올랐다.
황선우는 "어제 (김) 우민이 형이 자유형 400m에서 굉장히 잘했다. 동메달이라는 좋은 성과를 가져와서 수영 대표팀 사기가 크게 올라갔다"며 "나도 우민이 형의 기운을 받아 좋은 성적으로 자유형 200m를 마무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한국 선수가 수영에서 같은 종목 동반 준결승 진출이 처음인데 이 자리에 내가 있다는 게 정말 영광스럽다"며 "우민이형이랑 동반 결승 진출까지 이뤄내면 아주 멋진 그림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남자 자유형 200m는 황선우의 주 종목이다. 그는 2022 부다페스트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은메달, 2023 후쿠오카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동메달을 목에 걸고 월드클래스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더니 지난 2월 2024 도하 대회에서 꿈에 그리던 세계수영선수권 금메달을 따내고 월드클래스로 우뚝 섰다.
황선우는 3년 전 도쿄 올림픽에서 아쉬움을 잊지 않고 있다. 고교생이었던 그는 18세의 나이로 처음 밟은 올림픽 무대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우선 먼저 열린 자유형 200m 예선에서 1분44초62로 한국 신기록과 세계 주니어 신기록을 동시에 수립, 예선 전체 1위로 준결승에 진출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황선우는 자유형 200m 준결승도 가뿐히 통과했다. 1분45초53의 기록으로 터치 패드를 찍고 전체 6위로 결승에 올랐다. 예선에서 보여준 퍼포먼스와 컨디션만 재현할 수 있다면 충분히 시상대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황선우는 도쿄 올림픽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서도 150m 구간까지 출전 선수 중 1위를 달렸다. 박태환 이후 두 번째 한국 수영 메달리스트가 탄생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황선우는 잔여 50m 구간에서 급격하게 페이스가 떨어졌다. 경험이 적다 보니 오버페이스를 한 셈이다. 메이저 국제 대회 경험 부족을 절감하면서 아쉽게 3년 뒤 파리 올림픽을 기약했다.
황선우는 지난 3년 동안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예선, 준결승, 결승 전략을 다르게 갖고 가려고 한다. 예선은 전체 25명의 선수 중 16위까지 통과가 가능한 만큼 전력을 쏟지 않았다.
황선우는 "자유형 200m 예선은 널널한 게 사실이다. 다만 준결승은 (1분) 44초대 기록을 가지고 있는 선수가 8명이나 되는 걸로 알고 있다"며 "준결승을 결승처럼 생각해야 할 것 같다"며 준결승에선 에너지를 많이 쏟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페이스를) 100%는 아니더라도 98~99%까지 끌어올려야 무난하게 결승에 갈 것 같다"고 각오를 전했다.
황선우가 파리 올림픽 자유형 200m 메달을 손에 넣기 위해서는 결국 포포비치라는 괴물과의 승부가 불가피하다. 포포비치는 예선을 전체 1위로 통과하면서 우승후보의 면모를 확실하게 뽐냈다.
포포비치는 올해 세계랭킹 1위다. 그는 지난달 22일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2024 유럽선수권 남자 자유형 200m에서 1분43초13으로 터치패드를 찍어 정상에 올랐다. 특히 단거리 강국 영국 선수들이 파리 올림픽 준비를 위해 참가하지 않았음에도 포포비치는 페이스를 잃지 않고 아주 좋은 기록을 수립했다. 수영 전문 매거진 '스윔스왬'에 따르면 이번 기록은 역대 수영 남자 자유형 200m 레이스 기록 중 5번째에 해당한다.
수영계에선 포포비치가 올림픽에서 제대로 물살을 가를 경우, 폴 비더만(독일)이 2009 로마 세계수영선수권에서 전신수영복을 입고 기록한 뒤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는 세계기록 1분42초00도 무너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황선우도 지난달 인터뷰에서 "포포비치가 유럽선수권에서 세운 1분43초대 기록은 내게 엄청난 자극이 되는 것 같다"며 "지금 1분44초대를 보고 있는데 1초 이상 빠르게 나왔다. 1초라는 것은 엄청난 차이다. 일단 포포비치가 1분43초대를 끊었기 때문에 파리 올림픽에서 많은 선수들이 1분43초대를 욕심낼 것 같다"며 자신도 이 기록에 진입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런 만큼 황선우도 파리 올림픽 예선을 포포비치와 같은 조에서 치르면서 포포비치의 현재 컨디션과 경기력, 몸 상태를 체크할 수 있었다. 포포비치가 강한 상대라는 건 분명하지만 황선우는 충분히 맞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황선우는 "예선에서 옆 레인에 포포비치를 어느 정도 보면서 레이스를 했는데 이 선수가 굉장히 가볍게 잘 역영했다"며 "나도 몸 상태가 괜찮아 컨디션 관리가 중요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민이 형이 전날 시상식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온 뒤 동메달을 보여줬는데 정말 영롱하더라. 나도 포디움에 오르고 싶은 마음이 더욱 더 커졌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오늘과 내일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황선우와 김우민은 준결승 1조에서 함께 레이스를 펼친다. 황선우가 5레인, 김우민은 7레인에 배치됐다.
1레인 이스라엘의 데니스 로크테브, 2레인 독일의 루카스 마르텐스, 3레인 영국의 매튜 리쳐즈, 4레인 리투이니아 다나스 랍시스, 6레인 미국의 루크 홉슨, 8레인 이탈리아의 필리포 메그리가 황선우, 김우민과 결승 진출을 놓고 다툰다.
사진=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