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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의 맛? 단체전보다 덜하네요"...한국 '첫金' 오상욱, 2관왕 욕심 안 숨겼다 [파리 인터뷰]

기사입력 2024.07.28 08:15 / 기사수정 2024.07.28 08:30



(엑스포츠뉴스 프랑스 파리, 김지수 기자) 오상욱이 파리 하늘에 처음으로 애국가를 울려 퍼지게 만들었다. 한국 팩싱에 4회 연속 올림픽 금메달을 견인하고 그랜드 슬램의 위업까지 달성했다.

오상욱은 28일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 결승전에서 튀니지의 파레스 페르자니를 15-11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오상욱은 지난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사브르 남자 단체전 금메달에 이어 3년 후 파리에서 개인전 금메달까지 거머쥐면서 대한민국 펜싱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 

오상욱은 아울러 이번 대회 금메달로 '펜싱 그랜드슬램' 달성하는 역사까지 썼다. 세계선수권대회와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 등 다른 메이저대회에서 남자 사브르 개인전 금메달을 이미 따냈고, 올림픽 우승으로 마지막 점을 찍었다.



대한민국 선수단은 이날 오전 10m 공기소총 혼성 종목에서 호흡을 맞춘 박하준(KT)-금지현(경기도청)의 은메달을 시작으로 남자 수영 자유형 400m 김우민의 동메달, 오상욱의 금메달까지 3개의 메달을 수확했다. 오상욱은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긴 주인공이 됐다.

오상욱은 시상식을 마친 뒤 믹스트존(공동 취재 구역) 인터뷰에서 "너무 기쁘다. 그런데 쉬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단체전까지 금메달을 따고 편히 쉬겠다"며 "한국 선수단의 첫 금메달이라는 건 결승전을 마친 뒤 얘기를 들었는데 그래서 더 의미가 있는 것 같고 개인적으로도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금메달이 내게는 아주 큰 영광을 안겨주는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오상욱은 1997년생으로 국제펜싱연맹(FIE) 세계랭킹 4위인 상태에서 파리 올림픽에 참가했다. 세계랭킹 1위 이집트의 지아드 엘시시가 준결승에서 페르자니에 패하고, 2위 조지아의 산드로 바자제가 16강, 3위 미국의 엘리 더시위츠가 32강에서 탈락하는 등 이변이 속출했지만 오상욱은 올림픽 챔피언의 자리에 올랐다.



오상욱은 이날 사브르 개인전 첫 경기에서 니제르의 에반 지로를 15-8로 격파하고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16강에서는 이란의 복병 알리 파크다만을 15-10으로 제압하고 기세를 이어갔다.

가장 큰 고비였던 8강에서는 캐나다의 파레스 아르파를 접전 끝에 15-13으로 제압하면서 준결승에 안착했다. 오상욱은 당초 프랑스의 볼라데 아티피와 16강에서 맞붙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아르파가 이변을 일으켰다. 플레이 스타일을 잘 알지 못하는 상대를 토너먼트 단판 승부에서 맞닥뜨리는 건 부담이 컸다.

오상욱은 "캐나다 선수와 8강전이 가장 고비였다. 예상하지 못했던 선수였기 때문에 정말 데이터가 하나도 없었다"며 "좋지 않은 생각도 계속 들었는데 경기 중에 코치님께서 내 멘탈을 많이 잡아줬다"고 돌아봤다.



오상욱은 준결승에서도 혈투를 벌였다. 도쿄 올림픽 개인전 은메달리스트 이탈리아의 루이지 사멜레에 4강 초반 0-3으로 끌려가면서 고전했다. 하지만 상대 템포를 빼앗는 오상욱의  공격이 살아나면서 서서히 주도권을 가져왔고 스코어 15-5의 압승을 따냈다.

오상욱은 결승전에서도 웃었다. 32강에서 대표팀 선배 구본길을 탈락시켰던 페르자니에게 대신 복수에 나섰다. 페르자니는 준결승에서 세계 1위 엘시시를 잡았지만 오상욱을 넘지 못했다. 

오상욱은 장기인 빠른 발과 민첩한 몸놀림을 바탕으로 페르자니에게 공세를 퍼부었다. 14-6까지 점수 차를 벌리면서 일찌감치 승기를 굳혔다. 페르자니가 쉽게 물러서지 않고 마지막까지 오상욱을 괴롭혔지만 대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오상욱은 도쿄 올림픽 남자 사브르 개인전 8강에서 바자제에 13-15로 무릎을 꿇으면서 메달과 인연을 맺지 못했던 아쉬움을 파리에서 '금빛'으로 풀어냈다. 대표팀 동료 박상원과 구본길이 각각 16강, 32강에서 탈락한 아픔을 대신 풀어줬다. 



2000 시드니 올림픽 남자 플뢰레 김영호, 2012 런던 올림픽 여자 사브르 김지연,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 에페 박상영에 이어 한국 펜싱 사상 역대 네 번째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오상욱은 "(금메달까지) 마지막 1점을 남겨 놓고 쫓기면서 온몸에 땀이 엄청났다. 그만큼 긴장도 됐고 '설마 여기서 따라잡히겠어?'라는 안 좋은 생각도 들었다"며 "코치님이 '너는 할 수 있다'고 말씀해 주신 게 큰 힘이 됐다"고 돌아봤다. 

3년 전 도쿄에서 손에 넣었던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과 이번 개인전 금메달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는 단체전 우승의 기쁨이 더 크다는 답변을 내놨다.



오상욱은 "개인전 금메달이 뭔가 기분이 좋은 게 덜한 것 같다. 단체전은 선수들과 함께 어려운 상황을 함께 이겨내고 다른 사람이 못한 걸 서로 메워주는 그런 맛이 있다"며 "개인전은 그냥 홀로서기여서 그런지 조금 더 맛이 없다는 표현을 하고 싶다"고 재치 있게 말했다.

또 "도쿄 올림픽 때는 코로나19에 감염돼 운동을 많이 하지 못한 상태로 출전해서 불안한 마음이 컸었다"며 "이번 파리 대회는 주위에서 내게 '잘한다 잘한다' 계속 말해주셔서 내가 진짜 잘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임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제 오상욱의 목표는 올림픽 2관왕이다. 3년 전 도쿄 대회에 이어 또 한 번 사브르 단체전 우승을 겨냥한다. 한국 펜싱은 4회 연속 사브르 단체전 역사 창조에 도전한다.

오상욱은 "코치님께서 결과는 정해져 있으니 그냥 열심히만 하라고 하신다"며 "이어지는 단체전에서도 똑같은 마음으로 해보겠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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