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9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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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 만루 무실점, '성재헌' 없었다면…"믿음 주는 투수 되는 것, 유일한 소원" [현장 인터뷰]

기사입력 2024.07.25 06:46 / 기사수정 2024.07.25 06:46

KT 위즈 구원투수 성재헌이 24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홈경기에서 호투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수원, 최원영 기자
KT 위즈 구원투수 성재헌이 24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홈경기에서 호투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수원, 최원영 기자


(엑스포츠뉴스 수원, 최원영 기자) 승부처에서 가장 빛났다.

"와~승리의 일등 공신", "진짜 덕분에 이겼다", "오늘의 MVP." 경기 종료 후 코치진과 스태프, 선수들이 저마다 이 선수에게 한마디씩 칭찬을 건넸다. 주인공은 KT 위즈 좌완투수 성재헌이다.

KT는 24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SSG 랜더스와의 홈경기에서 5-3 승리를 장식했다. 7위에서 공동 5위로 점프했다. 올해 5위에 오른 것은 처음이며 시즌 최고 순위다.

최대 고비는 6회초였다.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 고장으로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 무사 1, 2루 기예르모 에레디아의 타석. 볼카운트 0-1서 2구째에 ABS 수신 실패로 주심이 규정에 따라 자체 판정에 나섰고 '스트라이크'를 선언했다. 그러자 이숭용 SSG 감독이 항의했다. ABS 태블릿 PC에 해당 공이 '볼'로 찍혔기 때문. 결국 심판진은 다시 '볼'로 판정을 바꿨다.

이번엔 이강철 KT 감독이 어필했다. 이미 주심이 '스트라이크'를 결정한 상황에서 판정을 정정했기 때문. 그러나 2구째는 결국 '볼'이 됐고 볼카운트 1-1로 이어졌다.

KT 선발투수 윌리엄 쿠에바스는 소동 끝 3구째를 던졌다. 에레디아의 손목에 맞았다. 몸에 맞는 볼로 무사 만루가 됐다. 이강철 감독은 직접 마운드에 올라 쿠에바스와 대화를 나눈 뒤 투수를 교체했다.

KT 위즈 구원투수 성재헌이 24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홈경기에 구원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KT 위즈 제공
KT 위즈 구원투수 성재헌이 24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홈경기에 구원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KT 위즈 제공


실점을 최소화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 성재헌이 마운드에 올랐다. 좌투수로서 좌타자 2명을 맡았다. 먼저 한유섬에게 1루 땅볼을 유도했다. 1루수 문상철이 홈에 송구해 추신수를 포스아웃시켰다. 성재헌은 후속 박성한과의 승부서도 1루 땅볼을 끌어냈다. 이번에도 문상철이 홈으로 공을 연결해 최정을 포스아웃으로 돌려세웠다. 성재헌의 임무는 거기까지였다. 무사 만루를 2사 만루로 만든 뒤 투구를 마쳤다.

김민수가 구원 등판해 고명준의 대타 이지영을 1루 땅볼로 막아냈다. KT는 무사 만루 위기를 '무실점'으로 넘겼다. 성재헌이 손쉽게 2아웃을 만들고 흐름을 지킨 덕분이었다.

경기 후 성재헌은 "최정 선배가 나올 때부터 몸을 풀었던 것 같다. 올해 무사 만루 등판은 처음이다"며 "사실 내가 등판할 줄 몰랐다. (김)민수 형과 같이 몸을 풀고 있었는데 당연히 형이 먼저 나갈 것이라 예상했다. 근데 나를 부르셔서 '내가 나간다고?' 하면서 등판했다"고 돌아봤다.

성재헌은 "마운드에 올라갔을 때 감독님께서 공을 갖고 계셨다. '그냥 주자 없다고 생각해라. 한 타자, 한 타자 잡는다고 여겨라'라고 말씀해 주셨다. 덕분에 조금 편해졌다"며 "심장이 터질 것 같진 않았지만 그래도 많이 떨렸다. 포수 (강)현우를 믿고 던졌다. (2군 훈련지인) 익산에서 호흡을 많이 맞춰봐 현우가 사인 내는 대로, 거기에 던지려고만 했다"고 설명했다.

KT 위즈 구원투수 성재헌이 정규시즌 경기에 등판해 투구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KT 위즈 구원투수 성재헌이 정규시즌 경기에 등판해 투구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한유섬과 승부서 1아웃을 만든 뒤에도 긴장을 놓지 않았다. 성재헌은 "지난번에 인천 원정 갔을 때(6월 26일) 박성한 선수에게 2루타를 맞았다. 그래서 1아웃 후 '여기가 진짜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들뜨지 않으려 노력했다"며 "2아웃이 됐을 땐 정말 기뻤다. 마운드에서 내려올 때 포효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닝 도중 투수가 바뀌는 상황이고 선배들도 계셔서 속으로만 '와, 내가 이걸 막다니!'라고 외쳤다"고 미소 지었다.

투구를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향할 때, KT 팬들이 큰 목소리로 성재헌의 이름을 연호했다. 성재헌은 "관중분들이 이름을 불러주시는데 너무 벅찼다. 사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상기된 마음이 잘 가라앉지 않았다"며 "잘했다고 격려해 준 팀원들에게도 정말 고마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터뷰 도중 계속해서 쏟아지는 칭찬에 성재헌은 한결같이 "감사합니다. 근데 저 오늘(24일) 몇 개 안 던졌는데"라며 수줍게 답했다. 성재헌은 이날 투구 수 7개를 기록했다. 한 구, 한 구가 무척 값졌다.

자신감을 충전하는 계기가 됐다. 성재헌은 "더 잘해 팀의 신임을 얻고 싶은 마음이 크다. 믿고 쓸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투수가 된다면 정말 소원이 없을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그런 투수가 되고 있다.


사진=수원, 최원영 기자 / 엑스포츠뉴스 DB / KT 위즈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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