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 내야수 김상수가 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원정경기에서 활약한 뒤 인터뷰를 마치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고척, 최원영 기자
(엑스포츠뉴스 고척, 최원영 기자) 오직 '팀'뿐이다.
KT 위즈 김상수는 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원정경기에 3번 타자 겸 2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타석에선 3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으로 활약했고 안정적인 수비까지 보탰다. 팀의 9-2 승리와 4연승, 위닝시리즈에 기여했다.
'2루수'로 출전한 것이 눈에 띄었다. 과거 삼성 라이온즈 소속이던 2022년 10월 1일 대구 두산 베어스전 이후 654일 만에 2루수로 선발 출장했다.
2009년부터 2022년까지 삼성에서 원 팀 맨으로 뛰었던 김상수는 본래 유격수였다. 2019년부터 주로 2루수로 나섰다. 전환점을 맞이했다. 2022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FA) 자격을 재취득해 KT로 이적했다. 4년 총액 29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KT에선 다시 유격수로 자리를 굳혔다. 지난해부터 풀타임 주전으로 경기를 소화했다.
변수가 생겼다. KT의 기존 주전 유격수였던 심우준이 지난 15일 국군체육부대(상무 야구단)에서 복무를 마치고 제대했다. 최근 경기력이 좋은 김상수가 주전 자리를 지켰다. 그런데 2루수 오윤석이 17일 왼쪽 내전근 불편감으로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2루에 공백이 생기자 이강철 KT 감독은 김상수를 2루에, 심우준을 유격수에 배치해 선발 라인업을 구성했다.
17일 키움전 승리 후 만난 김상수는 "감독님, (김태균) 수석코치님과 이야기를 나눴다. (심)우준이가 나보다 발이 빨라 수비 범위가 넓은 편이고, 우준이는 2루를 본 적이 없을 것이라 말씀해 주셨다"며 "나도 바로 수긍했다. 2루수로 나가겠다고 말씀드렸다"고 운을 띄웠다.
김상수는 "사실 KT와 계약하면서 (2루수 출전에 대해) 어느 정도 생각했다. 여러 포지션을 하면 내게도 유리할 것이라 여겼다"며 "팀에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었다. 2루수든 유격수든 훈련할 때 준비만 잘한다면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 봤다. 2루수로 풀타임도 뛰어봤기 때문에 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힘줘 말했다.
KT 위즈 내야수 김상수가 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원정경기에서 3루타를 친 뒤 질주하고 있다. 고척, 김한준 기자
이어 "한 포지션에서만 뛰기보다는,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면 경기에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이 생길 것이라 생각했다. 수비 위치에는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며 "글러브도 같은 것을 쓴다. 난 그저 아프지 않고 많은 경기에 출전하고 싶다"고 미소 지었다.
2루 훈련은 언제부터 했을까. 김상수는 "많이 하지는 않았다. 한 달 전부터 조금씩 2루에서도 펑고를 받긴 했다. 한 달 동안 두세 번 정도 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타격에서의 존재감도 무척 커졌다. 3월 8경기서 타율 0.154(26타수 4안타) 3타점에 그쳤다. 5월 3일엔 대퇴 이두 미세 손상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5월 26일 1군에 복귀했다. 6월부터 제대로 시동을 걸었다. 26경기서 타율 0.296(81타수 24안타) 1홈런 8타점을 선보였다. 7월 들어서는 훨씬 매서워졌다. 9경기서 타율 0.367(30타수 11안타) 1홈런 7타점을 자랑했다.
시즌 성적도 수직 상승했다. 6월 초까지 0.227에 머물렀던 타율을 0.272(232타수 63안타)까지 끌어올렸다. 4홈런 33타점을 보탰다.
김상수는 "원래 초구나 유리한 볼카운트에 공을 지켜보는 플레이를 많이 했다. 떨어지는 공에 헛스윙을 안 하려 했다. 어릴 때부터 그렇게 야구했던 것 같다"며 "그런데 올 시즌 초반 타율이 너무 안 좋아 '이럴 때일수록 더 과감하게 방망이를 돌려보자'고 생각을 바꿨다. 그때부터 오히려 결과가 잘 나오는 것 같다. 생각의 전환이 좋은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요즘엔 타석에 더 편하게 들어간다. 방망이가 잘 맞고 있으니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타석에 임하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타순에도 변화가 생겼다. 올해 주로 9번 타자로 나섰지만 최근엔 5번, 3번 등 중심타선에 기용되고 있다. 김상수는 "타순은 감독님께서 결정하시는 것이다. 장난삼아 타격코치님께 '아~타순으로 장난치지 않으셨으면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며 웃은 뒤 "어디서든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면, 하위 타순이든 상위 타순이든 큰 의미는 없다고 본다. 찬스가 왔을 때 타점을 올리고, 그렇게 팀이 승리한다면 기쁠 것 같다"고 전했다.
KT 위즈 내야수 김상수가 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원정경기에서 승리한 뒤 코칭스태프와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고척, 김한준 기자
사진=고척, 김한준 최원영 기자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