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준형 기자) 이탈리아 AC 밀란으로 이적이 유력해 보였던 토트넘 홋스퍼 풀백 에메르송 로얄의 이적에 제동이 걸렸다. 토트넘이 싼 가격에는 그를 팔지 않고 잔류시키겠다는 태도를 보여서다.
영국 'BBC'는 5일(한국시간) "AC 밀란이 에메르송 로얄에 관심이 있지만 토트넘은 이 수비수에 대한 싼 가격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며 "AC 밀란은 그를 약 1000만 파운드(약 176억원)에 영입하고자 했지만 토트넘은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구단이 나오지 않는 한 그를 붙잡을 것"이라고 전했다.
에메르송의 이적은 사실상 확정된 듯했다. 이번 여름 시작부터 밀란이 그를 관심 있게 지켜봤고 유력 기자들의 보도도 쏟아졌다.
이탈리아 출신의 이적시장 전문기자 니콜로 스키라는 지난 4일 SNS를 통해 "에메르송이 밀란과 2029년까지 뛰는 내용의 계약에 개인 합의했다"며 "연봉은 200만 유로(약 29억원)이며 밀란과 토트넘은 이적료 부분에서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트넘의 입장도 확고했다. 토트넘은 이번 여름 에메르송을 팔고 다른 풀백을 영입할 생각이었다. 토트넘의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그의 판매를 승인했다.
지난해 여름 토트넘의 감독으로 부임한 포스테코글루는 에메르송을 주전으로 기용하지 않았다. 그는 오른쪽 풀백으로 2022-23시즌 임대로 토트넘에 합류한 페드로 포로를 기용했다. 에메르송은 벤치에서 시즌을 시작해야 했다.
에메르송을 밀어낸 포로의 활약은 대단했다. 포로는 프리미어리그 첫 시즌에는 공격에만 장점이 있는 선수였으나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지도 아래 수비력을 보완했다. 그는 리그 35경기에 출전해 3골과 7개의 도움을 기록하며 프리미어리그 정상급 풀백으로 도약했다. 에메르송의 뛸 자리는 점점 더 줄었다.
토트넘 이적 후 에메르송에게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에메르송은 2021년 여름 바르셀로나를 떠나 토트넘을 이적해 두 시즌 동안 주전 오른쪽 풀백으로 활약했다. 당시 토트넘 감독이었던 안토니오 콘테는 그를 스리백의 센터백으로 기용하기도 했다.
에메르송은 첫 시즌 41경기에 출전했으나 아쉬운 모습이었다. 수비력은 준수했으나 풀백다운 공격력이 나오지 않았다. 두 번째 시즌에는 공격력을 보완해 준수한 풀백으로 거듭났으나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선택은 포로였다.
에메르송은 2023-24시즌 포지션이 정해져 있지 않았다. 수비 어디에나 부상자가 나오면 포스테코글루는 에메르송으로 공백을 메웠다. 그는 오른쪽 풀백은 물론이고 왼쪽 풀백과 심지어는 센터백으로도 출전했다. 주전 센터백인 크리스티안 로메로와 미키 판더펜이 모두 부상으로 빠지자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에메르송과 벤 데이비스를 센터백으로 기용했다.
토트넘이 어려울 때마다 찾는 선수이긴 했으나 활약이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풀백 출신이다 보니 센터백으로서의 한계가 명확히 드러났고 왼쪽 풀백에서도 오른발을 주발로 해 공격에 어려움을 겪었다. 말이 좋아 만능 백업 자원이지 사실상 확고한 포지션이 없는 선수나 마찬가지인 신세로 전락했다.
토트넘은 2023-24시즌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 달린 4위 경쟁을 마지막까지 했으나 애스턴 빌라에 밀려 5위에 그쳤다. 토트넘은 다가오는 시즌 UEFA 유로파리그 진출권을 확보하며 2시즌 만에 유럽 대항전을 나가게 됐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시즌 막판부터 다음 시즌 목표는 리그 우승이라고 밝혔다. 이번 여름 대대적인 선수단 변화도 예고했다. 주전에서 밀린 에메르송과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 등이 판매 1순위로 떠올랐다. 밀란은 저렴한 가격에 멀티 플레이어로 뛸 수 있는 에메르송을 영입하고자 했고 개인 협상까지 마쳤다.
하지만 토트넘의 태도가 바뀌었다. 여러 매체에 따르면 밀란은 에메르송 영입에 1800만 유로(약 269억원) 이상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상은 1000만 파운드였다. 토트넘이 예상한 이적료와 100억 원의 차이가 나다 보니 토트넘으로서도 판매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토트넘의 풀백 영입도 난항을 겪고 있다.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에서 오른쪽과 왼쪽 풀백을 모두 볼 수 있는 벤 존슨을 영입하려고 했으나 프리미어리그 승격을 앞둔 입스위치 타운이 그를 영입했다. 토트넘 유스 출신이 사우샘프턴의 카일 워커-피터스를 원하고 있지만 진전됐다는 소식이 나오지 않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SNS
김준형 기자 junhyong2@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