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네임밸류 갖춘 명장 영입은 힘들게 됐다. 거스 히딩크는 물론 파울루 벤투와 비슷한 급의 감독도 한국에 오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가 차기 축구대표팀 감독 최종 후보군에 오른 외국인 지도자들을 만나기 위해 유럽으로 떠난 가운데, 그가 접촉하는 두 명의 후보가 드러났다. 우루과이 출신 거스 포옛 감독, 독일계 미국인인 다비드 바그너 감독 등이 이 이사가 만나는 지도자들이다.
축구계에 따르면 이 이사는 2일 오전 유럽으로 출국했다. 그는 유럽을 돌면서 포옛 전 그리스 대표팀 감독, 바그너 전 노리치 시티 감독을 만날 예정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 중심으로 국내파와 해외파 등 여러 후보군을 놓고 저울질에 들어갔다. 그러나 정해성 전강위 위원장이 전격 사퇴하면서 국내 감독이 부임할 확률은 거의 사라졌다. 지난 6월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5~6차전을 이끌었던 김도훈 감독은 이미 언론을 통해 대표팀 정식 감독을 맡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홍명보 울산 감독 역시 현재론 현 소속팀 사령탑을 그만 두고 대표팀으로 오기 애매한 상황이다.
결국 포옛 감독과 바그너 감독, 그리고 히딩크가 추천한 그레이엄 아놀드(60) 현 호주 대표팀 감독 등이 최종 후보로 남아 있다.
우루과이 출신 포옛 감독은 현역 시절 레알 사라고사(스페인), 첼시, 토트넘(이상 잉글랜드) 등 빅리그 클럽에서 뛰며 나름대로 이름을 빛냈던 미드필더 출신이다. 감독으론 브라이턴, 선덜랜드(이상 잉글랜드), 아테네(그리스), 상하이 선화(중국) 등에 몸담았다.
특히 포옛 감독은 2013-2014시즌 당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경쟁하던 선덜랜드에서 기성용(서울)을 지도해 국내 팬들에게도 친숙한 이름이다.
그러나 2015년 성적 부진으로 선덜랜드에서 경질된 뒤로는 10년 가까이 내리막을 걷는 중이다. 2022년부터는 그리스 대표팀을 이끌었는데 유로 2024(2024 유럽축구선수권대회) 본선 진출이 실패하면서 계약 만료로 물러났다.
바그너 감독은 독일 출신이지만 미국인 양아버지의 국적을 따라 미국 국가대표팀에서 8경기를 소화한 특이한 이력이 있다. 감독으로는 처음 1군 팀을 맡은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허더즈필드타운에서 2016-2017시즌 구단 창단 후 최초로 프리미어리그 승격을 이뤄내 주목받았다.
허더즈필드를 떠난 뒤에는 독일 샬케(2019~2020), 스위스 영보이스(2021~2022), 잉글랜드 2부 노리치 시티(2023~2024) 등을 지휘했다. 샬케와 영보이스에서는 한 시즌을 채우지 못했다. 노리치시티에서는 1년 4개월간 팀을 이끌다 승격 실패 뒤 경질됐다. 노리치 시티에선 황의조를 지난해 하반기 6개월간 지도하기도 했다.
포옛과 바그너는 유럽에서 나름대로 경력을 착실히 쌓아온 감독이다. 그러나 수준급 대표팀을 지휘해 성공한 경력이 없다는 게 큰 핸디캡이다. 한국대표팀 새 감독은 모의고사도 없이 부임하자마자 오는 9월부터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을 치러야 한다.
포옛과 바그너는 1998 프랑스 월드컵에서 네덜란드 대표팀을 4강에 올려놓아 자신의 명성을 떨치고 2년 뒤 한국 대표팀에 와서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히딩크 감독, 2012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2)에서 포르투갈 4강 진출을 이끈 뒤 2018년 한국에 와서 2022 카타르 월드컵 원정 16강을 일궈낸 벤투 감독과 비교해도 커리어가 떨어진다.
히딩크, 벤투를 제외하더라도 그간 한국 대표팀엔 유로 2000에서 포르투갈 4강을 견인했던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 1996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나이지리아 금메달을 이끈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 네덜란드 명장으로 꼽히는 딕 아드보카트 감독 등이 2000년대 한국 대표팀을 지휘했으나 이젠 그 정도 레벨의 감독도 한국과 인연을 맺기 어려운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