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이토 히로키가 바이에른 뮌헨에 합류해 김민재를 밀어낼 것으로 예상하자 일본 축구계가 대한민국 축구계를 걱정했다.
일본 매체 '야후 재팬' 칼럼니스트 요시자키 에이지뇨는 29일(한국시간) 바이에른 뮌헨의 이토 히로키 영입을 두고 "한국 축구계로서는 긴장될 수밖에 없는 사태이다"라고 보도했다.
뮌헨은 지난 14일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는 슈투트가르트 수비수 이토 히로키를 영입했다"라며 "이토는 2028년 6월 30일까지 뮌헨과 계약을 맺었다"라고 발표했다.
분데스리가 정상급 수비수 이토의 활약에 힘입어 슈투트가르트는 올시즌 리그 2위를 차지해 14년 만에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성공했다. 또 분데스리가 강호 뮌헨을 3위로 끌어 내리면서 2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이토의 활약상을 눈여겨 본 뮌헨은 2023-24시즌 종료 후 곧바로 영입을 추진했다. 협상 내용에 대해 독일 최대 축구전문지 키커는 "이토의 기본 이적료는 2300만 유로(약 341억원)이지만 성과급 보너스 지급 등을 통해 총액이 2800만 유로(약 415억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자국 축구선수가 독일을 넘어 세계 최고의 클럽 중 하나인 뮌헨에 입단했다는 소식에 일본 축구 팬들은 흥분의 도가니에 빠졌다. 이때 요시자키 기자는 이토의 뮌헨 합류로 인해 일본 팬들과 달리 한국 축구 팬들은 긴장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일본 국가대표 이토 히로키의 바이에른 뮌헨 이적은 한국 축구계가 긴장할 수밖에 없는 사태이다"라며 "왜냐하면 뮌헨엔 이미 자국 축구 영웅 김민재가 뛰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토가 왼발잡이 센터백이라는 점뿐만 아니라 김민재는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자리를 잃었고, 출전 기회르 얻은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레알 마드리드전에서 실수를 범하며 실점을 허용해 원흉으로 취급됐다"라고 덧붙였다.
김민재는 지난 4월 독일 뮌헨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바이에른 뮌헨과 레알 마드리드 간의 2023-2024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1차전에서 2실점 모두 관여해 2-2 무승부 원흉으로 지목됐다.
레알의 선제골 상황에서 토니 크로스가 패스 줄 곳을 찾고 있었고, 전방에 위치에 있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가 공을 받기 위해 밑으로 내려가자 김민재도 같이 따라갔다. 이때 감민재가 올라온 걸 확인한 비니시우스는 순간적으로 방향을 전환해 김민재가 비운 공간으로 파고들었다.
크로스도 이를 놓치지 않고 정확하게 패스를 연결했다. 일대일 기회를 잡은 비니시우스가 오른발로 가볍게 밀어넣으며 선제골을 터뜨렸다.
이후 레로이 자네와 해리 케인이 득점을 터트려 경기를 뒤집었지만 김민재가 또다시 성급한 판단으로 두 번째 실점을 허용했다. 후반 36분 김민재는 비니시우스의 패스를 받은 브라질 공격수 호드리구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손을 써서 넘어뜨렸다.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함과 동시에 김민재에게 옐로카드를 꺼내들었다. 비니시우스가 깔끔하게 성공시켜 2-2를 만들었다.
홈에서 열린 1차전에서 비긴 뮌헨은 2차전 원정 경기에서 1-2로 역전패해 레알에 결승행 티켓을 내줬다. 뮌헨이 준결승에서 탈락하면서 1차전 2실점 빌미가 된 김민재에게 향한 혹평은 더욱 거세졌다.
레알전을 포함해 후반기에 부진한 활약을 펼치면서 김민재는 이번 여름 방출 가능성까지 거론됐지만 현재까지 뮌헨은 김민재를 내보내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뮌헨 사령탑에 새로 부임한 뱅상 콤파니 감독이 지휘봉을 잡자마자 새 수비수로 이토를 영입하면서 김민재는 다음 시즌도 후보에서 출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요시자키 기자도 2가지 이유로 한국 축구계가 긴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 축구계가 긴장하는 이유는 2가지"라며 "하나는 2012년 가가와 신지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이다. 이로 인해 자국 축구 영웅 박지성이 QPR로 떠나 유럽 명문에서의 아름다운 스토리를 막을 내리게 됐다"라며 과거의 사례를 거론했다.
그러면서 "여담이지만 가가와 이적은 박지성 이적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라며 박지성이 신입생 가가와에 밀려 맨유를 떠난 건 아니라고 확실하게 못 박았다. 다만 '가가와-박지성' 사례처럼 이토가 합류한 해에 김민재가 뮌헨을 떠나는 사례가 재현될 가능성에 한국 축구계가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 하나는 유럽에서의 한일전 구도이다"라며 "한국 입장에서 보면 '유럽파의 숫자는 일본에 뒤지지만 최상위권 선수는 한국이 더 많다'라는 자부심이 있는데, 이게 무너지는 건 축구 산업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유럽파 숫자만 놓고 비교하면 한국은 일본에 비해 적지만 김민재를 포함해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이강인(PSG) 등 유럽 빅클럽이나 5대리그에서 정상급 선수로 활약 중인 선수들 숫자는 한국도 뒤지지 않았다. 이는 한국 축구 팬들의 자부심이 됐는데 이토가 김민재를 뮌헨 주전 경쟁에서 밀어낼 경우 팬들의 기가 꺾일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또 한국 축구계에도 악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이는 한국 축구산업에 큰 타격을 주는 사태이다"라며 "일본과 마찬가지로 국가대표팀에만 관심이 있는 라이트한 팬층, K리그 팬, 밤에 유럽 리그를 보는 팬으로 분열된 구조 속에서 킬러 콘텐츠인 김민재가 사라지는 건 반드시 피하고 싶은 부분이다"라고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뮌헨 홈페이지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