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로드리고 벤탄쿠르(토트넘 홋스퍼)가 손흥민과 대한민국 사람들을 인종차별하면서 징계 수위가 어느 정도일지 관심이 쏠렸다.
토트넘 소식을 주로 전하는 영국 매체 '스퍼스웹'은 23일(한국시간) "FA는 손흥민에 대한 로드리고 벤탄쿠르의 발언을 조사하고 있으며, 인종차별을 한 혐의로 벤탄쿠르에게 출전 금지와 벌금을 부과할 수도 있다"라고 보도했다.
FA가 문제 삼고 있는 발언은 벤탄쿠르와 우루과이 방송 프로그램인 '포르 라 카미세타(Por la camiseta)' 간의 인터뷰에서 나왔다.
당시 인터뷰 진행자는 벤탄쿠르에게 "네 유니폼은 이미 가지고 있으니 한국인 유니폼을 가져다 줄 수 있나?"라고 물어봤다. 벤탄쿠르가 잘 알고 있는 한국인은 토트넘 동료인 손흥민이기에, 사실상 손흥민 유니폼을 줄 수 있냐는 질문이었다. 벤탄쿠르도 질문을 듣자 "쏘니?"라고 되물었다.
이후 진행자가 "세계 챔피언의 것도 좋다"라고 말하자 벤탄쿠르는 "아니면 쏘니 사촌 거는 어떤가. 어차피 걔네 다 똑같이 생겼잖아"라고 받아치면서 논란을 일으키면서 사과문을 작성해야 했다.
이는 아시아인의 외모가 거의 비슷하다는 명백한 인종차별적인 발언이다. 매체도 "벤탄쿠르는 인터뷰에서 손흥민과 다른 한국인들 얼굴이 다 똑같이 생겼다고 말해 분노를 불러 일으켰다"라고 전했다.
인종차별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프리미어리그도 해당 사건을 주목했다. 프리미어리그는 지난 2021년부터 '인종차별에 대한 여지는 없다(No Room For Racism)' 캠페인을 진행해 인종차별 근절을 위해 노력 중이다.
현재 상황에 대해 매체는 "적어도 토트넘 내부에선 이 문제가 해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FA 입장에서 상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라며 "풋볼 런던에 의하면 벤탄쿠르는 FA에 의해 기소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FA는 현재 발언을 조사하고 있으며, 벤탄쿠르는 이제 FA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고발 및 출전 금지에 직면하게 된다"라고 덧붙였다.
매체의 주장대로 토트넘 내부에선 벤탄쿠르의 인종차별 사건은 어느 정도 해결됐다. 벤탄쿠르가 사과문을 올린 후 피해자 중 한 명인 손흥민이 지난 2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벤탄쿠르의 발언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영문으로 밝혔다.
손흥민은 "이미 롤로(Lolo, 벤탄쿠르 애칭)와 대화를 했으며 그가 실수를 했고 그도 이를 안다. 그는 내게 사과했다"라며 "벤탄쿠르가 뭔가를 공격적으로 말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우린 형제다. 그리고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나간 일이다. 우린 하나다. 우린 프리시즌에 다시 만나 팀에서 하나로 뭉쳐 싸울 것"이라고 전했다.
손흥민이 사과문을 올린 후 토트넘도 구단 공식 SNS 계정을 통해 "벤탄쿠르의 인터뷰 영상과 이후 선수의 공개 사과 이후, 클럽은 이 문제에 대한 긍정적인 결과를 보장하기 위해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라며 "여기에는 다양성, 평등, 포용이라는 목표에 따라 모든 선수를 대상으로 한 추가 교육이 포함된다"라고 발표했다.
이어 "우리는 주장 쏘니가 이번 사건에 대해 선을 긋고 팀이 다가오는 새 시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전적으로 지지한다"라며 "우리는 다양한 글로벌 팬층과 선수단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어떤 종류의 차별도 우리 클럽, 우리 경기, 더 넓은 사회에서 설 자리가 없을 것"이라고 차별에 맞서 새 시즌 준비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FA가 이를 문제 삼는다면 당사자 중 한 명인 손흥민의 의견과 상관 없이 징계가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맨체스터 시티 미드필더 베르나르두 실바는 2019년 9월에 팀 동료인 뱅자맹 멘디를 검은색 초콜릿 과자 캐릭터와 비교하는 SNS글을 작성해 1경기 출장 정지 징계와 벌금 5만 파운드(약 8800만원) 징계를 받은 바 있다. 당시 멘디가 실바를 옹호하는 편지까지 썼음에도 FA는 실바에게 징계를 내렸다.
매체는 만약 벤탄쿠르가 징계를 받을 경우 처벌 수위가 어느 정도 일지 예상했는데, 선례를 고려했을 때 최소 1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만약 더 강한 처벌을 내릴 경우엔 최대 5개월간 그라운드에 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
그들은 "FA가 관련돼 이 모든 것이 약간 지저분해질 수 있으며, 이 정확한 시나리오에 대한 선례가 무엇인지 완전히 확신할 수 없다"라며 "우린 델레 알리가 토트넘 있는 동안 비슷한 사건으로 1경기 출전 금지 처분을 받은 것을 기억한다"라고 전했다.
이어 "최근엔 전 프리미어리그 심판인 로저 기포드가 논란의 여지가 있는 발언으로 5개월간 출장 정지 처분을 받는 걸 봤다"라며 "벤탄쿠르에게도 같은 일이 일어난다면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거 토트넘에서 맹활약했던 잉글랜드 미드필더 델레 알리는 지난 2020년 2월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했을 때 런던 히스로 공항에서 아시아인을 비하하는 영상을 자신의 SNS에 올려 논란을 일으켰다.
공항 라운지에서 친구들을 기다리고 있던 알리는 영상을 찍던 중 근처에 있던 아시아인을 클로즈업한 뒤 손 세정제를 비췄다. 이후 영상에 "이 바이러스가 나를 잡으려면 나보다 더 빨라야 할 것"이라며 자막까지 달았다.
마치 아시아인이 코로나19를 전염시키는 존재인 것처럼 표현한 알리의 영상은 큰 논란을 일으켰다.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은 알리는 곧바로 SNS에 올린 영상을 삭제했지만 FA로부터 1경기 출전 정지와 벌금 5만 파운드(약 8770만원) 징계를 받았다.
웨일스 출신 심판인 기포드는 지난해 12월 흑인 심판에게 "우리는 어둠 속에서 당신을 볼 수 없기에 부심이 아닌 게 행운이었다. 웃으면 이빨이라도 보일 텐데"라고 말하면서 지난 5월 5개월 출전 금지 중징계를 받았다.
만약 벤탄쿠르가 중징계를 받아 장기간 경기에 나서지 못한다면 다음 시즌 토트넘 일정에 큰 차질이 생길 수 있다. FA가 벤탄쿠르 발언을 두고 어떤 결론을 내릴지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