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싱가포르 축구대표팀 베테랑 골키퍼 하산 서니(40)가 중국 팬들의 현금 공세에 난감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14일(한국시간) "싱가포르 골키퍼 하산 서니는 월드컵 예선 경기에서 태국 상대로 세이브 11개를 기록해 중국의 다음 라운드 진출을 도우면서 중국 팬들로부터 돈을 받았다"라고 보도했다.
중국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캐나다·미국·멕시코 공동개최)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조별리그에서 대한민국, 태국, 싱가포르와 함께 C조에 편성됐다.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해선 일단 조 1, 2위 안에 들어 3차 예선 진출권을 얻어야 하지만 중국은 최종 라운드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최종전인 6차전을 앞두고 대한민국이 조 1위를 확정 지으면서 2위 중국(승점 8)과 3위 태국(승점 5)이 3차 예선 진출 티켓 한 장을 두고 경쟁을 펼쳤다. 싱가포르는 지난 5경기에서 1무4패를 거둬 C조 최하위를 차지해 예선 탈락이 확정됐다.
자력으로 다음 라운드 진출을 확정 지을 수 있는 중국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었지만 하필 C조 최종전이 대한민국 원정이었다. 중국은 지난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차 예선 C조 6차전에서 이강인(PSG)에게 결승골을 허용해 0-1로 패했다.
승점 획득에 실패하면서 중국은 태국과 싱가포르 간의 6차전을 지켜봐야 했다. 만약 태국이 안방에서 싱가포르를 3골 차 이상으로 승리했다면 중국을 끌어 내리고 조 2위를 차지해 한국과 함께 3차 예선에 올라갈 수 있었다.
홈경기인데다 탈락이 확정돼 동기부여가 떨어지는 싱가포르였기에 태국의 3차 예선 진출 가능성은 적지 않았지만, 싱가포르의 베테랑 골키퍼 서니가 태국의 발목을 잡았다.
이날 태국은 경기 내내 30개 이상의 슈팅을 시도하면서 결정적인 찬스를 무려 네 번이나 만드는 등 싱가포르를 압도했지만 서니의 선방쇼와 수비진의 몸을 사리지 않는 수비에 번번이 막혀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특히 서니는 선방을 11개나 기록하면서 태국의 파상공세를 최대한 막아냈다.
경기는 태국의 3-1 승리로 끝났지만 태국이 3골 차 이상으로 승리하는데 실패하면서 중국이 C조 2위를 확정해 한국과 함께 3차 예선으로 올라갔다.
2차 예선을 통과하면서 월드컵 본선 진출에 대한 희망을 유지할 수 있게 되자 중국 축구 팬들은 서니 골키퍼에게 감사함을 표했다. 이때 일부 팬들은 서니 골키퍼 가족들이 운영하는 노점 식당에 돈을 보낸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해 BBC는 "서니는 싱가포르 국영방송인 CNA를 통해 자신이 운영하는 노점 식당 가판대의 결제용 QR 코드 사진이 온라인에 유포돼 팬들이 돈을 이체하고 있다고 말했다"라고 설명했다.
매체에 의하면 서니 골키퍼는 "돈이 들어오고 있었기에 난 한동안 이를 즐겼다"라며 "하지만 속으로 '언제쯤 끝날까?', '이거 합법적인 건가?'라는 의문이 들었다"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얼마나 많은 돈을 받았는지 공개하지 않았지만 "내 생각엔 우리는 이쯤에서 멈춰야 할 거 같다"라며 중국 팬들에게 더 이상 돈을 보내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일부 중국 팬들은 아예 서니 골키퍼의 가게에 방문했다. 매체는 "서니가 태국을 상대로 영웅적인 활약을 펼친 후 많은 중국 팬들이 방문하는 것이 목격됐으며, 현지 보도에 의하면 목요일엔 음식이 동이 났다"라고 전했다.
2차 예선을 통해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에 진출할 18팀이 모두 확정된 가운데 3차 예선에선 6개국씩 3개 조로 나뉘어 싸우며, 각 조에서 1~2위를 차지한 총 6팀이 캐나다와 멕시코, 미국이 공동 개최하는 월드컵 본선에 오르게 된다.
3~4위를 차지한 나머지 6개 팀은 2025년 10월 진행되는 4차 예선에서 두 조로 나뉘어 또 다시 경쟁한다. 각 조 1위 팀은 본선에 직행하고 각 조 2위 팀들은 그해 11월 홈 앤드어웨이경기를 펼친다. 승리 팀은 아시아 대표로 FIFA 대륙간 플레이오프 토너먼트에 진출, 최종적으로 월드컵 본선 진출을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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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