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지루한 일상을 보내고 있나요? 활력을 불어넣어 줄 문화생활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친구, 연인, 가족과 함께, 또 혼자 보러 가기 좋은 공연을 추천합니다. 엑스포츠뉴스의 공연 에필로그를 담은 코너 [엑필로그]를 통해 뮤지컬·연극을 소개, 리뷰하고 배우의 연기를 돌아봅니다 <편집자 주>
(※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젊어지고 싶은 욕망, 늙지 않고 싶은 욕망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다. 고대 진시황은 불로초를 찾아 헤맸고 현대인들은 시술을 하며 외모 관리를 하는데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
그런 면에서 아기로 태어나 노화하는 다른 이들과 달리 세월이 흐를수록 주름살이 없어지고 몸이 건강해지고 어려지는 벤자민 버튼은 행운의 사나이다. 비록 태어날 때는 노인의 얼굴이지만 점점 젊어진다니 축복받은 인생이지 않은가.
하지만 벤자민의 ‘역노화’는 축복이 아닌 저주로 작용한다. 사랑하는 사람은 나이를 드는데 홀로 젊어지고 아기로 돌아가는 것, 고독하고 슬픈 삶에 틀림없다.
뮤지컬 '벤자민 버튼'은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의 원작으로도 유명한 F.스콧 피츠제럴드의 단편 소설을 원안으로 한 창작 뮤지컬이다.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하고 있다.
노인으로 태어나 점점 어려지는 남자 벤자민 버튼의 삶을 퍼펫(PUPPET)을 통해 구현하며 삶의 기쁨과 사랑, 상실의 슬픔, 시간과 세월을 초월해 존재하는 보편적인 인간의 인생을 탐구한 작품이다.
뮤지컬 ‘베르테르’, ‘서편제’, ‘남자 충동’ 등의 조광화 연출이 극작과 연출을 맡았고, 뮤지컬 ‘국경의 남쪽’, ‘콩칠팔 새삼륙’의 이나오 작곡가가 참여했다.
벤자민의 시간만 거꾸로 흐른다는 큰 줄기는 영화와 같지만 여주인공 캐릭터나 아버지에 대한 서사 등 세세한 설정은 차이가 있다. 영화가 벤자민 버튼의 사랑뿐만 아니라 인생 전반에 걸쳐 다양한 에피소드를 다룬다면 뮤지컬은 사랑에 집중한다.
더불어 뮤지컬을 관통하는 주제는 ‘스윗 스팟’(sweet spot)이다. 흐르는 시간 속에서 인생의 황금기는 어느 한때 한 순간이 아닌 인생의 모든 순간이라는 것이다. 사랑이 있는 인생에서 지금 이 순간이 스윗 스팟이다.
뮤지컬 특성상 드라마와 영화처럼 캐릭터들이 시시각각 연령대를 오갈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나무 인형으로 만들어진 퍼펫을 통해 벤자민 버튼의 나이 변화를 나타낸다. 몰입에는 방해될 수 있지만 대부분 장면에 등장하는 캐릭터만큼 최선의 선택으로 보인다.
‘시간이 거꾸로 간다면’, ‘넌 됐어, 꺼져’, ‘스윗 스팟’, ‘사랑한다면’, ‘금지는 기회’, ‘팬레터’, ‘그건 저들의 세상’, ‘비포 앤 애프터’, ‘불안에의 초대’ 등의 넘버들이 흐른다. 여주인공 블루는 재즈 클럽 여가수로, 재즈를 주요 베이스로 한 넘버들이 극을 아우른다.
2003년 동방신기 멤버로 데뷔한 최강창민(심창민)이 무려 21년 만에 뮤지컬 무대에 처음 올랐다. 뮤지컬 도전을 “늦바람”이라고 밝힌 최강창민은 안정적인 가창력과 연기를 보여준다.
벤자민 버튼과 달리 여주인공 블루는 퍼펫 없이 가발과 의상, 목소리 톤 등을 통해 어린아이부터 청년, 노년까지 표현한다. 박은미는 시원한 가창력을 뽐내며 블루의 어린 시절부터 노인까지의 모습을 이질감 없이 소화한다. 재즈클럽 마마 역의 하은섬 역시 개성 강한 연기와 풍성한 가창력으로 존재감을 뽐낸다.
배우들의 열연이 눈에 띄는 작품이다. 퍼펫을 이용했기 때문에 자신의 연기뿐만 아니라 퍼펫의 움직임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퍼펫의 시선과 동작을 배우와 동일시하기 위해 벤자민 역의 배우를 비롯해 앙상블까지 분주하게 움직인다.
사진= 고아라 기자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