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wfastball] 8월 23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두산 베어스의 김선우 선수가 2009년 시즌 이후 3년 연속 두자리 승수라는 의미있는 기록을 달성하였습니다.
'Sunny' 김선우 선수의 호투는 올 시즌 예년에 비해 정말 볼거리가 줄어든 두산의 몇 안되는 볼거리 중의 하나인데요. 아쉽게도 김선우 선수는 자신이 호투하는 날에는 타선 지원이 적거나 불펜이 블론세이브를 하는등 승운이 크게 따르지는 않는 상황에서도 10승을 기록하며 두산 베어스의 투수진 최고참의 역할을 완벽히 수행해 주었습니다.
두산 베어스에서 토종 투수가 3년 연속 10승을 기록한 것은 김상진(93~95년) 이후 처음입니다.
팀 순위도 5위 엘지에 4경기 뒤진 6위인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분투는 팀에게 큰 활력소가 되고 아직도 두산이 '리빌딩'을 선언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순위에 미련을 갖게 하는 이유일지 모릅니다.
실제로도 김선우 선수는 "팬들이 원하는 '미러클 두산'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라고 말하면서 4강 레이스에서의 포기를 선언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할 뜻을 비추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깊은 점은 그의 해가 거듭될 수록 이루어지는 변신입니다. 타자들의 구장이라는 쿠어스 필드에서 완봉승 까지 거두며 강속구 투수로 활약하다가 2008년 미국 메이저리그에서의 외유를 마치고 국내에 컴백 했을 때만 하더라도 그는 속구(포심 투심 커터) 그리고 슬라이더 밖에 모르는 전형적인 투피치 선수였습니다. 타자들은 기본적으로 김선우 선수의 빠른공에 초점을 맞추고 나가는 와중에 구속차가 얼마 나지 않은 슬라이더 역시 손쉽게 공략해냈습니다. 2009년 역시 타선의 지원으로 11승을 거두기는 하였지만, 5.11이라는 결코 인상적이지 않은 방어율을 기록하며 해외에서 컴백한 정면승부 밖에 모르는그저 그런 선수로 기억되나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2010 시즌을 준비하는 스프링캠프부터 엄청난 변신을 준비하였습니다. 전형적인 정통파 오버스로 투구폼을 약간 변형하여 스리쿼터와 오버스로 중간정도의 폼으로 낮추면서 변화구의 각을 키우려 노력하였고, 동시에 잘 던지지 않던 느린 변화구 커브와 오프 스피드 피치인 스플리터를 장착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2010 시즌 초반부터 변화한 김선우 선수의 피칭에 상대 타자들은 헛스윙을 연발하였고 그가 목표하던 3점대 방어율이라는 성적도 쉽게 거두는듯 했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나이인지라 시즌 막판으로 갈 수록 무릎 통증과 팔꿈치 통증 그리고 체력저하가 이어지면서 아쉽게 방어율 4.03으로 시즌을 마쳤습니다. 하지만 분명 의미있는 변신이었고 올시즌에는 더 세밀해진 변화구 구사력과 맞춰잡는 노련한 피칭에 이닝이터의 면모까지 보이며 두산 마운드의 기둥 역할을 완벽히 해주고 있습니다.
과거의 모습을 버리고 투심과 스플리터와 같은 땅볼 유도형 투구를 많이 하는 그는 동료 야수들이 처리해내는 타구가 그렇지 못하는 타구보다 많다는 점을 아는 영리한 투수입니다.
김선우 선수는 동료 야수들이 실책을 해도 절대 얼굴을 찡그리지 않는 선수이며 오히려 그 야수에게 박수를 보내며 응원하는 타입의 선수입니다. 그야말로 동료들이나 팬들에게 이름 그대로 '햇살' 같은 존재인 김선우 선수의 호투를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기 마련입니다.
이러한 두산 마운드의 햇살같은 모습으로 시즌 끝까지 최선을 다하여 팬들과 자신이 원하는 '미러클 두산'을 실현하여 4강행을 이끌지 기대가 됩니다.
[사진 = 김선우 ⓒ 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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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민 기자 riceda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