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대한축구협회(KFA) 행정 참사가 계속되고 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5~6차전이 속한 A매치 브레이크가 3주 앞으로 다가왔는데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이 난항에 부딪히고 있어서다.
안 그래도 기존 후보들의 이름값이 떨어져 논란이 작지 않았는데 이 중에서 가장 우선 순위로 꼽혀 KFA가 협상했던 지도자가 한국 대표팀을 거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축구계에 따르면 미국 국적 지도자 제시 마치가 한국 대표팀을 맡아달라는 KFA의 제안을 최종 거절했다. 1973년생으로 올해 51살인 마치는 축구에선 제3세계로 불리는 미국 출신이다. 선수 커리어는 미국 국가대표로 A매치 2경기를 뛸 정도로 보잘 것 없다. 이후 지도자로 변신, 밥 브래들리 전 미국 대표팀 감독 아래서 2010년부터 1년 정도 코치를 했다가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몬트리올 임팩트, 뉴욕 레드불스 등에서 감독을 했다.
이어 2018년 오스트리아 레드불 잘츠부르크에서 수석코치를 거쳐 2019년 6월부터 2년간 감독을 했고, 2021년엔 같은 레드불 계열 구단인 독일 분데스리가 라이프치히 지휘봉을 잡았으나 4개월 만은 같은 해 12월 경질됐다.
2022년 2월 리즈 유나이티드 벤치에 앉아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감독이 됐고 2021-2022시즌 도중에 와서 리즈의 잔류를 일궈냈으나 2022-2023시즌을 다 마치지 못했다. 마치는 2023년 2월 리즈가 20개 구단 중 17위까지 밀리자 경질됐다. 리즈는 마치 감독의 잘못된 용병술에서 헤어나오질 못해 결국 2부 강등됐다.
레드불 잘츠부르크의 경우, 오스트리아 다른 구단과의 격차가 워낙 커서 2013-2014시즌부터 지난 시즌인 2022-2023시즌까지 10년간 분데스리가 우승을 휩쓸었다.
마치 감독이 아니었어도 잘츠부르크 우승은 할 수 있었던 셈이다. 그렇다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성적이 좋았던 것도 아니어서 두 시즌 모두 조별리그 탈락했다. 대표팀 사령탑 경력이 없다는 것도 큰 핸디캡이다.
그럼에도 50대 초반으로 한창 지도자 전성기를 달리는 시기인데다 독일과 잉글랜드 최상위리그 구단을 지도했고, 황희찬을 잘츠부르크와 라이프치히에서 지도하는 등 한국 선수들과의 인연이 있어 KFA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이하 전력위)는 마치 감독을 그나마 좋은 후보로 꼽고 협상을 했다. 하지만 60억원 가량으로 알려진 마치 감독의 몸값을 맞추지 못하면서 협상은 결렬됐다.
KFA는 전임 대표팀 사령탑인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중도 해지 위약금을 100억원(추정) 가량 내야하는 상황이다. 이에 더해 충청남도 천안시에 대한민국축구종합센터라는 대단위 토목공사를 벌이다가 은행에 300억원 대출까지 받았다. KFA 재정이 빠듯하다보니 마치 감독 몸값을 맞추기가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당장 2026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5~6차전이 얼마 남지 않아 새 감독 선임이 큰 난관에 빠졌다.
태극전사들은 오는 6월6일 싱가포르에서 싱가포르와 2차예선 5차전을 치르고 한국으로 돌아와 11일 중국과 최종 홈 6차전을 벌인다. 한국은 1~4차전에서 3승 1무를 기록, 남은 2경기 중에서 1무만 거둬도 각 조 2위까지 주어지는 3차예선 티켓을 거머쥐기 때문에 2차예선에서 탈락할 일은 거의 없다.
다만 6월 이후 다음 A매치 브레이크인 9월 A매치 기간부터는 월드컵 본선 티켓이 걸린 3차예선이 시작된다는 점에서, KFA는 이달 내 새 대표팀 감독을 뽑아 다음 달 2차예선 5~6차전을 선수들 점검 및 전술 테스트 성격의 무대로 삼고자 했다. 새 감독 데뷔전이 만만치 않은 팀과 붙는 3차예선 첫 경기가 되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전력위는 마치 감독 외에도 과거 FC서울을 지도했던 튀르키예 출신 세뇰 귀네슈 감독, 스페인 출신 헤수스 카사스 이라크 대표팀 감독, 포르투갈 출신 브루노 라즈 전 울버햄프턴 감독 등도 리스트에 올려놓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다들 핸디캡이 있다. 귀네슈 감독은 70대 중반을 바라보는 고령이 단점이다. 카사스는 현직 감독이어서 KFA가 그의 위약금을 내줘야 하는 문제가 있다.
라즈 감독은 대표팀 경험이 없고, 다른 클럽과의 경쟁이 붙을 수 있다.
전력위는 당초 황선홍 전 23세 이하(U-23) 대표팀 감독,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을 차기 대표팀 사령탑 1~2순위로 꼽았다. 정해성 전력위원장이 지난 3월 2026 월드컵 3~4차전 때 황 전 감독을 국가대표팀 임시 사령탑으로 세운 뒤 그가 태국과의 홈앤드어웨이에서 1승 1무, 특히 태국 원정에서 3-0 완승을 거두자 그를 극찬하며 유력 후보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달 U-23 아시안컵에서 한국이 충격적인 8강 탈락을 당하면서 황 전 감독은 국가대표팀 사령탑 후보에서 사실상 제외됐다. 홍 감독은 울산 잔류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한국 축구는 대표팀 레벨에서 참사가 이어지고 있다. 국가대표팀이 2월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중동 요르단에 0-2 충격패하면서 우승 실패는 물론 클린스만 감독이 해고되는 일을 겪었다. U-23 아시안컵에선 40년 만에 올림픽 남자축구 본선행 실패하는 치욕을 겪었다. 이어 새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도 지지부진한 모양새다.
대표팀 명단 발표까지는 2주도 남지 않았는데 KFA가 어떤 묘수를 도출할지 궁금하게 됐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