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호 감독이 이끄는 KIA 타이거즈. 지난 5월 8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시즌 4차전에서 4-2로 이겼다. 연장 12회 혈투 끝에 삼성을 제압하고 연승을 질주했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엑스포츠뉴스 대구, 김지수 기자) 이범호 KIA 타이거즈 감독이 4시간 30분이 넘는 혈투를 승리로 장식한 이튿날 얼굴에 '웃음꽃'을 가득 피웠다. 체력 소모가 적지 않은 가운데도 선수들이 보여준 승부처 집중력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범호 감독은 9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리는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팀 간 5차전에 앞서 "전날 게임은 너무 재밌었다. 우리 양현종이 최근 구위가 너무 좋은데 삼성 원태인도 공이 엄청 뛰어났다"며 "비가 와서 양 팀 모두 타자들이 2~3일 넘게 휴식을 취했기 때문에 점수가 많이 안날 것 같다고 예상했다"고 말했다.
KIA는 전날 연장 12회 혈투 끝에 삼성을 4-2로 꺾고 연승을 질주했다. 7회까지 0-2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8회초 최형우의 솔로 홈런, 9회초 박찬호의 1타점 외야 희생 플라이로 동점을 만들면서 승부를 연장까지 끌고 가는 데 성공했다.
KIA는 연장 10회말 1사 만루 끝내기 위기를 셋업맨 전상현이 막아낸 뒤 12회초 이창진의 결승 1타점 외야 희생 플라이, 이우성의 1타점 적시타를 묶어 리드를 잡고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KIA는 '대투수' 양현종이 상승세를 이어간 것도 수확이었다. 삼성을 상대로 6이닝 3피안타 무4사구 4탈삼진 1실점(비자책) 호투를 선보였다. 지난 1일 KT 위즈전 9이닝 8피안타 1볼넷 6탈삼진 1실점 완투승의 기세를 몰아 빼어난 피칭을 해냈다. 최근 6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로 등판 때마다 계산이 확실하게 서는 선발투수의 모습이다.
이범호 감독이 이끄는 KIA 타이거즈. 지난 5월 8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시즌 4차전에서 4-2로 이겼다. 연장 12회 혈투 끝에 삼성을 제압하고 연승을 질주했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양현종은 호투에도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7회말 이닝 시작과 함께 마운드를 내려갔다. 삼성 선발투수 원태인이 6이닝 2피안타 3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KIA 타선을 꽁꽁 묶어낸 여파였다.
삼성은 지난 7일 KIA와 주중 3연전 첫 경기가 비로 취소된 뒤 8일 선발투수로 원태인을 내세웠다. KIA가 7일 선발투수로 예정됐던 양현종을 8일에도 그대로 밀고 나가면서 KBO리그를 대표하는 토종 에이스들의 맞대결이 성사됐다.
원태인과 양현종의 피칭은 한국시리즈를 방불케 하는 명품 투수전으로 펼쳐졌다. 이범호 감독이 "재밌게 봤다"고 말한 것처럼 흥미진진한 경기 진행을 보여줬다.
KIA는 다만 7회초 공격까지 무득점으로 묶이면서 어렵게 게임을 풀어갈 수밖에 없었다. 2회초 무사 1루, 3회초 2사 만루, 6회초 무사 1루, 7회초 2사 만루 찬스를 모두 살리지 못했다.
이범호 감독이 이끄는 KIA 타이거즈. 지난 5월 8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시즌 4차전에서 4-2로 이겼다. 연장 12회 혈투 끝에 삼성을 제압하고 연승을 질주했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하지만 KIA는 게임 후반 승부처에서 삼성 필승조를 무너뜨리는 저력을 보여줬다. 270분이 넘는 승부로 피로가 쌓이기는 했지만 승리라는 달콤한 결실을 얻었다.
이범호 감독은 "우리가 득점 찬스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2아웃 이후에 기회가 만들어지는 게 많았다"며 "그래도 선수들이 2사 후 자꾸 출루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다. 전날은 긍정적인 부분이 많았던 게임이었다"고 돌아봤다.
한편 이범호 감독은 전날 멀티이닝을 소화한 마무리 투수 정해영에게 이날 게임 휴식을 부여하기로 했다. 게임 전 훈련을 마친 정해영을 향해 "오늘은 푹 쉬면 된다"라고 말하면서 격려의 메시지를 보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