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1.08.19 10:49 / 기사수정 2011.08.19 10:49
[엑스포츠뉴스=김준영 기자] 쿨하게 만났지만, 찝찝하게 헤어졌다.
SK 김성근 전 감독과 이만수 감독 대행이 결국 독자 행보를 가게 됐다. 18일 SK가 김 전 감독을 전격 경질하면서 2군 이만수 감독이 1군 감독 대행으로 승격됐다. 이는 결국 SK가 김 전 감독의 지지 않는 독한 야구를 버리고 이 감독 대행의 새로운 야구를 선택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사실 김 전 감독과 이 대행이 지향하는 야구는 '극과 극'이었다.
▲전략적 파트너, SK를 고민에 빠트리다
시계 바늘을 2006년 12월로 돌려보자. SK는 당시 조범현 전 감독(현 KIA 감독)과 재계약을 맺지 않는 대신 지바 롯데 순회코치이던 김성근 전 LG 감독을 전격 감독으로 선임하면서 야구판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런데 김 전 감독과 함께 데려온 수석 코치가 더 파격적이었다. 바로 이만수 전 시카고 화이트삭스 코치였다. 두 사람은 SK에 합류하기 위해 지바 롯데와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계약 연장을 포기했다. 바꿔 말하면 SK가 두 사람을 동시 영입하기 위해 당시 직장을 포기하게 할 정도로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애당초 두 사람은 어울리지 않았다. 자신만의 야구 관이 확고한 김 전 감독은 자기 방식대로 SK를 장악했고, 실제 성적과 수익 등에서 엄청난 성과를 거뒀다. 철저한 데이터 야구와 세밀한 야구, 지지 않는 야구 추구 속 이만수 코치도 자연스럽게 어머니 역할을 담당하며 SK에 녹아들었다. 하지만, 근본적인 가치관 차이는 존재했고, 김 감독은 그러한 이 코치를 때로는 가르치며, 때로는 멀리 떨어트리며 적절히 '파워 게임'을 했다. 하지만, 그 줄다리기가 이어질수록 두 사람은 더욱 물과 기름이 됐다.
그런데 김 전 감독 특유의 야구를 자의든 타의든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있다. 물론 김 전 감독이 5년째 SK에 있으면서 우승을 3차례 했고, 그 와중에 김 감독 특유의 색깔에 대한 오해는 상당수 풀린 게 사실이다. 그러나 여전히 스케일 크고 호쾌한 야구를 원하는 사람들에겐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SK는 그러한 장점을 적용하고 싶어 2008시즌 후 김 감독과의 재계약 당시 그에 대해 언질을 줬고, 결과적으로 그게 갈등의 씨앗이 됐다.
SK입장에선 사실 납득이 가는 대목이다. 마침 이 대행은 미국에서 코치 생활만 10년 가까이했고, 국내에서도 5년을 보내며 서서히 베테랑급 코치 대열에 들어서고 있었다. 그러한 점에 착안해 SK는 (사실 확인은 되지 않았다.) 내심 올 시즌 후 김 감독과의 재계약이 틀어질 경우 이 대행과의 감독 계약도 염두에 뒀던 것으로 보인다.
▲ 결국, 큰 태양을 밀어내다
SK는 결국 김 전 감독과의 계약이 만료되는 올해 선택을 해야 했다. 사실 김 전 감독이 워낙 거물급이라 이 대행을 포함해 두 사람이 아니라면 SK를 감당할 인사도 없었다. 그만큼 김 전 감독이 내비친 태양 빛은 강력했다. 그럴수록 SK로썬 부담스러웠던 게 사실이다. 결국 그러한 점이 맞물렸고, SK는 김 전 감독의 위신과 업적을 고려해 조기에 재계약 협상을 시도했다, 그러나 예상대로 그 과정에서 의견 차이를 보였으며, 이는 SK가 이 감독 대행 쪽으로 마음을 기울게 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SK는 결국 모험을 걸었다. 우승을 세 차례 시킨 감독을 버리고 일부 팬들과 구단 일부서 원하는 색깔을 낼 수도 있는 이 감독 대행을 감독실로 불러들였다, SK를 비췄던 가장 큰 태양을 버리고 큰 태양이 사라져야 자신의 빛을 비출 수 있는 이 감독 대행과 손을 맞잡은 것이다. 이로써 이변이 없는 한 이 대행이 올 시즌 후 '대행'을 딱지를 떼 버릴 가능성도 커졌다.
현재 이 감독 대행은 전임 감독에 대한 예의로 감독 대행 선임에 대한 취재진 일련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고 있다. 아울러 김 전 감독과의 만남이나 통화도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계약 과정 속에서 서로 속 사정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이로써 김성근과 이만수는 각각 독자 행보에 나서게 됐다.
[사진=김성근 전 감독 이만수 감독 대행 ⓒ 엑스포츠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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