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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 힘들어? 나 중견수 돼" 로하스 한마디에…이강철 "좌익수나 잘해라" [현장:톡]

기사입력 2024.05.01 19:30

KT 위즈 멜 로하스 주니어가 정규시즌 경기에 출전해 타격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KT 위즈 멜 로하스 주니어가 정규시즌 경기에 출전해 타격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엑스포츠뉴스 광주, 최원영 기자) 참 재미있는 외국인 선수다.

KT 위즈 이강철 감독은 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외인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와의 일화를 소개했다.

로하스는 2017년 조니 모넬의 대체 외인으로 KT에 합류한 뒤 2020년까지 4년 동안 맹활약했다. 특히 2020년 142경기서 타율 0.349(550타수 192안타) 47홈런 135타점 116득점을 자랑했다. 리그 홈런, 타점, 득점, 장타율(0.680) 부문 1위로 타격 4관왕을 차지했다. 타율 3위, 안타 2위, 출루율 3위(0.417) 등도 곁들였다. KT 소속 선수 최초로 정규시즌 MVP를 거머쥐었다.

2020시즌 종료 후 일본프로야구(NPB) 한신 타이거스로 이적했다. 2시즌 동안 부진하다 퇴출당했다. 멕시코 리그와 도미니카 윈터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지속하다 올해 KT로 돌아왔다.

로하스의 포지션은 좌익수다. 2017~2018년 주로 중견수로 뛰다 2019년엔 좌익수를 병행했고 2020년엔 우익수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올해는 주로 좌익수로 나서고 있다.

이강철 감독은 "로하스가 어제(4월 30일) 나한테 오더니 '드릴 말씀 있다'고 하더라. '나 중견수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며 "(배)정대가 없어 내가 힘들어 보였던 건지 모르겠다. 그래서 로하스에게 '그래 고마워. 근데 넌 좌익수나 잘해'라고 했다"고 웃음을 터트렸다.

KT의 주전 중견수 배정대는 지난달 7일 잠실 LG 트윈스전 도중 자신의 파울 타구에 왼쪽 발을 맞았다. 정밀검진 결과 왼쪽 발목 부근 주상골이 부러졌다는 진단을 받았다. 6주간 재활이 필요하다는 소견에 이튿날인 8일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이후 KT는 안치영, 김민혁 등을 중견수로 활용했다. 로하스는 사령탑의 짐을 덜어주고 싶은 마음에 중견수까지 가능하다고 말한 것으로 보인다.

왼쪽부터 KT 위즈 멜 로하스 주니어와 이강철 감독. 올해 부산 기장 스프링캠프에서 만담을 나누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왼쪽부터 KT 위즈 멜 로하스 주니어와 이강철 감독. 올해 부산 기장 스프링캠프에서 만담을 나누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이 감독은 "우리 외인들 진짜 예쁘다니까. 정말 고마워. 세 명 다 잘하고 있어요"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로하스 외에도 선발투수 웨스 벤자민, 윌리엄 쿠에바스가 원투 펀치로 활약 중이다.

로하스는 올 시즌 쿠에바스에게 한 차례 혼나기도 했다. 지난달 16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 쿠에바스의 선발 등판 경기였다. 2회말 2사 1루서 김휘집의 타구가 3루를 지나 좌익수 선상으로 날아갔다. 로하스가 재빠르게 타구를 잡아내 중계 플레이를 했다면 실점 없이 주자를 3루에서 멈춰 세울 수 있었지만 느슨한 움직임으로 실점을 허용했다.

이 감독은 "당시 아무 실책도 없었는데 주자 2, 3루가 아닌 1실점을 내줬다. 다음 날 로하스를 보니 좌중간 안타를 치고 2루까지 열심히 뛰어가더라"며 "무슨 일인가 했다. 수비 때문에 쿠에바스에게 '그건 진짜 아니다. 그러면 안 된다'고 혼났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로하스를 우익수에서 좌익수로 바꾼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수비할 때 털털털 뛰어다녀서 '아 저러면 안 되는데' 싶었다"며 "쿠에바스에게 혼난 후 로하스가 베이스 러닝 등을 엄청 열심히 한다. 쿠에바스가 나를 보고 웃더라"고 덧붙였다.

로하스는 올해 중심타선에서 제 몫을 다하고 있다. 4월까지 총 33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8(121타수 36안타) 10홈런 25타점 28득점, 장타율 0.628, 출루율 0.438, OPS(출루율+장타율) 1.066 등을 자랑했다. 리그 장타율 3위, 득점 공동 3위, 출루율 4위, 타점 공동 9위다.

이 감독은 "벌써 볼넷이 29개나 된다(리그 1위). 공을 정말 잘 보고, (유인구에도) 방망이를 내지 않고 잘 참는다. 그 점이 많이 좋아졌다"며 "일본에서 좋은 투수, 좌완투수들의 공을 많이 봤을 것이다. 그런 경험을 높이 샀는데 잘해주고 있다. 예전엔 막 급하게 쳤는데 지금은 잘 참아낸다"고 짚었다.

이어 "2020년과 비교하면 타격 면에서 큰 차이는 없다. 오히려 올해 더 멀리 치는 것 같다. 펀치가 예전보다 더 좋아졌는지 툭 쳐도 확 날아간다"며 "스프링캠프 때 계속 정대에게 뭘 알려주려 하길래 '너나 잘해라'라고 했는데 확실히 다르다. 순간적으로 때려내는 게 무척 빠르다. 그런 연습을 많이 하는 듯하다"고 밝혔다.

KT 위즈 멜 로하스 주니어가 정규시즌 경기에 출전해 안타를 친 뒤 1루로 달려 나가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KT 위즈 멜 로하스 주니어가 정규시즌 경기에 출전해 안타를 친 뒤 1루로 달려 나가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사진=엑스포츠뉴스 DB​​​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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