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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 특집①] 무도 조정편, 마지막 250m 풀스토리 공개

기사입력 2011.08.19 10:14 / 기사수정 2011.08.19 14:28

김덕중 기자

 
[엑스포츠뉴스=김덕중 기자] 1,750m 지점에서 꼴찌가 확정됐다. 연세대가 2,000m 6분 49초의 기록을 끊어 5위가 됐고 뒤이어 2초 간격으로 한국외대와 서울대가 나란히 피니시 라인을 통과했다. 햇살이 유난히 따스했던 지난 달 30일 오후 경기도 하남시 미사리 조정경기장에선 무한도전 팀만이 외로운 레이스를 펼치고 있었다.
 
이 사실은 '콕스(키잡이)' 정형돈만 알고 있었다. 레이스 직전 팀 동료들과 마지막 스퍼트를 약속했으나 그는 순간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동료들의 체력이 바닥난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한도전 멤버들은 녹초가 됐고 더 이상 노를 저을 힘이 없었다. 정형돈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형, 레이트(분당 노 젓는 횟수) 올릴까?"
 
맞은 편에는 무한도전의 리더 유재석이 앉아 있었다. 유재석 또한 직감적으로 꼴찌라는 사실을 모르지 않았다. 그러나 7위와 격차가 얼마나 벌어졌는지는 알지 못했다. 표정은 일그러진지 오래. 정형돈의 질문에 대답할 힘마저 남아있지 않았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다. 유재석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정형돈의 눈가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한 것은 이때부터. 먼저 팀의 리더 유재석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었다. "재석이형 가자." 다음은 팀원 모두를 향해 있는 힘껏 소리쳤다. "레이트 올려." 마지막 순간까지 실수하고 싶지 않았다. 레이스는 이제 자신과의 싸움이 됐다. "정신차려, 200m 남았다."


 
정형돈을 제외한 무한도전 멤버들의 자세가 급격히 흐트러졌다. 장기간 훈련을 받은 정예 선수들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콕스를 제외하고 8명이 타는 에이트 종목에선 자세가 바르다면 바로 앞 선수의 표정만 확인할 수 있다. 그 외의 선수들 얼굴이 보인다는 것은 이미 체력적으로 한계 상황에 직면했다는 얘기다. 
 
결승선을 100여m 남겨놓은 지점. 콕스 정형돈의 시선에 팀 동료들의 표정이 하나 둘 잡히기 시작했다. 유재석, 진운, 개리, 노홍철, 데프콘, 길, 박명수, 하하 차례로. 지켜보는 게 더 고통이었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었다. 체력이 떨어져 상체를 비비 꼬면서도 노 젓는 호흡만은 조금의 어긋남이 없었다.
 
힘들수록 호흡이 척척 맞았다. 무한도전 멤버들은 이 악물고 자기 역할을 지켜냈다. 내가 지치는 순간, 그 고통이 동료에게 고스란이 전달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들을 바라보던 정형돈이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팀원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었다. "10개만 더, 5개만 더." 배가 피니시 라인을 통과하는 순간, 그는 울부짖었다. “이지 오어(Easy Oar, 노 젓기 종료)."
 
지난 11일 미사리 조정경기장에서 만난 김지호 코치가 MBC 버라이어티 무한도전 조정편 미방영분을 포함해 들려준 얘기다. 5개월 동안 무한도전 멤버들을 교육했던 그는 "2,000m 공식 기록은 8분 2초다. 몇몇 팬들이 7분대를 끊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는데 그럴 필요 없다. 조정은 기록 경기가 아니다. 하나된 모습을 보였다는 게 중요하다. 무한도전 팀은 조정이 어떤 스포츠인지 제대로 보여줬다"고 말했다.


[사진 = 미사리 조정경기장의 무한도전 멤버들 ⓒ 엑스포츠뉴스 권태완 기자]



김덕중 기자 djkim@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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