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신인 투수 황준서가 20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투구하고 있다. 이날 5이닝 4피안타 1볼넷 5탈삼진 1실점으로 선전했다. 한화 이글스 제공
(엑스포츠뉴스 대전, 최원영 기자) 소중한 선수다. 잘 관리해야 한다.
한화 이글스는 2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를 치른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하루 전 선발투수였던 황준서의 교체 배경에 관해 설명했다.
올해 1라운드 1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신인 좌완투수 황준서는 20일 대전 삼성전에 선발투수로 출격했다. 올 시즌 2번째 선발 등판이자 6번째 등판이었다. 5이닝 4피안타 1볼넷 5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총 투구 수는 64개(스트라이크 42개)밖에 되지 않았다. 빠르고 공격적인 피칭 덕분이었다. 최고 구속 147km/h의 패스트볼(31개)과 포크볼(30개), 커브(3개)를 섞어 던졌다.
최원호 감독은 6회초를 앞두고 황준서를 마운드에서 내렸다. 투구 수가 70개도 되지 않았지만 교체를 택했다. 구원투수 장시환을 투입했다. 불펜진이 무실점 행진을 펼쳤음에도 타선의 득점 지원이 없어 0-1로 패했다. 황준서가 데뷔 후 처음으로 패전의 멍에를 썼다.
이튿날인 21일 최 감독은 황준서의 투구부터 돌아봤다. 그는 "기대 이상이었다. 그 정도면 100점이다"며 힘줘 말했다. 이어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기술이 무척 좋다. 변화구의 완성도도 뛰어나다"며 "행동 하나하나가 나이에 맞게 패기 있고 자신 있어 보였다. 볼 배합도 스스로 하며 직접 경기를 운영하는 듯했다"고 극찬했다.
유일한 실점은 4회초에 나왔다. 이재현을 3루 땅볼, 구자욱을 루킹 삼진으로 요리한 뒤 데이비드 맥키넌에게 우전 2루타를 허용했다. 이어 김영웅에게 1타점 우전 적시 2루타를 내줘 0-1이 됐다. 황준서는 코칭스태프의 마운드 방문 후 강민호를 유격수 땅볼로 제압해 금세 이닝을 끝마쳤다.
한화 이글스 신인 투수 황준서가 20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친 뒤 코칭스태프와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이날 5이닝 4피안타 1볼넷 5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한화 이글스 제공
최 감독은 "빗맞은 안타 두 개 때문에 실점한 것이다. 야구는 운이 많이 따르는 스포츠다. 잘 때려도 야수 정면으로 가면 아웃되고, 빗맞아도 코스가 좋으면 안타가 된다"며 "김영웅 선수의 타구는 방망이가 부러지면서 나왔다. (두 타석 연속 삼진당한) 구자욱 선수도 타이밍이 안 맞는 듯했다. 여러모로 (황)준서가 대단한 피칭을 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교체 시점은 어떻게 결정했을까. 최 감독은 "준서는 퓨처스리그에서 한 차례 선발 등판하고 지난달 말 한 번 더 선발투수로 나선 뒤 계속 불펜에서 공을 던졌다. 투구 수를 갑자기 확 늘릴 순 없었다"며 "그 정도(64구) 선이 적당하다고 판단했다. 그 투구 수로 5이닝이나 책임져준 것만 해도 정말 잘한 것이다"고 전했다.
2군 퓨처스팀에서 개막을 맞이한 황준서는 지난달 27일 퓨처스리그 SSG 랜더스전에 선발 등판해 4이닝 1실점, 투구 수 57개를 기록했다. 이어 지난달 30일 1군에 콜업됐고, 이튿날인 31일 대전 KT 위즈전에 선발 등판했다. 프로 데뷔전서 5이닝 3피안타(1피홈런) 2사구 5탈삼진 1실점, 투구 수 73개를 선보였다. 역대 KBO리그 통산 10번째 고졸 신인 투수의 데뷔전 선발 등판 선발승을 장식했다. 한화 소속으로는 2006년 4월 12일 잠실 LG 트윈스전의 류현진 이후 18년 만이었다.
이후 김민우가 선발 로테이션을 돌며 황준서는 중간계투진으로 이동했다. 4월 4경기 5⅔이닝에 구원 등판해 무실점을 자랑했다. 김민우가 지난 13일 KIA 타이거즈전 도중 몸에 이상을 느끼고 오른쪽 팔꿈치 굴곡근 염좌 소견을 받자 황준서가 다시 대체 선발로 발탁됐다. 갑작스레 80~90개의 공을 던지기엔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한화 이글스 최원호 감독이 정규시즌 경기 중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며 박수를 보내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최 감독은 "다음 등판부턴 차츰 투구 수를 늘릴 것이다. 80~85개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 계속 로테이션을 돌면 100개까지도 끌어올려야 한다"며 "어제(20일)도 5회까지 봤을 때 힘이 떨어지는 느낌은 없었다. 관리 차원에서 교체해준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선발투수로 출발하는 단계다. 처음엔 투구 수 70~100개 사이에서 힘이 떨어질 수 있다. 그 구간에 대한 적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 가지 조언도 더했다. 황준서는 패스트볼과 포크볼 위주의 피칭을 한다. 커브는 아주 조금만 구사한다. 최 감독은 "커브가 괜찮은 편이라 (구사 비율을) 더 늘렸으면 한다. 속도가 느리면서 브레이크가 좋더라"며 "그런데 커브 시도가 적다. 선발로 나서려면 커브를 더 던져야 한다. 슬라이더도 있다"고 짚었다.
이어 "포크볼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으면 그게 안 통할 때 헤쳐 나갈 방법이 없다. 우선 지금은 잘 되고 있으니 그냥 가되, 선발은 한 이닝 짧게 던지는 게 아니니 그 부분을 생각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적장인 박진만 삼성 감독도 황준서의 투구를 보며 감탄했다. 박 감독은 "칭찬을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더라. 신인선수가 정말 과감하게 던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우리 선수들이 당황했을 것 같다. 크게 빠지는 공 없이 타자를 압도하는 투구를 펼쳤다. 상대 팀이지만 '확실히 좋은 신인을 발굴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박수를 보냈다.
삼성 라이온즈 박진만 감독이 정규시즌 경기서 승리한 뒤 선수들과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사진=엑스포츠뉴스 DB, 한화 이글스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