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도하, 김환 기자) 황선홍 감독이 카타르를 자신의 축구 인생 '약속의 땅'으로 만들 수 있을까.
카타르에서 좋은 기억을 갖고 있는 황선홍 감독은 이제 지도자로 다시 한번 이야기를 쓰려고 한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23세 이하(U-23) 국가대표팀(올림픽 대표팀)은 17일 오전 0시 30분(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에 위치한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겸 2024 파리 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 조별리그 B조 1차전을 치른다.
이번 대회를 전체적으로 본다면 특정 선수가 아닌 황선홍 감독의 이야기에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
대회가 열리는 카타르는 황선홍 감독의 선수 시절 황 감독과 연이 깊은 국가다. 황 감독은 카타르라는 국가와 도하라는 도시에 좋은 기억을 갖고 있다.
황선홍 감독은 현재 A매치 통산 113경기 50골이라는 빛나는 기록을 보유한 한국의 레전드 공격수 출신이지만, 첫 A매치를 치를 때만 하더라도 무명 선수였다. 1988년 아시안컵 당시 건국대학교에 재학 중이었던 황선홍 감독은 국가대표팀 발탁을 두고 비판에 시달리며 카타르로 향했다.
황 감독은 카타르에서 실력으로 여론을 뒤집었다. 자신의 A매치 데뷔전, 그것도 무려 '한일전'에서 데뷔골 포함 1골 1도움을 올렸다. 이란과의 조별리그 4차전에서도 추가골을 터트렸던 황 감독은 한국과 함께 1988 아시안컵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이후 한국의 차세대 스트라이커로 떠오르며 스타 플레이어가 됐다.
A매치 데뷔전을 치르고 5년 뒤인 1993년에는 카타르 도하에서 기적을 맛봤다. 황선홍 감독은 '도하의 기적'으로 회자되는 1994 국제축구연맹(FIFA) 미국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북한을 상대로 한국의 두 번째 골을 만들어냈다.
당시 한국은 황선홍 감독의 골과 고정운 현 김포FC 감독, 하석주 현 아주대학교 감독의 골을 묶어 북한에 3-0 대승을 거뒀다. 같은 시간 이라크와 마지막 경기를 치르던 일본은 후반 추가시간 통한의 동점골을 실점해 1994 미국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1988년에는 반전을, 1993년에는 기적을 경험했던 황선홍 감독은 이제 카타르를 자신의 '약속의 땅'으로 만들려고 한다. 선수로 썼던 스토리에 감독으로 쌓은 이야기를 추가하려는 황 감독이다.
그 첫걸음은 당연히 UAE전 승리다. 승점과 득실차 등에 따라 토너먼트 진출이 확정되는 대회에서 첫 번째 경기의 중요성은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첫 경기에서 승리해야 그 분위기가 대회 전체로 퍼져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건 자명하다. UAE를 이기면 동아시아 라이벌인 중국, 일본과의 2차전과 3차전에서도 좋은 기운을 끌고 갈 수 있다.
황선홍 감독도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여기에 있는 모든 팀들이 강한 상대다. 죽음의 조가 맞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에 혼신의 힘을 다 할 생각이다"라면서 "UAE와의 첫 경기가 상당히 중요하다. 모든 역량을 발휘해서 첫 경기를 승리로 이끌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다짐했다.
황선홍 감독이 이번에도 난관을 극복할 수 있을지 역시 관심사다. 황선홍호는 양현준(셀틱FC), 김지수(브렌트퍼드), 배준호(스토크 시티) 유럽파 3인의 차출 불발이라는 어려움을 떠안고 대회를 시작하게 됐다. 유이한 해외파 중 하나인 정상빈(미네소타)도 경기 하루 전 팀에 합류해 UAE전 출전이 불투명하다.
황선홍 감독은 K리그 선수들의 힘으로 이겨내겠다고 했다. 황 감독은 "예선을 치르면서 조직력을 맞춰가야 한다. 지금의 문제를 극복할 것이다. K리그 선수들의 힘을 보여줘야 하는 무대다"라며 K리그 선수들의 활약을 촉구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