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가 4월 7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 6-7 역전패로 2연패에 빠졌다. 사진 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 부산, 김지수 기자) 두산 베어스가 '1패' 이상의 치명상을 당했다. 포스트시즌을 방불케 하는 총력전을 펼쳤지만 뼈아픈 2연패와 함께 2연속 루징 시리즈로 고개를 숙였다.
이승엽 감독이 이끄는 두산은 7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시즌 3차전에서 연장 10회말 6-7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전날 1-8 완패에 이어 2경기 연속 무릎을 꿇었다.
두산 벤치는 이날 선발투수 박신지가 1회말 1피안타 2볼넷으로 흔들리자 2회말 수비 시작과 함께 투수를 박정수로 교체하는 초강수를 뒀다. 박신지는 1회말 1사 만루 위기에서 이정훈을 병살타로 솎아 내고 실점을 막아내기는 했지만 제구력이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이승엽 감독이 게임 전 "내일(4월 8일)은 경기가 없어 쉬는 날이다. 전날도 그저께도 마찬가지로 불펜 소모가 많지 않았다"며 "오늘은 상황이 되면 투수교체 타이밍이 빠를 수 있다. 박신지가 4~5이닝을 던져주면 좋겠지만 게임 상황을 봐야 할 것 같다"라며 총력전을 예고했다.
박정수는 4회초 1사까지 2⅓이닝을 2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아줬다. 뒤이어 등판한 좌완 영건 이병헌이 1·2루 위기에서 이학주, 정보근을 연이어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두산의 빠른 투수교체가 완벽하게 적중했다.
이승엽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가 4월 7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 6-7 역전패로 2연패에 빠졌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두산 타선도 힘을 냈다. 1회초 무사 3루에서 허경민의 1타점 외야 희생 플라이, 2회초 강승호의 솔로 홈런으로 2-0 리드를 가져왔다. 게임 중반까지 추가 득점이 없었던 부분은 아쉬웠지만 투수들의 호투가 빛났다.
두산은 이병헌이 6회말 롯데 선두타자 빅터 레이예스를 유격수 땅볼 처리하고 사이드암 박치국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이병헌이 2이닝 2탈삼진 무실점 퍼펙트 피칭을 펼치면서 롯데 타선을 봉쇄했다. 박치국도 전준우를 중견수 뜬공, 이정훈을 삼진으로 솎아내면서 릴레이 호투 행진에 가세했다.
박치국이 7회말 롯데 선두타자 손호영을 삼진으로 돌려세울 때만 하더라도 모든 게 두산에게 순조로워 보였다. 하지만 박치국이 1사 후 이학주를 우전 안타로 1루에 내보낸 뒤 대타 유강남에게 몸에 맞는 공을 내주면서 흐름이 묘해졌다.
두산은 1사 1·2루에서 필승조 최지강으로 투수를 교체했다. 최지강이 지난 5일 롯데전에서 보여준 2이닝 1사구 2탈삼진 무실점 피칭을 재현해 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두산 벤치의 계산이 완전히 어긋났다. 최지강이 최항에 좌전 안타를 허용하면서 상황이 1사 만루로 악화됐다. 이어 윤동희에게 역전 만루 홈런을 맞으면서 스코어가 단숨에 2-4로 뒤집혔다.
이승엽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가 4월 7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 6-7 역전패로 2연패에 빠졌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두산은 빠르게 반격에 성공했다. 8회초 선두타자 정수빈의 안타와 허경민의 내야 땅볼 때 롯데 3루수 손호영의 1루 송구 실책으로 잡은 무사 2·3루 찬스를 살려냈다. 양의지가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놓는 2타점 2루타를 때려냈다. 계속된 무사 2루에서 김재환의 1타점 적시타, 1사 1·3루에서 박준영의 내야 땅볼 때 한 점을 더 보태면서 6-4로 다시 달아났다.
경기 흐름이 두산 쪽으로 완전히 기운듯했지만 두산은 롯데처럼 실책으로 위기를 자초했다. 8회말 롯데 선두타자 이정훈의 내야 땅볼 때 두산 2루수 강승호의 포구 실책으로 출루가 이뤄졌다.
롯데는 두산이 보인 틈을 파고들었다. 손호영의 안타로 무사 1·2루 찬스로 두산을 몰아붙였다. 이학주의 희생 번트 성공으로 두산은 1사 2·3루 위기에 몰렸다.
두산은 여기서 마무리 정철원을 조기에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한 점과 아웃 카운트를 맞바꾸더라도 동점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시였다.
이승엽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가 4월 7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 6-7 역전패로 2연패에 빠졌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정철원은 일단 유강남을 2루 땅볼로 잡고 아웃 카운트 하나를 늘렸다. 3루 주자가 득점하기는 했지만 2사 3루에서 동점만 막는다면 롯데의 추격 흐름을 끊어 놓을 수 있었다.
그러나 믿었던 정철원이 최항에게 동점 적시타를 허용, 두산의 마운드 운영이 완전히 꼬였다. 정철원이 9회말까지 추가 실점 없이 롯데 타선을 막아내기는 했지만 연장 승부에서 롯데와 불펜 싸움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
두산은 연장 10회말 이닝 시작과 함께 마운드에 오른 좌완 영건 김호준이 선두타자 손호영을 내야 안타로 1루에 내보냈다. 김호준은 이학주의 희생 번트 이후 1사 2루에서 유강남을 삼진으로 잡고 한숨을 돌렸지만 이어 이주찬에 끝내기 안타를 맞고 고개를 숙였다.
두산은 투수 8명을 기용하면서 모든 걸 다 쏟아부었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시즌 5승 9패로 승패마진이 '-4'로 악화된 것은 물론 공동 4위 LG 트윈스, 한화 이글스와 격차도 3.5경기로 벌어졌다. 시즌 초반 상위권 다툼에서 밀려나 5할 승률 회복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상황이다.
이승엽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가 4월 7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 6-7 역전패로 2연패에 빠졌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두산은 최근 몇년간 불펜의 핵 역할을 해줬던 홍건희가 경미한 부상으로 2024 시즌 개막을 함께하지 못했다. 마당쇠 김명신도 구위 저하로 2군에서 컨디션 회복에 힘쓰고 있다. '슈퍼루키'로 주목받았던 김택연도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한 채 퓨처스리그에서 재조정 과정을 거치는 중이다.
두산은 100% 전력을 가동할 수 없는 가운데 시즌 초반 '버티기'가 관건이었지만 현재까지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번주 한화 이글스, LG 트윈스를 차례로 상대하는 상황에서 분위기 반전에 실패한다면 4월 상위권 도약이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