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준형 기자) 토트넘 홋스퍼 수비수 미키 판더펜이 이번 시즌을 4위로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5위로 UEFA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기 위해 웨스트햄을 응원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영국 매체 '미러'는 7일(한국시간) 판더펜과의 인터뷰를 전했다. 그는 "5위로도 충분할 수 있지만 우리는 4위나 그 이상을 원한다"며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위해 웨스트햄을 응원하지는 않을 것 같다. 우리는 내년에 챔피언스리그에 나갈 수 있는 위치에서 시즌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출신 2001년생인 판더펜은 이번 시즌 토트넘으로 이적했다. 그의 이적료는 4300만 파운드(약 735억원)였고 계약 기간은 6년으로 2029년 여름까지다. 토트넘이 어린 선수에게 얼마나 많은 기대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계약이었다.
판더펜은 토트넘의 기대를 100% 부응하는 모습이다. 그는 프리미어리그 첫 시즌에 완벽하게 적응하며 토트넘의 부주장인 크리스티안 로메로와 함께 주전 센터백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시즌 초반 그의 활약은 충격적이었다. 11월 첼시와의 경기 전까지 프리미어리그 10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해 팀이 8승 2무로 무패 행진을 달리는 데 1등 공신이었다. 이 기간 토트넘은 10경기에서 9실점밖에 하지 않으며 리그 선두를 질주 중이었다. 판더펜과 로메로와의 호흡도 완벽했다.
하지만 첼시전이 문제였다. 토트넘은 첼시를 만나 1-4로 패하며 무패 행진이 마감됐고 데스티니 우도기, 로메로의 퇴장도 있었지만 이적생 판더펜이 상대 역습을 막기 위해 질주하가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경기 도중 빠져나갔다. 판더펜은 이 부상으로 두 달간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토트넘은 판더펜이 빠짐과 동시에 추락하기 시작했다. 첼시전을 포함해 판더펜이 돌아오기 전까지 10경기에서 4승 1무 5패를 기록했다. 리그 1위 팀이 순식간에 4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판더펜 대신에 출전한 벤 데이비스, 에메르송 로얄, 에릭 다이어 등이 모두 실망스러운 모습이었다.
판더펜이 돌아오고 다시 토트넘은 부활했다. 8경기에서 2패만을 기록했고 1패는 잉글랜드 FA컵이라 리그에서의 패배는 단 1차례뿐이었다. 판더펜은 지난달 애스턴 빌라와의 경기에서 햄스트링 부상이 재발하며 2경기에 나서지 못했으나 다시 복귀해 경기에 나서고 있다.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그를 첫 시즌부터 주전으로 기용한 이유는 확실하다. 포스테코글루는 수비 라인을 하프 라인까지 올리며 매우 공격적인 전술을 사용한다. 수비 라인을 많이 올리는 만큼 뒷공간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은데 판더펜은 스피드에 강점이 있어 뒷공간으로 침투하는 공격수를 잘 막았기에 포스테코글루 축구와 안성맞춤이었다.
그의 속도는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프리미어리그는 최고 시속을 기록한 선수가 판더펜이었다고 알리며 그가 37km/h가 넘는 속도를 기록했다고 했다. 이번 시즌 그가 가장 빠른 시속을 기록했고 이는 속도를 측정하기 시작한 이후로 프리미어리그 최고 속도였다. 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는 판더펜의 속도가 우사인 볼트와 유사하다고 밝혔다.
판더펜도 자신의 속도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는 "나는 우사인 볼트를 좋아한다"며 "그의 속도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빨라서 나를 그와 비교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토트넘은 현재 리그 5위다.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확보할 수 있는 4위 애스턴 빌라와는 승점 3점 차다. 토트넘이 애스턴 빌라보다 2경기를 덜 치렀기에 2경기에서 모두 승리한다면 4위를 자력으로 차지할 수 있다.
이번 시즌에는 프리미어리그 5위여도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이 가능할 수 있다. 다음 시즌부터 챔피언스리그 진출팀이 4팀 늘어나는데 UEFA가 상위 2개 리그의 5위 팀에게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부여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프리미어리그는 이탈리아 세리에A, 독일 분데스리가에 이은 3위다. 순위를 높이기 위해서는 유럽 대항전에서의 활약이 중요하다.
토트넘은 5위로 나가기 위해서는 자신들의 라이벌인 아스널과 웨스트햄을 응원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아스널은 챔피언스리그 8강에, 웨스트햄은 유로파리그 8강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승리가 토트넘이 5위로도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에 나갈 수 있는 것과 연관돼 있지만 판더펜은 이들을 응원하지 않고 자력으로 4위를 확정 짓고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확보한다는 입장이다.
사진=연합뉴스
김준형 기자 junhyong2@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