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한국 여자 축구대표팀이 2024년 첫 국내 A매치를 승리로 장식했다.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여자대표팀(국체축구연맹(FIFA) 랭킹 20위)은 5일 경기도 이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필리핀(FIFA 랭킹 39위)과의 A매치 친선경기에서 최유리, 지소연, 장슬기의 연속골로 필리핀을 3-0으로 꺾었다.
지난 2월 포르투갈에서 체코(2-1 승), 포르투갈(1-5 패)과의 경기 이후 올해 3번째 A매치이자 국내에서 열린 첫 경기에서 후반에만 3골을 몰아치며 완승을 거뒀다.
이날 벨 감독은 새로운 선수들을 여럿 출전시켰다. 김정미(현대제철)가 골문을 지켰고, 심서연(수원FC), 이영주(마드리드CFF), 고유나(KSPO)가 백3를 구성했다. 고유나는 2002년생 공격 자원으로 179cm의 장신이다. A매치 출전 경험이 없지만 이날 베테랑 수비수 김혜리가 허벅지 부상으로 결장하면서 수비수를 맡게됐다.
좌우 윙백은 추효주(현대제철), 이은영(창녕 WFC)이 자리했고, 중원은 에이스 지소연(시애틀 레인), 장슬기(경주 한수원), 조소현(버밍엄 시티)이 호흡을 맞췄다. 16세 공격수 케이시 유진 페어(에인절 시티), 천가람(KSPO)이 투톱을 이뤄 필리핀 골문을 노렸다.
필리핀은 최근 미국계 선수들이 대거 합류하며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다. 대표팀은 필리핀을 상대로 전반전 내내 경기를 주도했지만 골 결정력에 발목 잡혔다. 12개의 슈팅을 때리고도 유효 슈팅은 2개에 그쳤다.
전반 30분 이은영이 오른쪽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렸고, 천가람이 헤더로 이어갔으나 골대 위를 넘어갔다. 전반 39분에는 고유나의 크로스가 추효주에게 향했고, 페널티 지역 왼쪽을 돌파한 뒤 오른발로 슈팅을 때렸다. 하지만 공은 옆그물로 향했다.
전반전 막바지에도 한 차례 좋은 기회를 잡았으나 이번엔 골대 불운에 울었다. 지소연의 절묘한 침투패스를 받아 천가람이 박스 안 왼발 슈팅을 때렸으나 골대를 강타하며 전반전을 0-0으로 마쳤다.
대표팀은 후반 시작과 함께 천가람을 대신해 최유리(버밍엄)를 투입해 변화를 가져갔다. 후반 13분 한 차례 결정적 기회가 찾아왔다. 최유리가 전방 압박으로 필리핀 선수의 공을 끊어냈고, 단독 드리블로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을 맞이했다. 하지만 최유리의 슈팅은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고 말았다.
최유리는 두 번 실수하지 않았다. 후반 28분 상대 수비수의 백패스 실수를 놓치지 않고 다시 일대일 찬스를 잡았고,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1-0 리드를 잡게 된 대표팀은 페어를 불러들이고 문미라(수원FC)를 투입했다. 직후 프리킥 상황에서 지소연이 추가골에 성공했다. 후반 31분 직접 때린 프리킥이 필리핀 골망을 흔들었다. 이 골로 지소연은 A매치 71호골을 기록, 한국 선수 역대 A매치 최다 득점 기록을 늘렸다.
대표팀은 후반 43분 장슬기의 쐐기골까지 터졌다. 벨 감독은 고등학생 수비수 남승은(오산정보고)에게 A매치 데뷔전 기회를 줬고, 김세연(대덕대)에게도 A매치 2번째 경기를 치르게 해줬다.
올해 첫 국내 A매치를 3-0 완승으로 마무리한 대표팀은 필리핀과의 역대 전적에서 5전 전승을 달리게 됐다. 필리핀과는 오는 8일 같은 경기장에서 다시 한 번 맞붙는다.
한편, 이날 여자 A매치 득점 2위, 한국 여자축구 역사상 첫 FIFA 여자 월드컵 16강 진출에 기여한 전가을의 은퇴식이 열렸다.
전가을은 2007년 베이징 올림픽 예선 베트남전을 통해 성인 국가대표로 데뷔, 2019년 아이슬란드와의 친선경기까지 A매치 101경기에 출전해 38골을 기록했다. 71골의 지소연에 이은 2위다.
2015 캐나다 여자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코스타리카를 상대로 득점포를 가동하며 한국의 사상 첫 여자 월드컵 16강 진출에 기여했고, 아시안게임 3회 연속 동메달(2010·2014·2018년) 획득에도 힘을 보탰다.
경기 시작 전 사용구를 직접 들고 입장하는 '매치볼 캐리어'로 나선 전가을은 전반전 이후 진행된 은퇴식에선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으로부터 기념 트로피를 받았다.
선수 대표로 나온 김혜리(현대제철)와 조소현(버밍엄시티)은 유니폼 기념 액자를 전달했고, 대표팀 서포터스 붉은악마와 가족 등도 그라운드에 함께 나와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전가을을 축하했다.
전가을은 "이런 영광스러운 자리에 서 있기까지 저 혼자 이룬 것이 없다. 동료들이 있었기에 행운이 많은 선수였던 것 같다"고 소감을 밝히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도움을 많이 받은 만큼 앞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좋은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사람이자 축구인으로 모범적으로 살아가겠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