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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매거진] 무한도전의 개척과 모험의 상징 '장기 프로젝트'

기사입력 2011.08.09 13:05 / 기사수정 2011.08.09 13:05

[편집] 기자



[E매거진]
그늘 한 점 없는 미사리 조정경기장의 지난 7월 말은 뜨겁기 그지없었다. 

최고 기온 31도. 그러나 뜨거운 이곳으로 몰려든 인원은 자그마치 3만 5000여 명, 미사리 조정경기장이 개장한 이래 최다 인원이었다. 88년 서울 올림픽 때 1만 5000여 명이 방문한 것이 최고 기록이었다고 하니, 배가 넘는 인원들이 자리한 것이다.

온몸이 그을려지는 것을 감수하고도 뜨거운 장소로 모여든 뜨거운 사람들. 그들이 모여든 이유는 단 하나,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뜨거운 열정을 보기 위함이었다.
 
무한도전, 개척과 모험의 상징

'무한도전'은 특별한 포멧이 없다. 말 그대로 '무형식의 형식'인 셈인데, 이 구조가 예능의 판도를 바꿔 놓았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간추려 설명하더라도 무한도전의 시스템은 혁신적이다. 리얼 버라이어티의 효시이자, 수많은 예능이 다인 MC 체제를 구축하기 시작했으며 PD가 방송을 통해 직접적으로 시청자와 소통했다. 또한, 방송과 비방송의 체계가 모호해지며 보다 친밀하고 가깝게 시청자들에게 다가섰음은 자명하다.

그러나 작금 '무한도전'의 가장 큰 특징은 장기 프로젝트라 보아도 무방할 정도다.

장기 프로젝트 특집이란 한 가지 목표를 위해 오랜 기간 준비하여 선보이는 프로젝트로서, 2007년 댄스 스포츠를 주제로 방영된 '쉘 위 댄스' 특집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 포맷이다. 이후 지속된 에어로빅 특집과 봅슬레이 특집, 레슬링 특집에 이어 조정 특집까지. 모든 것이 장기 프로젝트들의 일환이다.

양날의 검, 장기 프로젝트

맛있는 음식도 매일 먹으면 질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해마다 진행되어 온 장기 프로젝트는 양날의 검처럼 느껴질 수 있는 예민한 특집이다. '늘 그래왔듯' 감동과 재미를 한데 전해줄 수 있느냐, 혹은 '늘 그래왔던 것'이라 물려지느냐가 관건이었다.

이는 장기 프로젝트가 끝날 때마다 나오는 걱정이자 하소연이었고, 일전의 인터뷰에서 그랬듯 ‘무한도전’의 스태프들도 항상 그 부분에 신경을 쓰고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조정 경기장에 온 3만 5000여 명의 관객들을 통해 그것은 기우로 판명났다. 젖먹던 힘을 다해 노를 저어 2,000m를 질주하고,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멤버들은 고꾸라지는 모습. 한 마디의 설명 없이도 보는 이들에게 무언의 감동을 전해준다. 

이것이 '무한도전' 장기 프로젝트의 강한 특징이다. 다행히 양날의 검이라 말했던 이번 특집에서도, 그 칼은 아주 잘 들었다. 사람들의 환호는 그칠 줄 모른다.

'현실과 비현실 사이' 장기 프로젝트에 열광할 수밖에 없는 이유

시청자들은 이중적 면모를 띄고 있다. 그들은 예능을 볼 때 현실을 잊고 재미와 행복을 얻고자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출연자들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행복해하고 웃음을 가져다주면 의심을 품는다. '우리보다 나은 대우를 받으면서 우리보다 힘든 척하는 거라고?'라는 의심을 가진다. 현실을 잊고자 하지만 절대 현실을 잊지 못한다.

'무한도전'은 그 모습을 날카롭게 꿰뚫고 있다. 그래서 현실과 비현실을 적절히 조화 한다. 평균 나이 30대 후반의 남자들의 인간관계를 과감하게 드러낸다. 몇 년을 동고동락해 온 동료지만 그들도 사람이다. 사소한 문제로 불거지는 굴곡과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고, 스태프들은 이에 대해 숨기거나 가리려 들지 않는다.

이번 조정 특집에서도 마찬가지다. 손목 부상으로 팀에 보탬이 되지 못하자 팀 사기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자책했던 정형돈, 그런 부분을 짚어내며 타이르던 유재석의 사소한 트러블, 체력이 달리는 박명수의 투덜대는 모습들까지. 모두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날 만한 상황이다. 지극히 현실적이다.

하지만 '무한도전'의 장기 프로젝트는 일반인이 느낄 수 없는 새로운 분야에 대한 성취감을 대변한다. 노력한다면 무엇이든 성취할 수 있고 해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하지만, 그 분야가 쉽게 다가가긴 힘든 분야이고, 다소 비현실적으로 느낄 수 있는 점인 것은 분명하다.

배에 올라타 중심을 잡지도 못하던 멤버들이 어느새 하나가 되어 힘차게 노를 저어갈 수 있다는 것은 분명히 발전되어가는 모습의 반증이었다. 일반인들이 쉬이 느낄 수 없는 성취감이다. 댄스 스포츠, 에어로빅, 봅슬레이, 레슬링, 조정까지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분야다. 지극히 현실적이지만 또한 지극히 비현실적이다.

그 비현실 속에서 이뤄낸 결과는 8분 2초의 기록. 일반 선수들에는 턱없이 뒤처지는 기록이다. 그러나 정준하의 불의의 부상이 아니었다면 멤버들이 일전에 불가능하다고 고개를 내저었던 7분대도 가능했을 것이다. 

지극히 현실적인 기록이었으나, 성취하는 그 모습만큼은 비현실적이라 보여 질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들은 그렇게 딱딱한 현실의 시청자에게 공감과 함께 성취감과 쾌감까지 선사했다. 게다가 감동도 빼먹지 않았으니 금상첨화인 셈이다.

도전은 무한히, 인생은 영원히

누구나 노력을 하면서 산다. 글을 쓰는 사람은 머리를 짜내면서, 노래를 하는 사람은 목을 가다듬으며 살기 마련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며 산다. 리얼 버라이어티를 표방하는 '무한도전'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장기 프로젝트 기간에는 그 피나는 노력이 더욱 잘 드러난다.

현실과 비현실을 적절히 조화하며 보여주는 그들의 눈물겨운 사투는 흡사 우리네 인생을 반추하게 한다. 무한한 도전, 무한한 선택, 무한한 노력이 함께하는 우리네 인생과 그들의 프로젝트는 별반 다르지 않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더 환호하고 응원할는지 모른다.

'무한도전'과 우리들 인생의 절묘한 접합 지점, 장기 프로젝트. 이적과 유재석이 부른 ‘말하는 대로’에서 등장하는 노래 가사가 그래서 참 와닿는다.

[글] 정지원 / [사진] 엑스포츠뉴스DB

"도전은 무한히, 인생은 영원히. 말하는 대로"



[편집] 이우람 milan@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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