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7.02.27 04:25 / 기사수정 2007.02.27 04:25
글: 김종수/그림: 이영화 화백
와아! 와…
안으로 들어와 보니 바깥에서 들었던 것 보다 소음이 더 컸다.
떠나갈 듯한 함성에 왕정국은 귀를 막고 얼굴을 잔뜩 구겼다.
'젠장! 도대체 알 수가 없군. 고무공하나가지고,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바구니에다 집어넣는 것이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평생을 저잣거리의 주먹잡이로 보낸 왕정국으로서는 해동국 사람들이 왜 이렇게 농구에 열광하는지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하아앗!"
기합소리와 함께 최정열은 허공으로 몸을 훌쩍 솟구쳤다.
타탁.
양쪽에서 상대 선수 둘이 동시에 뛰어올랐지만, 공은 어느새 최정열의 손에 잡혀있었다.
"자! 다시 한번 쏴봐."
바닥에 내려서기가 무섭게 최정열은 공을 동료 격발수인 이승현에게 넘겨주었다. 최정열 주위에 두 명이나 붙어있던 터라 이승현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터텅.
허나 이승현이 던진 공은 또다시 나무판을 맞고 튀어 올랐다.
"염려 마, 염려 마. 내가 또 잡아 줄 테니까."
싱긋 미소지으며 최정열이 몸을 날렸다.
"막아! 모두 나가서."
당황한 상대 쪽에서 세 명이나 달려나왔다.
"어림없다!"
세 명의 정면으로 몸을 부딪히면서 최정열은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터텅.
역시 이번에도 공은 최정열의 차지였다.
"자자…부담 같지 말고, 쏴봐. 빗나가면 내가 또 잡아줄 테니."
방금 전에 실패했던 이승현에게 또 공이 갔다.
철썩.
이번에는 들어갔다. 무려 네 번의 시도만에 들어간 것이었다.
"좋았어, 좋아."
박수를 치며 이승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최정열이었다.
현재 벌어지고있는 서울현 소년원대표와 상주현대표의 연습경기는 65대65로 팽팽하게 진행되고있었다.
경기운영능력, 공격의 정확성, 전체적인 조직력 등에서 소년원은 상주현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러나 이렇게 박빙(薄氷)의 승부를 벌일 수 있었던 이유는 단하나 최정열의 존재 때문이었다.
잡고, 또 잡고, 다시 잡아내고…그야말로 튄공 잡기의 대가가 따로 없었다. 상주현에서는 최정열을 막아보고자 힘으로 밀어 붙여도 보고, 키 큰 선수를 앞에 놓아보기도 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결국 압도적인 공격권의 소유가 이런 대등한 경기를 펼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있었다.
'허허…그 자식, 꼬맹이 때부터 몸놀림하나는 예사가 아니더니, 뭘 해도 잘하긴 하는군.'
농구를 잘 모르는 왕정국역시도 최정열의 역동적인 튄공 잡기에는 내심 감탄을 금하지 못하고 있었다.
"헉헉…"
경기 내내 끊임없이 뛰어다녔던 탓일까? 시간이 경과하자 최정열도 지친 기색을 보이기 시작했다. 안되겠다 싶은 소년원장 김건호가 최정열을 불러들였다.
"젠장! 뭐 하는 거예요? 이런 중요한순간에…"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최정열이 투덜거렸다. 이미 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있는 상태였다.
"시끄러, 임마. 기진맥진한 몸으로 뭘 어떻게 하겠다고? 조금 쉬었다가 들어가."
최정열이 빠지자 경기는 급속도로 상주현의 우세로 펼쳐지기 시작했다. 전열이 흐트러진 소년원선수들은 계속해서 공격을 실패했고. 이에 반해 상주현선수들은 속공을 펼쳐 보이며 점수 차를 벌려나갔다.
"어서, 들여 보내줘요."
마음이 다급해진 최정열이 제자리에서 팔짝팔짝 뛰면서 소리를 질러댔다.
"최정열! 최정열!"
관중석에서도 연신 최정열을 부르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저것 봐요? 사람들도 내가 나오기를 바라잖아요?"
"휴우…"
할 수 없이 김건호는 최정열을 다시 투입했다.
"차아앗!"
언제 지쳤었냐는 듯 최정열은 또다시 경기장을 종횡무진(縱橫無盡)뛰어다니기 시작했다. 그러자 소년원의 경기력은 다시 살아났고, 경기장은 다시 함성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그렇지. 아! 저런 멍청한 놈! 밥상을 차려줘도 못 먹네."
어느새 왕정국도 주먹을 불끈 쥐고 경기에 몰입하고 있었다.
"옳지, 옳지. 잘한다. 그렇지!"
"두…두목님…"
하청이 왕정국을 돌아보며 어이없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험험…"
이에 왕정국이 당황한 표정으로 급히 헛기침을 했다. 그제 서야 자신도 모르게 최정열을 응원하고있었다는 것을 인식한 것이었다.
삐익…
경기는 95대92로 아깝게 소년원의 패배로 끝이 났다. 하지만 최정열이 보여준 놀라운 경기력은 관중들의 기립박수를 받기에 조금의 모자람도 없어 보였다.
왕정국과 하청은 부리나케 연무관 뒤쪽으로 뛰어갔다. 밖으로 철수하는 최정열을 해치우기 위해서였다.
"오늘정말 아까웠다. 하지만 다음에는 잘하자."
경기가 끝났음에도 최정열은 연신 동료들을 독려해주고 있었다.
덜컹.
대기실의 문이 열리며 두 사내가 안으로 들어왔다. 왕정국과 하청이었다.
"다…당신들은 누구요?"
문 앞에 서있던 호위병이 제지하고 나섰지만 왕정국의 주먹한방에 그대로 쭉 뻗고 말았다.
"오랜만이다. 정열아."
"와…왕정국 형님…"
최정열의 얼굴 색이 시퍼렇게 질렸다.
"네놈 입으로 그랬지? 어떤 일이 있어도 패거리를 배신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형님…그것이 아니라…"
"조금 있으면 다른 놈들이 몰려올 것입니다. 제가 즉시 처리하겠습니다."
하청이 즉시 단검을 빼어들고 앞으로 나섰다.
"뭐야? 너희들!"
최정열의 동료들이 우루루 하청을 둘러쌓다.
(계속)
※ 본 작품은 프로농구잡지 월간 '점프볼'을 통해 연재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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