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광주, 김환 기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출신으로 국내 프로축구 41년사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주목받고 있는 제시 린가드가 K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하지만 활약은 저조했고, 하마터면 퇴장을 당할 뻔했다.
FC서울 소속 린가드는 2일 오후 2시 광주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광주FC와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1라운드에서 팀이 0-1로 끌려가고 있던 후반 31분 교체로 투입돼 K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경기 전 명단이 공개되자 린가드의 출전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던 린가드는 이날 교체 명단에 포함됐다.
하지만 김기동 감독은 경기에 전 기자회견에서 린가드를 투입할 가능성이 낮다고 했다. 애초에 린가드가 경기 명단에 포함된 것도 김 감독이 구상한 것과는 다른 일이었다.
김 감독은 "사실 안 데리고 오려고 했었다. 이틀 전에 미팅을 했다. 몸 상태를 물어보니 자신은 60~70%되는 것 같다고 말하더라. 그 정도로는 뛸 수 없다고 했다. 그래도 자신은 몇 분이라도 소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서 현재 상태로는 팬들의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할 거고, 실망시킬 거라고 했는데 자신이 있다고 했다. 또 K리그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보고 싶다며 동행하고 싶다고 해서 데려오게 됐다"라며 린가드가 명단에 포함된 배경을 밝혔다.
서울의 승부수가 바로 린가드였다. 이미 4장의 교체카드를 사용했던 서울은 득점이 터지지 않자 린가드를 투입해 승부수를 띄웠다. 후반 시작하자마자 교체투입된 김경민을 다시 빼면서까지 린가드가 들어갔다.
린가드는 서울 원정팬들의 환호 속에 그라운드를 밟았다. 광주축구전용구장 원정석을 가득 채운 서울 팬들은 그의 이름을 연호하며 린가드를 반겼다.
투입 직후 존재감은 확실하게 과시했다. 린가드는 후반 33분 경합 상황 이후 공이 자신에게 흐르자 과감하게 왼발 중거리 슈팅을 때렸다. 그러나 린가드의 슈팅은 위로 높게 떠 관중석으로 향했다.
날카로운 크로스도 한 차례 선보였다. 후반 39분 린가드가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일류첸코가 헤더로 연결했지만 일류첸코의 헤더는 김경민이 막았다. 린가드 입장에서는 K리그 데뷔전에서 어시스트를 기록할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일류첸코의 헤더가 빗나가며 기회를 놓쳤다.
린가드는 이 크로스를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김기동 감독은 경기에 앞서 린가드의 컨디션이 60~70%정도 올라왔다고 이야기했는데, 김기동 감독의 말처럼 확실히 몸이 무거워 보였다.
무리한 태클로 광주 홈팬들의 야유를 받기도 했다. 린가드는 후반 추가시간 광주의 역습 상황에서 오후성의 드리블 돌파를 저지하기 위해 거친 태클을 시도했다. 퇴장이 나와도 크게 이상하지 않을 만한 상황이었고, 주심이 VOR(비디오판독 운영실)과 교신하자 광주팬들은 일제히 "린가드 퇴장"을 외쳤다. 다행히 주심의 판정은 경고였다.
결국 린가드도 팀의 패배를 막지는 못했다. 린가드의 K리그 데뷔전은 아쉬운 도움 기록 실패와 무리한 태클로 인한 옐로카드로 끝났다.
경기 후 많은 취재진들이 믹스트존에서 린가드를 기다렸다. 프리미어리그(PL) 명문 구단 맨유에서 뛰던 린가드의 K리그 데뷔 소감을 듣기 위해서였다. 방송사들도 카메라와 마이크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린가드는 믹스트존을 그대로 지나쳤다. 취재진이 린가드의 이름을 부르기도 했으나, 린가드는 방송 인터뷰에도 응하지 않은 채 버스로 향했다. 취재진 사이에서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왔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