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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전 류현진 만나 '눈물'→KBO 리빙레전드 다짐 "너무 이기고 싶었다, 올해는…" [오키나와 인터뷰]

기사입력 2024.02.25 07:45

KIA 타이거즈 좌완 선발투수 양현종이 24일 KIA의 스프링캠프지인 일본 오키나와 킨 구장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오키나와(일본), 고아라 기자
KIA 타이거즈 좌완 선발투수 양현종이 24일 KIA의 스프링캠프지인 일본 오키나와 킨 구장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오키나와(일본), 고아라 기자


(엑스포츠뉴스 오키나와(일본), 최원영 기자) 17년 전 아픔, 추억으로 남겼다.

2007년 4월 29일 광주 무등야구장. 홈팀 KIA 타이거즈의 선발투수는 갓 입단한 신인, 2차 1라운드 1순위 지명을 받은 좌완 양현종이었다.

반면 상대 팀 한화 이글스의 선발은 괴물 좌완 류현진이었다. 2006년 데뷔해 승리(18승), 평균자책점(2.23), 탈삼진(204개) 부문 타이틀 홀더가 되며 KBO 신인상, MVP, 골든글러브를 휩쓴 루키였다.

모두가 류현진의 우세를 점친 가운데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양현종은 ⅓이닝 2피안타(1피홈런) 2볼넷 1탈삼진 3실점으로 조기 강판당했다.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패전을 떠안았다. 류현진은 8이닝 6피안타(1피홈런) 1볼넷 5탈삼진 2실점으로 포효했다. 7-2 승리를 이끌며 선발승을 챙겼다.

17년이 흘렀다. 과거 희비가 엇갈렸던 두 선수는 올해 KBO리그에서 다시 맞붙을 가능성이 커졌다. 24일 KIA의 스프링캠프지인 일본 오키나와 킨 구장에서 만난 양현종은 "그땐 이기고 싶어 너무 간절했던 것 같다. 올 시즌 선발 맞대결을 펼친다면 내가 많이 배울 수 있을 듯하다"고 전했다.

신인 시절 뼈아픈 경험을 했던 양현종은 금세 KIA의 선발 에이스로 성장했다. 2020시즌 후엔 미국 메이저리그(MLB) 텍사스 레인저스와 스플릿 계약을 맺었다. 2021시즌을 미국에서 보낸 뒤 2022년 KIA로 돌아왔다. 대표 프랜차이즈 스타가 된 그는 KIA에서 총 16시즌을 보냈다. 통산 484경기 2332⅓이닝서 168승113패 9홀드 평균자책점 3.81을 빚었다. KBO리그 역대 투수를 통틀어 최다승 2위다(1위 송진우 210승). 

류현진도 무대를 넓혔다. 2012시즌까지 한화에서 활약한 뒤 2013시즌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와 손을 잡았다. 2019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FA) 자격을 얻어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이적했다. 지난 시즌까지 토론토의 선발진을 채우다 두 번째 FA 자격을 획득했다. 올해 국내 복귀를 택했다. 지난 22일 한화와 8년 총액 170억원(옵트아웃 포함·세부 옵트아웃 내용 양측 합의 하에 비공개)에 계약했다. KBO리그 역대 최대 규모다.

한화 이글스로 복귀한 좌완 선발투수 류현진이 지난 23일 스프링캠프지인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 구장에서 불펜 피칭에 임하고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류현진은 올해 한화로 복귀했다. 8년 총액 170억원의 초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오키나와(일본), 고아라 기자
한화 이글스로 복귀한 좌완 선발투수 류현진이 지난 23일 스프링캠프지인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 구장에서 불펜 피칭에 임하고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류현진은 올해 한화로 복귀했다. 8년 총액 170억원의 초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오키나와(일본), 고아라 기자


자연스레 양현종과 류현진의 재격돌에 시선이 쏠렸다. 양현종은 신인 시절 맞대결을 회상했다. 그는 "그땐 내가 너무 이기고 싶었던 것 같다. 정확히 기억한다"며 "형은 어린 나이에 이미 정점을 찍은 선수였고, 난 공백이 생겼을 때 대신 나가는 선발투수였다"고 밝혔다.

이어 "쉽지 않은 경기였기에 다들 'KIA가 어떻게 이기냐'고 생각하는 듯했다. 그래서 나 혼자 발악했다. 어떻게든 이겨보려 했는데 너무 빨리 강판당했다"며 "그때의 자료화면이 요즘 많이 돌아다니더라. 눈물을 흘렸던 경기이기도 해 아직도 그 게임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설명했다.

양현종은 "시간이 지나 나도 연차가 많이 쌓였다. 그때 경기 영상을 보며 '와, 왜 그랬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한편으론 정말 절실했다는 생각에 배우기도 했다"며 "모든 편견을 깨고 싶었던 것 같다. 물론 (류)현진이 형이 좋은 피칭으로 이겼지만 말이다. 좋은 추억이다. 시간이 참 빠른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올해 류현진이 KBO리그로 돌아오며 '류-양' 맞대결을 향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양현종은 "정말 맞붙게 된다면 많이 부담스러울 것 같다. 그래도 형이 밝아 보여서 좋았다"며 "기사 등으로 봤을 때 형이 정말 편하게 야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형이 무척 밝은 모습이라 보기 좋았다"고 말했다.

양현종은 "형과 다시 만나면 우리 팀 타자들을 열심히 응원하려 한다. 반대로 나는 한화 타자들을 잘 잡아내야 이길 수 있다"며 "솔직히 '형을 이겨야지'라는 생각은 아닌 듯하다. 내가 집중해 한화 타선을 잘 막고, 우리 타자들이 형을 공략해 준다면 좋을 것 같다. KIA 타자들을 응원하겠다"고 속마음을 내비쳤다.

이어 "현진이 형의 위압감은 여전하더라. 나 또한 정말 존경하는 선수다. 맞붙는다면 재밌는 경기가 될 것이다"며 "어릴 땐 형과 나 모두 시속 150km 이상의 강속구를 던졌지만 이젠 우리 둘 다 그 정도 구속은 나오지 않는다. 경기 운영 등을 보고 배우려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양현종은 "형은 여러 면에서 정말 존경할 수밖에 없는 선수다. 이기고 지고를 떠나 내가 많이 배우는 경기가 될 것이라 본다"고 강조했다.

KIA 타이거즈 좌완 선발투수 양현종이 24일 KIA의 스프링캠프지인 일본 오키나와 킨 구장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오키나와(일본), 고아라 기자​
KIA 타이거즈 좌완 선발투수 양현종이 24일 KIA의 스프링캠프지인 일본 오키나와 킨 구장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오키나와(일본), 고아라 기자​


올해 KBO리그에 '로봇 심판'이라 불리는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이 도입된다. 양현종은 "여러 구종 중 커브가 제일 유리하지 않을까 싶다. 그동안 커브는 거의 쓰지 않았는데 올 시즌엔 지난해보다 비율을 높여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다"며 "ABS 적용으로 커브가 제일 큰 무기가 될 듯하다. 커브를 제2 구종으로 던지는 투수들은 비교적 유리할 것이라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류현진도 커브를 구사한다. 지난해 느린 커브로 주목받기도 했다. 양현종은 "형의 커브는 각이 무척 크다. 물론 형은 모든 구종을 다 뛰어나게 구사하지만 ABS 도입으로 형의 커브가 더 빛날 것이라 본다"고 밝혔다. 류현진에게 커브를 물어볼 생각이 있느냐고 묻자 "그건 서로 부담스럽지 않을까. 갑자기 형에게 가 '어떻게 던져요?'라고 묻기도 조금 그럴 것 같다"며 "만약 형을 만난다면 미국에서 있었던 이야기 위주로 대화할 듯하다"고 답했다.

양현종의 시즌 준비는 순조롭다. 24일 불펜 피칭을 통해 50구를 던졌다. 양현종은 "몸 상태는 나쁘지 않다. 아픈 곳도 없어 개막에 맞춰 잘 준비하려 한다"고 입을 뗐다. 불펜 피칭에 관해서는 "만족할 순 없다. 항상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부상 없이 순조롭게 진행돼 좋다"며 "투구 개수 등 여러 면에서 잘 되고 있다. 크게 신경 쓸 부분은 없다"고 설명했다.

피칭 후 스트라이크존 등을 체크하기 위해 심판진과 이야기를 나눴다. 양현종은 "예전엔 육안으로 스트라이크였던 공이, 올 시즌엔 확실히 존에 걸치지 않으면 볼로 판정받을 수 있다. 센서가 작동해 판단하기 때문에 잘 대처해야 한다. 그 부분에 관해 심판진과 대화했다"고 전했다.

KIA 타이거즈 좌완 선발투수 양현종이 24일 KIA의 스프링캠프지인 일본 오키나와 킨 구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오키나와(일본), 고아라 기자​
KIA 타이거즈 좌완 선발투수 양현종이 24일 KIA의 스프링캠프지인 일본 오키나와 킨 구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오키나와(일본), 고아라 기자​



사진=​​​​​오키나와(일본), 고아라 기자​​​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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