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11년간 빅리그에서 활약한 류현진(한화 이글스)이 KBO리그로 돌아온 가운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토론토 블루제이스 선수들이 류현진과의 추억을 떠올렸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슬레틱'은 24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더니든에서 스프링캠프를 소화 중인 토론토 선수들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2006년부터 7년간 KBO리그에서 뛴 류현진은 2013시즌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빅리그에 입성, 첫해 30경기 192이닝 14승 8패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성적을 남겼다. 많은 승리를 챙긴 것도 중요했지만, 내용 면에서도 크게 흠 잡을 데가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 고무적이었다. 덕분에 그는 내셔널리그 신인왕 투표에서 4위를 차지했다.
한 시즌 만에 다저스의 핵심 선발투수로 자리잡은 류현진은 빅리그 2년 차인 2014년 26경기 152이닝 14승 7패 평균자책점 3.38로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 달성에 성공했다. 그렇게 류현진의 고공행진이 계속 이어지는 듯했다.
빅리그에서 순항하던 류현진에게 첫 번째 위기가 찾아온 건 2015년 5월이었다. 류현진은 왼쪽 어깨 관절와순 봉합 수술을 받으면서 한 시즌을 통째로 날렸고, 이듬해에는 왼쪽 팔꿈치 괴사 조직 제거 수술로 자리를 비우면서 1경기밖에 등판하지 못했다. 10년 가까이 매 시즌 많은 이닝을 책임졌던 류현진으로선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다.
하지만 류현진은 2017년 25경기 126⅔이닝 5승 9패 평균자책점 3.77, 2018년 15경기 82⅓이닝 7승 3패 평균자책점 1.97로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더니 2019년 29경기 182⅔이닝 14승 5패 평균자책점 2.32로 2014년 이후 5년 만에 10승 고지를 밟았다. 빅리그 데뷔 이후 첫 올스타에 선정되는 기쁨을 맛봤고,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 2위에 오르면서 존재감을 입증했다.
만족스러운 성적을 거둔 류현진은 2019년 말 FA(자유계약) 자격을 취득했고, 마운드 보강을 원하는 팀들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류현진의 마음을 사로잡은 팀은 토론토였고, 양 측은 4년 총액 80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당시 토론토는 많은 이닝을 책임지면서 선발진에서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는 투수를 원했다. 류현진이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서 뛴 적은 없지만, 이미 빅리그에서 검증을 마쳤다는 점에서 토론토의 부름을 받았다.
기대와 달리 첫 시즌부터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특히 코로나19의 여파로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일정이 단축됐고, 토론토는 로저스센터가 아닌 임시 홈구장에서 시즌을 소화해야 했다.
빠르게 팀에 녹아든 류현진은 12경기 67이닝 5승 2패 평균자책점 2.69로 팀의 기대에 부응했다. 2021년에는 31경기 169이닝 14승 10패 평균자책점 4.37로 이적 이후 두 시즌 만에 10승 투수가 됐다.
류현진에게 위기가 찾아온 건 2022년 6월 초였다. 그는 부상 이후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존 수술)을 받게 되면서 일찌감치 시즌을 마감했다. 재활에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류현진의 복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류현진은 재활 과정을 순조롭게 진행하면서 복귀 의지를 드러냈고, 지난해 8월 2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홈경기에서 복귀전을 치렀다. 이날 경기를 포함해 8월 한 달간 5경기 24이닝 3승 1패 평균자책점 2.25를 기록, 팀의 기대에 확실하게 부응했다.
다만 9월 들어 류현진의 상승세가 주춤했다. 그는 9월 2일 콜로라도 로키스전 5이닝 4피안타(1피홈런) 2볼넷 2실점으로 승패 없이 경기를 마쳤고, 7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전 5이닝 5피안타(1피홈런) 1볼넷 2실점으로 시즌 2패째를 기록했다.
9월 13일 맥스 슈어저와의 선발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텍사스 레인저스전에서는 부상 복귀 이후 처음으로 6이닝을 던지고도 5피안타(1피홈런) 1볼넷 3실점으로 패전을 피할 수 없었다. 또 류현진은 17일 보스턴 레드삭스전, 23일과 30일 탬파베이 레이스전에서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에 내려왔다. 23일 탬파베이전의 경우 한 경기에 무려 3개의 홈런을 얻어맞으면서 자존심을 구겼다.
결국 정규시즌 막바지에 부진했던 류현진은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시리즈(ALWC) 엔트리 승선에 실패했고, 더 이상 토론토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오를 수 없었다. 류현진과 토론토의 4년 동행에도 마침표가 찍혔다. 2023시즌 최종 성적은 11경기 52이닝 3승 3패 평균자책점 3.46.
류현진은 비시즌 동안 자신의 거취에 대해 고민을 거듭했고, 미국 잔류가 아닌 KBO리그 복귀를 택했다. 또한 메이저리그로 다시 돌아갈 생각이 없다는 뜻을 전하면서 자신의 빅리그 커리어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4년간 함께했던 토론토 선수들은 하나같이 류현진을 좋은 동료로 기억하고 있다. 한국 팬들 사이에서 '류현진 바라기'로 알려진 투수 알렉 마노아는 "베테랑 류현진은 젊은 후배들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얘기하지 않고 행동으로 보여줬다"고 말했다.
류현진과 서로의 성을 길게 부르면서 둘만의 인사를 나누기도 했던 마노아는 "류현진이 클럽하우스에서 보여준 긍정적인 에너지와 유쾌함은 항상 멋졌다"며 "류현진은 큰 존경을 받으면서 그의 커리어가 시작된 한국으로 돌아갔는데, 그곳에서도 잘 던질 것이다. 멘토 역할을 잘 해낼 것이고, 그와 함께하는 한화의 모든 선수는 행운을 누릴 것"이라고 전했다.
선발투수 크리스 배싯은 "류현진처럼 구속을 조절할 수 있는 투수는 많지 않고, 무척 어려운 일"이라며 "류현진은 기본적으로 세 가지 다른 속도로 공을 던지는 일을 해왔다. 던질 줄 아는 투수"라고 평가했다. 또한 외야진의 한 축을 맡고 있는 조지 스프링어는 "류현진을 알고, 또 그와 함께 뛰어 영광이었다"고 얘기했다.
215⅓이닝 동안 류현진과 함께 합을 맞췄던 포수 대니 잰슨은 "류현진은 '체인지업 장인' 중 한 명으로, 타자들의 밸런스를 무너트린 투수였다"며 "류현진의 투구 방식이나 준비, 패턴 등을 보면서 큰 도움을 받았다"고 귀띔했다.
LA 다저스에서 류현진과 한솥밥을 먹었던 내야수 저스틴 터너는 "류현진은 거의 말을 안 했지만, 몇 차례 얘기할 땐 묵직한 메시지를 전해 그를 좋아했다"며 "우리 중 많은 사람들이 끝은 결정할 수 없지만, 그가 그렇게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돼 기쁘다"고 류현진을 응원했다.
사진=오키나와, 고아라 기자 / AP, AFP 연합뉴스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