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시드니, 유준상 기자) 수년간 '잠실 아이돌'이라는 별명과 함께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은 외야수 정수빈(두산 베어스)은 지난해 공격과 수비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뽐냈다.
2021년과 2022년 시즌 타율이 0.259에 그쳤으나 지난해 0.287(498타수 143안타)로 준수한 편이었다. 여기에 도루를 39개나 성공하면서 신민재(LG 트윈스)를 2개 차로 따돌리고 도루왕을 차지했다. 2009년 1군에 데뷔한 정수빈이 도루 부문 1위에 오른 건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정수빈의 존재감은 수비에서도 드러났다. 2020년(1161⅔이닝) 이후 3년 만에 수비이닝 1000이닝을 돌파한 정수빈은 중견수로 1111이닝을 뛰면서 단 1개의 실책도 범하지 않았다. 정수빈 특유의 넓은 수비 범위와 빠른 타구 판단이 돋보인 시즌이었다.
지난 13일 1차 스프링캠프 장소인 호주 시드니 블랙타운 베이스볼 스타디움에서 엑스포츠뉴스와 인터뷰를 진행한 정수빈은 "지난해 이승엽 감독님께서 1번타자로 계속 믿고 경기에 내보내주셨고, 또 거기에 적응했다. 믿어주신 만큼 부응하려고 노력하다 보니까 좋은 모습이 나왔던 것 같다"고 밝혔다.
정수빈이 수비와 주루에서 예년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는 '집중력'이다. 그는 "큰 비결은 없다"면서도 "아무래도 외야수의 실책은 크게 부각되기 때문에 매 이닝 좀 더 집중하려고 했고, 어떻게든 타구를 잡으려고 했다"며 "지난해 같은 경우 스프링캠프 때부터 감독님께서 많이 뛰라고 주문하셨기 때문에 편한 마음으로 뛸 수 있었던 것 같다"고 귀띔했다.
2024시즌에도 정수빈의 활약에 기대가 모아지는 건 새롭게 도입되는 제도가 공격적인 선수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베이스 크기가 기존 15인치(38.1cm)에서 18인치(45.72cm)로 확대되는 게 가장 큰 차이점으로, 전반기 시범 운영되는 피치클락이 추후 정식 도입될 경우 견제 횟수 제한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도루왕 타이틀을 거머쥔 정수빈으로선 2년 연속 도루왕을 노릴 법도 하다. 그는 "베이스 크기도 커지고 투수들 견제 횟수에도 제한이 생긴다면 더 많이 뛸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 때문에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더 많이 뛰려고 한다"며 "수치적으로 설정한 건 없고 다치지 않고 1년을 보내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나이에 대한 '1990년생' 정수빈의 생각은 어떨까. 그는 "나이를 먹다 보면 모든 상황이나 이런 게 다 떠오르다 보니까 힘든 것 같다. 뭔가를 했을 때 힘들다는 걸 미리 알게 된다면 오히려 그게 더 힘들지 않을까. 어릴 때나 지금이나 몸이 힘들다고 느껴지거나 그런 건 전혀 없다.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는 말이 있지 않나. 그런 정신이 딱 박혀 있으면 힘들지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해 두산은 정규시즌 5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으나 NC 다이노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패배하면서 준플레이오프에 오르지 못했다. 단기전에 강해 '가을수빈'이라는 별명도 보유 중인 정수빈은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채 시즌을 마감해야 했다.
정수빈은 "지난해 가을야구에 간 건 정말 잘했지만 첫 경기부터 패배하면서 떨어졌기 때문에 그런 아쉬움이 있는데, 올해 같은 경우 투수들도 많이 좋아진 것 같고 좋은 외국인 타자(헨리 라모스)도 왔다. 다들 욕심을 갖고 있고, 젊은 선수들도 지난해보다 잘하려는 의지를 보이기 때문에 개인 성적이든 팀 성적이든 더 좋아질 것"이라고 다짐했다.
사진=시드니, 박지영 기자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