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시드니, 유준상 기자) 올해로 프로 3년 차가 된 '좌완 영건' 이병헌(두산 베어스)이 첫 실전 등판에 대해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승엽 감독이 이끄는 두산은 14일 호주 시드니에 위치한 블랙타운 베이스볼 스타디움에서 자체 청백전을 소화했다. 청백전은 5회초까지 진행된 가운데, 청팀이 3회초 김민혁의 선제 2타점 적시타에 힘입어 2-0으로 승리했다.
이날 청팀에서는 김민규-백승우-박정수가 차례로 마운드에 올라왔고, 백팀에서는 김유성-이병헌-최지강이 등판했다. 6명 모두 컨디션을 점검하는 등판이었기 때문에 결과에 큰 의미를 두진 않았다.
그럼에도 경기를 지켜보던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던 투수가 있다면 바로 최지강과 이병헌이었다. 최지강의 경우 2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무실점을 기록했고, 최고구속이 151km/h로 측정됐다. 컨디션도, 결과도 좋았다.
그에 비해 이병헌은 ⅔이닝 3피안타 2탈삼진 2실점으로 깔끔하게 이닝을 매듭짓진 못했다. 하지만 코칭스태프와 관계자들 모두 이병헌의 투구에 눈을 떼지 못했다. 그만큼 위력적인 공을 뽐낸 이병헌이다.
3회초 시작에 앞서 마운드에 등판한 이병헌은 가볍게 몸을 풀었다. 이후 선두타자 헨리 라모스와의 승부에서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초구로 볼을 던진 뒤 연속 파울이 나왔고, 유리한 카운트를 선점한 이병헌은 볼카운트 2-2에서 5구로 몸쪽 직구를 던져 루킹 삼진을 솎아냈다. 삼진을 잡아낸 공의 구속은 147km/h로 측정됐다.
이병헌은 1사에서 김인태에게 6구 승부 끝에 중전 안타를 맞은 뒤 후속타자 강승호에게 왼쪽 담장을 직격하는 2루타를 허용, 1사 2·3루의 위기를 자초했다. 김민혁과의 승부에서는 좌전 안타를 내주면서 그 사이 주자 두 명이 모두 홈으로 들어왔다.
2점을 헌납한 이병헌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1사 1루에서 홍성호와의 승부에서 스트라이크 2개를 빠르게 잡은 뒤 헛스윙 삼진을 유도하며 두 번째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2아웃이 됐으나 이병헌의 투구수가 27개에 다다르면서 코칭스태프는 2사 1루에서 그대로 이닝을 마치기로 했다. 자체 청백전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웃카운트 2개를 채운 이병헌은 청백전 이후 취재진을 만나 "(지난해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 이후) 두 달여 만에 공을 던졌는데, 그때보다는 좀 더 가볍게 던지는데 공에 더 힘이 실린 느낌"이라며 "주위에서 해주는 이야기를 듣고 해봤는데, 지금 아니면 해볼 시간이 없지 않나. 괜찮다고 생각하면 여기서 할 수 있는 건 다 듣고 해보려고 한다. 아픈 곳은 없다"고 밝혔다.
선배의 도움이 큰 힘이 됐다는 게 이병헌의 생각이다. 그에게 조언을 건넨 사람은 바로 '토종 에이스' 곽빈이었다. 이병헌은 "전날(13일) 야간 운동을 할 때 (정)철원이 형과 (곽)빈이 형에게 물어봤는데, 오늘(14일) 경기에서는 빈이 형이 이야기해준 것에 신경 쓰면서 공을 던지니까 평소보다 제구도 괜찮았고 의도했던 대로 공이 들어가서 많이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두 사람 사이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을까. 이병헌은 "너무 옆으로 상체가 회전하다 보니까 포인트를 잡기가 힘들다고 하더라. 옆으로 가다가 살짝 업어친다는 느낌으로 가면 좋을 것 같다고 해서 그렇게 해봤는데, 확실하게 좋아졌다. 오른발에 중심이 실려서 버틴다는 느낌이라 억지로 끄집어내서 던지는 게 아닌 전체적으로 안정적으로 던진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또 이병헌은 "원래 3루 쪽을 밟고 던지다가 올겨울부터 1루 쪽을 밟고 던지는 걸 연습했는데, 우타자 몸쪽이나 좌타자 바깥쪽으로 공을 던질 때 힘을 쓰기가 더 편해진 것 같다"며 "(체인지업의 경우) 연습은 했는데 조웅천 코치님께서 많이 말씀해주셨고, 라이브 피칭 때 말씀해주신 것들만 생각하면서 공을 던졌다"고 귀띔했다.
지난해 이닝(27이닝)에 비해 볼넷 개수(22개)가 많았던 만큼 볼넷 없이 경기를 끝낸 것도 이병헌으로선 큰 소득이었다. 2022년 9경기, 지난해 36경기로 해를 거듭하면서 경험을 쌓은 그가 올 시즌에는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낼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사진=시드니, 박지영 기자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