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시한부 선고를 받은 스벤 예란 에릭손 전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이 비록 이벤트 경기지만 자신의 오랜 꿈이었던 리버풀 감독으로 데뷔할 순간을 앞뒀다.
리버풀은 13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에릭손이 아약스와의 자선 경기 때 리버풀 레전드 팀의 감독직을 맡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라고 발표했다.
에릭손은 2002 한일 월드컵에서 잉글랜드 대표팀을 맡는 등 세계적인 명장 중 한 명이다. 그는 포르투갈의 1부리그 프리메이라리가 소속 벤피카를 이끌고 3번의 리그 우승을 이끌었으며, 이탈리아에서도 라치오를 이끌며 세리에A 정상 등극에 성공했다. 1998-1999시즌엔 지금은 폐지된 유럽축구연맹(UEFA) 컵위너스컵 대회 마지막 트로피를 들어올리기도 했다.
그는 2001년 능력을 인정받아 삼사자군단(잉글랜드 대표팀 별칭) 지휘봉을 잡았으나 당시 여론이 걸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내고 2006년 물러났다. 그는 2002년과 2006년 두 번 열린 월드컵서 연달아 8강을 기록했다. 2004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에서도 8강에 머물렀다.
다만 그가 물러난 뒤 잉글랜드 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스티브 맥클라렌, 파비오 카펠로, 로이 호지슨, 샘 알라다이스 등이 에릭손보다 더 낮은 성적을 기록하며 현재는 긍정적인 재평가를 받고 있다. 에릭손 사단 이후 잉글랜드는 3번의 유럽선수권에서 8강 넘는 성적을 기록하지 못했다. 두 번의 월드컵에서도 16강과 조별리그 탈락의 수모를 겪으며 침체기에 빠진 적이 있다.
그러나 에릭손은 지난 2023년 일신상의 이유로 축구계를 떠난 뒤 이달 초 췌장암 말기라는 소식을 알렸다. 세계 각국의 축구계 인사들이 위로를 전하고 있다.
그의 상황이 알려진 후 에릭손은 인터뷰에서 "(의사의 소견상 사망일까지) 1년 정도 남았다. 어쩌면 그보다 덜 남았을 수 있다"며 자신이 시한부라는 점을 공개, 안타까움을 샀다.
세상을 떠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에릭손은 눈을 감기 전에 이루고 싶은 마지막 소원을 말했다. 그는 "내 소망은 언제나 리버풀 감독이 되는 것이었으며 팀을 오랜 기간 응원해왔다”라고 고백했다.
이 소식을 접한 리버풀 사령탑 위르겐 클롭 감독은 에릭손의 마지막 꿈을 이뤄주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그는 "에릭손이 한 평생 리버풀 팬이었다는 사실을 최근에 접했다"며 "구단은 언제나 그를 환영하겠다. 내 사무실 의자에 앉아 하루 정도 감독직을 수행해도 괜찮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이어 "우리 모두 (에릭손이 리버풀 응원한다는 말에)감동을 받았다"며 "그를 구장으로 불러 지난 수 년간 어떻게 발전했는지 보여주는 것이 굉장히 좋은 생각 같다. 여기서 환상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클롭 감독과 마찬가지로 에릭손 고백에 감동 받은 리버풀은 이벤트 매치이지만 그가 평생 원했던 리버풀 감독직을 맡기기로 결정했다.
리버풀은 현지시간으로 오는 3월 23일 홈구장 안필드에서 리버풀 레전드 선수들로 구성된 팀과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 아약스 레전드 선수들로 구성된 팀의 자선 맞대결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 경기에서 리버풀 레전드를 이끌 감독은 에릭손으로 확정됐다.
리버풀은 "클럽 및 리버풀 재단과 연관된 모든 사람들은 리버풀 팬인 에릭손과 그의 가족을 따뜻하게 환영하며, 그날 벤치에서 그와 함께 환상적인 기금 모금 행사를 펼칠 수 있기를 고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자선 경기에서 모금된 수익금은 100% 재단과 자선 파트너의 활동을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단은 이날 이안 러시, 존 반스, 존 알드리지, 예지 두덱, 마르틴 스크르텔, 지브릴 시세 등이 리버풀 레전드 팀 일원으로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또 현역 때 리버풀과 아약스 모두 몸 담았던 라이언 바벨은 리버풀 레전드 팀과 아약스 레전드 팀 소속으로 각각 한 번씩 뛸 것이라고 알렸다.
사진=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