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시드니, 유준상 기자) 신인 드래프트 행사 당시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던 신인 투수는 5개월이 지난 지금 빠르게 팀에 적응 중이다. 2024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두산 베어스에 입단한 우완투수 김택연이 그 주인공이다.
상인천중-인천고를 졸업한 김택연은 황준서(한화 이글스)와 더불어 고교 최대어로 평가받으면서 드래프트를 앞두고 많은 관심을 받았다. 특히 지난해 고교 무대에서 13경기 64⅓이닝 7승 1패 평균자책점 1.13을 기록하며 발전된 기량을 뽐냈다. 탈삼진을 무려 97개나 잡을 정도로 위력적인 구위를 뽐냈다.
2022년 정규시즌을 9위로 마친 두산은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두 번째 순서로 지명할 기회를 갖게 됐고, 김택연에게 손을 내밀었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김태룡 두산 단장은 "여러 선수들을 봄부터 추적해왔지만, 김택연 선수는 봄부터 대만 U-18 야구월드컵까지 꾸준함을 보여줬다. 부상 없이 컨트롤 좋고 스피드를 유지했고, (앞으로) 두산에 빠르면 2~3년 안에 스토퍼로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택연은 국제대회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난해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U-18 야구월드컵에서 6경기 16이닝 2승 평균자책점 0.88로 호투를 펼쳤다. 미국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선발투수로 등판해 7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면서 팀에 승리를 안겼다.
다만 김택연의 등판 간격에 대해 어린 투수를 혹사시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는 대회 기간 동안 무려 247구를 던졌고, 5일 연속으로 마운드에 오르기도 했다. 두산도 이 부분을 인지하고 있었고, 비시즌 기간 동안 김택연에게 충분한 휴식을 부여했다. 팀의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까지 생각했다.
구단의 관리 속에서 새해를 맞이한 김택연은 2군 훈련장이 위치한 경기도 이천에서 몸 상태를 끌어올린 뒤 1군 스프링캠프 장소인 호주 시드니로 향했다. 1차 스프링캠프 참가 명단에 이름을 올린 선수는 '6라운더 외야수' 전다민, 그리고 김택연 단 두 명뿐이다.
10일 시드니 블랙타운 야구장에서 취재진을 만난 김택연은 "아픈 곳은 없다. 아팠다면 쉬고 있지 않았을까. 무리 없이 잘하고 있다. 많이 쉰 만큼 몸 컨디션도 내려온 상태인 만큼 너무 조급해하지 않으려고 한다. 컨디션은 생각대로 올라오고 있는 것 같고, 시즌에 맞춰서 잘 준비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김택연은 캠프 시작 이후 지금까지 네 차례의 불펜피칭을 소화했다. 30구씩 두 차례의 불펜피칭을 실시했고, 세 번째 피칭에선 50구 가까이 투구했다. 이날 투구수는 40구였다. 김택연은 "나도 그렇고 코치님들도 하면 할수록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느끼시더라. 그런 점에서 몸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는 걸 확실히 느끼고 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인터뷰 내내 밝은 표정을 유지한 김택연은 "확실히 좋은 구단에 와서 적응하다 보니까 더 좋아지는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면서도 "훈련 여건이 가장 큰 장점인 것 같고 웨이트 트레이닝 시설이나 야구장 등 전체적인 환경도 좋아서 체계적으로 운동을 할 수 있다. 또 좋은 코치님들과 전력분석팀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룸메이트는 '1차지명 출신' 우완투수 이영하다. 김택연은 "한 번도 뵌 적이 없어서 캠프 초반엔 어색하기도 했는데,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서 친해졌고 야간에 운동도 같이 한다. 프로 무대에 적응하는 데 있어서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고 귀띔했다.
김택연이 순조롭게 캠프를 마치더라도 시즌 초반 주요 보직을 맡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김)택연이 같은 경우 5개월 동안 공을 안 던진 상태에서 캠프에 들어갔다. 이천에서 두 차례 정도 불펜 피칭을 했지만, 투구수가 부족했다. 선배들과 경쟁하면서 페이스를 오버해서 끌어올릴 수 있다. 부담없는 상황에 (김택연을) 올리면서 KBO리그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다. 마무리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김택연은 "편한 상황에 올라간다는 것만으로도 일단 1군 무대를 밟을 수 있는 거니까 그런 상황에서 계속 잘하다 보면 더 중요한 보직, 혹은 팀에 필요한 상황에 등판할 수 있는 선수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한 단계씩 성장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사진=두산 베어스, 엑스포츠뉴스 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