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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암 이겨낸' 알레의 '인간극장'…나이지리아전 '역전 결승포'→조국 코트디부아르에 우승컵 선물

기사입력 2024.02.12 11:08 / 기사수정 2024.02.12 11:08



(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고환암에 걸렸던 세바스티앙 알레가 결승골을 넣으며 조국 코트디부아르를 2023 아프리카축구연맹(CAF) 네이션스컵 우승으로 이끌었다.

코트디부아르는 12일(한국시간) 코트디부아르 아비장에 위치한 에핌베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나이지리아와의 2023 네이션스컵 결승전서 2-1로 승리했다.

개최국이었던 코트디부아르는 조별리그에서 1승2패로 부진했으나 조 3위 와일드카드로 16강에 올랐고, 대회 도중 감독을 교체하는 초강수를 둔 끝에 값진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통산 세 번째이자 2015년 이후 9년 만이다.



코트디부아르는 4-3-3으로 나섰다. 야히아 포파나가 골문을 지켰고, 지슬랑 코낭, 에반 은디카, 오딜롱 코수누, 세르주 오리에가 백4를 이뤘다. 세코 포파나, 장 미카엘 세리, 프랑크 케시에가 중원에서 호흡을 맞췄고, 시몬 아딩그라, 알레, 막스 그라델이 3톱으로 출전했다.

나이지리아는 3-4-2-1로 맞섰다. 스탠리 은와발리가 골키퍼 장갑을 꼈다. 세미 아제이, 윌리엄 트루스트 에콩, 캘빈 배시가 수비를 맡았다. 올라 아이나, 프랭크 오니에카, 알렉스 이워비, 자이두 사누시가 중원을 형성했다. 사무엘 추쿠에제, 아데몰라 루크먼이 2선에 위치했고, 빅터 오시멘이 최전방 원톱으로 나섰다.

선제골은 나이지리아의 몫이었다. 트루스트 에콩이 헤더로 코트디부아르의 골망을 흔들며 앞서나갔다. 전반전은 나이지리아의 1-0 리드로 종료됐지만 후반전 코트디부아르의 반격이 시작됐다.

후반 15분 세리의 중거리 슛이 골대를 강타하며 예열을 마친 코트디부아르는 2분 뒤 케시에가 동점골을 터뜨리면서 균형을 맞췄다. 먼 포스트를 노린 코너킥을 케시에가 정확히 이마에 갖다대 동점을 만들었다. 관중석에서 지켜보던 레전드 디디에 드록바도 크게 기뻐했다.

연장전으로 접어들 것 같던 승부에 마침표를 찍은 건 알레였다. 후반 36분 아딩그라의 크로스를 달려들면서 발만 갖다대 득점에 성공했다. 알레의 역전 결승골이 터지자 코트디부아르 벤치는 물론 관중들 모두 환호했고, 남은 시간 점수 차를 잘 지켜내면서 코트디부아르가 우승을 차지했다.





사실 코트디부아르는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탈락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기니비사우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2-0으로 승리한 코트디부아르는 결승전 상대였던 나이지리아와 2차전에서 만나 0-1로 패했다. 최종전 적도기니전에선 무려 0-4라는 스코어로 참패해 탈락 위기에 몰렸다.

다행히 조 3위를 차지해 각 조 3위 팀 중 성적이 좋은 상위 4개 팀 안에 들면서 16강 티켓을 손에 넣었다. 이후 코트디부아르는 2022년부터 팀을 지휘한 장루이 가세 감독을 경질하는 초강수를 뒀고, 코치였던 에메르스 파예를 임시 감독으로 임명했다.

토너먼트도 험난했다. 또다른 우승후보 세네갈과 만나 전반 4분 만에 선제골을 먹히며 끌려갔다. 후반 40분까지 0-1로 뒤지던 코트디부아르는 후반 41분 케시에의 페널티킥 동점골로 간신히 원점으로 되돌렸다. 이어 연장전에서도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승부차기로 넘어가더니 키커 전원이 성공하면서 한 명이 실축한 나이지리아를 5-4로 꺾고 8강에 올랐다.

8강에서도 접전이 펼쳐졌다. 전반 43분 코수누가 퇴장 당하며 수적 열세라는 불리한 조건을 안고 경기에 임했다. 0-0 팽팽한 균형이 이어지던 후반 26분 말리에게 선제골을 내주면서 탈락하는 듯 했다.

하지만 후반 45분 패배가 임박했던 순간 아딩그라가 극장 동점골을 넣으며 다시 연장 혈투를 펼쳤다. 이어 연장 후반 추가시간 우마르 디아키테가 역전 결승골을 넣어 말리를 2-1로 물리치고 4강에 진출했다.

4강에서는 콩고 민주 공화국을 상대로 후반 20분 터진 알레의 결승골로 1-0 승리했다. 이날도 무려 14개의 슈팅을 기록하고도 유효슈팅은 단 2개에 그치는 빈공으로 어려운 경기를 펼쳤으나 알레의 한 방이 터지면서 결승에 오를 수 있었다.

결승전 상대는 조별리그에서 패배를 안겼던 나이지리아였다. 그리고 이 경기에서도 알레가 결승골을 꽂아넣으며 영웅이 됐다.





알레는 고환암에 걸려 은퇴 위기까지 갔던 몸이다. 알레는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 웨스트햄 유나이티드를 거쳐 네덜란드 아약스에서 기량이 만개했다. 2020-21시즌 리그 19경기에서 11골을 넣어 리그 우승을 도왔고, 지난 시즌에도 리그 31경기 21골,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8경기 11골 등 맹활약 했다.

이후 2022년 여름 아약스를 떠나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로 이적했다. 맨체스터 시티로 떠난 엘링 홀란의 빈자리를 메워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고환암 진단을 받고 수술대에 올랐다. 생명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지만 선수 인생을 끝장낼 수도 있는 병이었다. 11월 한 차례 더 수술을 받아 종양을 완전히 제거한 알레는 약 6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회복을 거친 후 마침내 팀 훈련에 복귀했다.

지난해 1월 알레는 독일 빌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내 마음 속에 '죽음'이라는 단어는 결코 떠오르지 않았다. 슬픔이나 후회도 하지 않았다. 암 진단을 받았을 때 나는 '지금 일어난 일을 겪어야 한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긍정적인 마인드로 무장해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주문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가족들과 친구들이 있었다. 내게 좋지 않은 우울감에 빠지지 않도록 도와줬다"고 설명했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 중 하나는 아이들에게 진실을 말해야 했을 때였다. 알레는 "아내와 먼저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넷에서 조언을 구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물어봤다"면서 "비디오를 통해 아이들에게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하지만 내가 아프기 때문에 몇 주 혹은 몇 달 동안 병원에 입원해야 한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이해시키는 것은 정말 힘들었다"고 기억했다.





알레는 "내 인생에서 겪었던 모든 경험과 여정, 그리고 스포츠계의 많은 사람들과의 접촉이 나를 이렇게 긍정적인 사고 방식으로 이끌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제 인생을 큰 도전으로 보고 긍정적인 방식으로 접근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선수단 복귀 후 지난 시즌 19경기 9골 5도움으로 마친 알레는 이번 시즌에는 리그 11경기에 출전하고 있으나 무득점에 그치고 있다. 주로 교체자원으로 출전하며 주전 경쟁에서 밀린 상태다.

그러나 코트디부아르 대표로 나선 이번 네이션스컵에서 결승전 역전 결승골 주인공이 되면서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그야말로 한 편의 인간극장이었다.

사진=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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