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인천공항, 나승우 기자)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서 처참한 성적을 거두고 돌아온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이 분노한 팬들의 '엿사탕 세례'를 피하지 못했다. 자신의 팬처럼 위장한 이에게 야유를 듣는 굴욕도 당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조현우, 김주성, 설영우 등 국내파 12명과 함께 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환하게 웃으며 입국장을 나온 클린스만 가독은 곧바로 진행된 스탠딩 인터뷰에서도 얼굴에 만연 웃음을 지었다. 인터뷰 도중 분노한 팬들의 엿사탕 세례가 날아들었지만 꿋꿋하게 인터뷰를 마치며 '강철 멘털'을 보여줬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64년 만의 아시아 정상에 도전했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황희찬(울버햄프턴) 등 해외파 선수들과 K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조화를 이룬 이른바 '황금세대'라는 평가를 받았기에 우승에 대한 기대감이 무척 컸다.
그러나 결과는 참혹했다. 조별리그에서 1승2무를 거뒀으나 상대와의 전력 차를 고려하면 절대 만족할 수 없는 성적이었다. 1위로 진출한 것도 아닌 2위로 16강에 올라 자존심을 구겼다.
사우디아라비아전, 호주전은 연장전까지 가는 혈투가 펼쳐졌다. 2경기 모두 선제 실점을 내줬지만 후반 추가시간 동점골을 넣는 투혼을 보여줬다.
그러나 요르단과 4강전까지 기적이 일어나지는 못했다. 요르단에게도 먼저 실점한 대표팀은 동점골 대신 추가 실점을 허용하며 0-2로 패했고, 그렇게 대표팀의 아시아 정상 등극을 향한 도전은 막을 내리게 됐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날 입국 기자회견에서 대표팀 감독이 아닌 제3자 입장에서 하는 듯한 발언으로 일관했다. 졸전 끝 4강 탈락이라는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과를 하는 말은 없었다.
사퇴 의사를 묻는 질문에 "이 팀을 이끌고 있어서 행복하다. 긍정적인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을 생각하며 앞으로 다가올 코앞에 다가온 월드컵 예선을 준비하는 게 상당히 중요하다"라고 답하거나 "요르단이 훨씬 더 좋은 팀이었다. 결승에 진출할 자격이 충분한 팀이었다. 다만 4강에 올라간 상황에서 실패라고 말할 수는 없다"라며 대표팀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한참 낮은 요르단을 추켜세우기도 했다.
참다참다 결국 분노한 팬의 엿사탕이 클린스만 감독을 향해 날아들었다. 취재진은 물론 경호원들까지 인터뷰에 집중하는 사이 한 남성 팬이 '이게 축구냐! 이게 축구야?!'라고 소리치며 엿사탕을 던졌다.
이 때 클린스만 감독은 태도에 변화를 드러내지 않은 채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코앞에 다가온 태국과의 2연전을 어떻게 준비할지에 대한 이야기를 정몽규 회장과 나눴다.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라고 답했다.
인터뷰가 끝나고 공항을 빠져나가는 동안에도 팬들의 분노 섞인 외침이 쉼없이 들려왔다. 클린스만 감독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영어로 욕설을 내뱉는 팬들도 있었고, 대표팀 감독 사퇴 요구 목소리가 빗발쳤다.
그 중엔 클린스만이 1994년 미국 월드컵 때 입었던 독일 대표팀 유니폼과 그의 사진을 들고 나온 이도 있었다. 클린스만의 팬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였다. 이들은 클린스만과 가까워지자 야유를 퍼부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렇게 팬들의 쏟아지는 분노를 뒤로한 채 경호원들 철통 같은 안내를 받고 공항을 빠져나갔다.
사진=인천공항, 김한준 기자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