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아쉽게 메이저 대회 트로피를 놓친 손흥민(31)이 대표팀 거취와 관련된 발언을 했다. 그의 진심은 무엇일까.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7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에 있는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요르단과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0-2로 완패, 우승 도전을 멈췄다.
한국은 전반에 상대 파상 공격을 가까스로 막아내며 0-0으로 마쳤으나 후반 들어 수비가 와르르 무너졌다. 후반 8분 야잔 알나이마트, 후반 21분 무사 알타마리 등 요르단이 자랑하는 두 공격수에게 연속 실점했다. 그야말로 무기력했다. 한국은 이날 유효슈팅을 하나도 기록하지 못하고 굴욕적인 패배를 당했다.
손흥민은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직후, 이전 메이저 대회에서 눈물을 흘렸던 것과 달리,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한 곳에서 그대로 서 있더니 울먹거리기만 했다.
(알라이얀=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6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4강전 한국과 요르단 경기에서 경기 종료 시간이 가까워지자 이강인, 손흥민, 조규성이 안타까워하고 있다.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에서 뛰는 손흥민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과다. 올해 31살로 마지막 아시안컵이 될 가능성이 크다보니 어느 때보다 의욕을 갖고 준비했는데 뜻하지 않은 상대에게 힘 한 번 쓰지 못하고 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대표팀은 프리미어리그에서 이미 시즌 10골을 달성한 황희찬, 독일 최고 명문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는 수비수 김민재, 프랑스 최강 파리 생제르맹에 입단한 이강인 등 유럽 빅리그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는 선수들이 포지션마다 있어 손흥민과 함께 우승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어느 대회보다 부진한 내용과 결과로 짐을 싸게 됐다.
손흥민은 6경기 전 경기 풀타임 출전하며 주장의 품격을 보였지만, 요르단과의 4강전에선 공격마저 말을 듣지 않았다. 유효슈팅이 하나도 없었다.
손흥민은 조별리그에서 페널티킥을 두 골을 넣고 호주와의 8강전에서 1골과 1개의 페널티킥을 만들어 내며 준결승 진출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하지만 손흥민은 준결승에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고 말았다.
(알라이얀=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6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4강전 한국과 요르단 경기가 끝난 뒤 손흥민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왼쪽)과 차두리 코치는 낙담한 선수들을 위로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경기 후 방송 인터뷰에서 손흥민은 좀처럼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렇게 10초 이상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그가 입을 열었다. 손흥민은 "뭐라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너무 죄송하다"고 말한 뒤 "선수들은 아쉽지만, 최선을 다했다. 저희 실수로 경기가 이렇게 마무리돼 죄송하다. 너무 아쉽다"라고 말했다.
이어 진행자가 늦은 시간까지 응원해 준 국민들께 한마디 부탁하자, 손흥민은 "너무 감사드리고 죄송하고 늦은 시간까지 말도 안 되는 성원을 보내주셨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좋은 모습을 못 보여드려 죄송하다. 축구선수로 더 발전되고 국가대표팀이 더 발전할 수 있도록 정말 많이 노력하겠다.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공동취재구역(믹스드존)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선 뜻밖의 발언을 해 화제를 모았다. 그는 클린스만 감독 체제로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믿는지 묻는 말에 "내가 앞으로 대표팀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2월 6일 카타르 알라이얀에 있는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요르단의 아시안컵 경기. 손흥민이 무사 알 타마리의 두 번째 골이 터진 뒤, 실망하고 있다. Reuters 연합뉴스
외신 인터뷰에서도 손흥민의 발언은 이어졌다. 비인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도 그는 "결과에 대해 정말 실망했고 처참하다. 요르단은 이번 대회에서 엄청난 여정을 보내고 있었고 놀라웠다. 그리고 그들이 끝까지 싸워 이길 자격이 있었다. 오늘은 정말 실망스럽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대회에 나섰던 자신의 도전을 평가해 달라는 말에, 손흥민은 "정말 어려웠다. 그리고 어떠한 후회도 없다. 솔직히 모든 걸 바쳤다. 어려운 대회였다"라며 "아시아 축구는 점점 발전하고 있고 열띤 경기가 이어졌다.
물론 손흥민의 의도는 클린스만 감독이 자신을 발탁하지 않을 수 있다는 원론적인 의도였다. 그는 손흥민은 "감독님께서 저를 더 이상 생각 안 하실 수도 있고 앞으로의 미래는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손흥민이 이런 해석의 여지를 줄 인터뷰를 과거에 하지 않았던 점에서 이번 발언은 이전과 다르다.
2월 6일 카타르 알라이얀에 있는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요르단의 아시안컵 경기. 손흥민이 요르단에 패해 대회에서 탈락한 뒤 좌절하고 있다. Reuters 연합뉴스
당장 이 발언이 어떤 의미를 포함하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하지만 손흥민 이전에 대표팀 주장들은 모두 아시안컵을 끝으로 대표팀 은퇴를 발표했기 때문에 그의 대표팀 거취와 관련한 발언이 나오면서 더 이목이 쏠린다.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 이후 당시 주장 박지성이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그의 나이 30세로 지금의 손흥민보다 1살 많았다. 고질적인 무릎 부상을 안고 있었던 상태였기 때문에 이른 대표팀 은퇴를 결정했다.
이어 2019년 아랍에미리트 대회 이후엔 손흥민 이전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까지 대표팀 주장을 맡았던 기성용도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기성용 역시 30세에 대표팀을 떠났다. 기성용은 아시안컵 도중 부상으로 인해 조기에 소속팀으로 복귀해야만 했다.
소중했던 우승 기회를 놓치며 허탈하게 통산 네 번째 아시안컵을 마무리한 손흥민은 통산 네 번째 월드컵인 2026 북중미(미국-캐나다-멕시코 공동 개최) 월드컵에 나설지 중대 기로에 섰다. 손흥민의 진심은 무엇일까.
일각에선 손흥민의 발언이 '진짜 은퇴'보다는 대표팀 혹은 한국 축구 전반에 대한 각성을 제기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고도 한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 그의 발언의 진위가 보다 명확하게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알라이얀=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6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4강전 한국과 요르단 경기에서 경기 종료 시간이 가까워지자 손흥민이 안타까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