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스페인 프로축구 경기 중 선수가 관중에게 똥침을 당하는 황당 사건이 발생하자 소속팀 세비야가 라리가에 공식적인 조치를 요구하고 나섰다.
세비야는 6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구단은 이번 주 월요일 라요 바예카노와의 경기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 이 경기에서 구단 소속 선수 루카스 오캄포스가 현지 팬들로부터 음란하고 완전히 부적절한 행위를 당했다"라며 "구단은 이러한 행위가 경기장에서 반복되지 않도록 규정을 명시하는 등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기를 바라며, 이 뜻을 라리가 측에 전달했다"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이어 "우리가 세계 최고의 리그가 되고자 한다면 이러한 행위는 결코 용납돼서는 안 된다. 자신을 위협한 현지 팬의 용납할 수 없는 행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인내심과 프로정신을 보여준 오캄포스에게 최대한 응원을 보낸다"라며 피해 선수를 격려했다.
관중이 선수에게 똥침을 한 이 황당 사건은 6일 세비야와 라요의 2023-24시즌 라리가 23라운드 경기에서 발생했다. 라요 홈에서 열린 이 경기에서 아르헨티나 출신의 세비야 공격수 오캄포스가 전반 33분 스로인을 준비하던 중 현지 꼬마 팬에게 똥침을 당했다.
오캄포스는 즉시 뒤를 돌아 관중을 노려봤다. 황당하고 수치스러운 감정으로 자제력을 잃을 수 있었던 상황이었으나 오캄포스는 침착함을 유지했고, 화를 삭힌 후 경기를 재개했다. 문제의 팬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아무런 조치 없이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스페인 문도 데포르티보는 "라요와 세비야의 경기 도중 한 팬이 오캄포스의 엉덩이를 손가락으로 만졌다. 아르헨티나 윙어는 스로인 도중 이 문제를 겪었다. 이례적이고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 일어났다. 스로인을 위해 관중석 옆으로 다가간 오캄포스에게 한 팬이 추악한 행동을 저질렀다"라고 이 사건을 조명했다.
이어 "어린 라요 팬은 오캄포스 엉덩이에 손가락을 꽂아넣었다. 적어도 시도를 한 건 분명했다. 오캄포스는 즉시 항의하기 위해 돌아섰고, 주변에 있던 몇몇 팬들은 어린 팬의 행동에 웃음을 터뜨렸다"라고 주변 팬들의 반응도 부적절했다고 설명했다.
경기 도중이라 일단 참긴 했지만 오캄포스의 분노가 완전히 가라앉은 건 아니었다. 오캄포스는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축구계에서 앞으로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문도 데포르티보에 따르면 오캄포스는 "의심할 여지 없이 영상이 이를 보여줄 것이다. 리그 차원에서 인종차별 같은 문제들처럼 이번 사건을 진지하게 다뤄주길 바란다. 물론 모든 라요 팬들이 그럴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팬들은 언제나 존중을 보였다. 그러나 어디에든 모자란 이들이 있는 법"이라며 "다른 곳에서 이와 같은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어 "만약 여자축구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면 어떻게 됐겠나"라고 반문한 오캄포스는 "매우 화가 났다. 하지만 내 두 딸을 생각해 참았다. 미래에 내 딸들이 같은 일을 겪지 않길 바랄 뿐"이라며 "리그가 취해야 할 조치를 취하길 바란다. 이런 모자란 사람들이 다른 정상적인 팬들의 이미지를 더럽히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스페인 풋볼 에스파냐는 "어떤 조치가 취해질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문제의 소년이 시즌권 보유자거나 구단 회원일 경우 자격이 박탈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전망했다.
한편, 세비야는 이날 라요를 2-1로 꺾었다. 유세프 엔네시리의 멀티골잍 터지면서 이시 팔라존이 만회골을 넣은 라요를 눌렀다. 오캄포스도 풀타임 활약하며 힘을 보탰다.
이번 시즌 극도의 부진에 빠지며 강등권에서 허덕이고 있었던 세비야는 라요 원정에서 귀중한 승점 3점을 챙기며 4승8무11패, 승점 20으로 15위까지 뛰어올랐다. 18위 카디스와의 승점 차는 3점으로 아직 안심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일단 강등권에서 탈출하는 데는 성공했다.
사진=문도데포르티보,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