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도하, 권동환 기자) 카타르가 다시 한국 스포츠 약속의 땅이 될 수 있을까.
클린스만호가 두 차례 혈투 끝에 사우디아라비아와 호주를 각각 누르고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준결승에 오르면서 64년 만의 정상 등극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대회가 중동에서 열리는 터라 7일 0시 준결승에서 붙게 될 요르단, 11일 0시 결승에서 만날 이란 혹은 카타르 등 인접국들의 기세가 만만치 않지만 2년 전 카타르 월드컵에서 아시아 대표로 참가했던 두 팀을 이긴 한국의 저력도 대단하다.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황희찬 등 유럽파 핵심 선수들과 더불어 조현우, 김영권 등 국내파들의 헌신이 잘 어우러지면서 대업에 점점 다가서는 분위기다.
그런데 카타르에선 축구 외에 수영에서도 한국이 큰 일을 낼 태세다. '한국 수영의 간판' 황선우가 지난 2011년 박태환 이후 13년 만에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금메달에 도전하고 있어서다.
한국 축구가 아시안컵 결승에 올라 우승을 거두고 난 직후부터 황선우의 레이스가 시작된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과 은메달, 동메달 2개씩 목에 건 황선우는 역시 세계적 강자인 선배 이호준과 함께 오는 12일 남자 자유형 200m 예선과 준결승을 치르고, 13일 같은 종목 결승을 통해 우승에 도전한다.
황선우의 금메달 전망이 어느 때보다 밝다. 올해 7월 열리는 파리 하계올림픽을 준비하기 위해 같은 종목 강자인 다비드 포포비치(루마니아)가 아예 불참하고 매튜 리처즈, 톰 딘(이상 영국)은 이 종목에 나서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레이스가 쉬운 것은 아니어서 미국과 호주의 강자들이 황선우와 경쟁할 것으로 보이지만 어느 때보다 금메달 전망이 밝은 것 역시 사실이다.
한국 수영은 오는 16일 남자 계영 800m를 통해 세계선수권 사상 첫 단체전 메달에도 도전한다.
일주일도 안 되는 시간에 축구와 수영을 통해 대한민국이 주목하는 땅이 바로 카타르 도하가 됐다. 도하에서 한국 스포츠가 좋은 기운을 많이 받았던 만큼 이번에도 연속 쾌거가 기대된다.
한국 축구는 지난 1993년 10월 카타르에서 기적 같은 월드컵 본선 티켓을 거머쥔 적이 있다. 1994 미국 월드컵 최종예선이 중립지 카타르에서 6개국 단일 리그로 펼쳐졌는데 일본을 극적으로 따돌리고 본선행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최종전에서 북한을 3-0으로 눌렀지만 일본이 이라크를 2-1로 이기고 있어 웃을 수 없었다. 그러나 후반 추가시간 이라크가 2-2 동점에 성공하면서 한국과 일본이 나란히 2승 2무 1패를 기록했고 골득실에서 앞선 한국이 극적으로 미국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2006년엔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스포츠가 신화를 썼다. 특히 고교생 박태환이 수영 남자 자유형 200m와 400m, 1500m에서 중국과 일본의 강자들을 모조리 따돌리고 3관왕에 오르는 쾌거를 썼다. 이 때의 3관왕은 박태환이 이듬해 호주 멜버른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수영 사상 첫 금메달(남자 자유형 400m)을 따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같은 종목을 통해 한국 수영사 첫 올림픽 우승을 하는 기적의 토대가 됐다.
그리고 2022년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의 16강 감격으로 카타르가 다시 한국 스포츠 약속의 땅이 됐다. 우루과이, 가나, 포르투갈 등 어려운 팀들과 3연전에서 경기 내용을 지배했다. 아울러 포르투갈전 후반 추가시간 손흥민의 70m 드리블에 이은 황희찬의 16강 확정포는 국민들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했다.
'약속의 땅'이 다시 한국 축구와 수영에 쾌거의 장소로 변할 수 있을까. 운명의 일주일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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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