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미지 나빠질라'…'인성도 월클' 김민재, 도핑테스트 뒤 청소까지 '싹' [도하 현장]

(엑스포츠뉴스 도하, 권동환 기자) 실력뿐만 아니라 인성도 월드 클래스였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핵심 센터백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속깊은 행동으로 관계자들의 존경을 샀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3일(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호주와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카타르 8강전에서 연장 120분 혈투를 치른 끝에 2-1 역전승을 거뒀다.

한국은 이날 전반 42분 호주 윙어 크레이그 굿윈에게 선제골을 허용한 뒤 후반 45분 이내에 동점골을 넣지 못해 패배 위기에 몰렸지만, 후반 추가시간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황희찬(울버햄프턴 원더러스)이 마무리 지으면서 경기를 연장전으로 끌고 갔다.

이후 연장 전반 때 좋은 위치에서 얻어낸 프리킥을 손흥민이 환상적인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해 호주 골망을 흔들면서 경기를 뒤집었다. 리드를 잃어 버린 호주는 설상가상으로 미드필더 에이든 오닐이 황희찬 발목을 가격해 다이렉트 퇴장을 당하면서 수적 열세에 처했다.
 


남은 시간 동안 한국은 동점골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호주와의 8강전을 2-1 승리로 마무리해 결승전까지 올라갔던 지난 2015 호주 아시안컵 이후 9년 만에 대회 준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토너먼트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호주를 연달아 격파한 클린스만호가 준결승에서 만나는 상대는 8강에서 타지키스탄을 1-0으로 꺾고 올라온 요르단이다. 조별리그에서 한 조에 묶여 2-2 무승부를 거둔 바 있는 두 팀은 오는 7일 오전 0시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결승행 티켓을 두고 준결승전을 치른다.

경기를 마치고 다음 날 태극전사들은 카타르 도하 알에글라 훈련장에 모여 훈련을 진행했다. 모든 선수들이 정상적으로 훈련에 참가한 가운데 축구대표팀 관계자가 호주전 이후에 있었던 김민재의 미담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축구대표팀 관계자에 따르면, 호주전이 끝난 후 김민재와 이강인(PSG)이 무작위로 선정되는 도핑 테스트 대상자가 돼 검사를 받았다. 직전 사우디전에선 손흥민이 도핑 테스트를 진행했다.



도핑 테스트는 경기를 마친 선수의 소변과 혈액을 채취해 검사를 진행하는데, 두 선수 모두 120분 경기를 소화해 탈수가 심한 상태라 검사를 받는데만 2시간이 넘었다. 손흥민도 사우디전 때 120분 풀타임을 뛰느라 몸에 수분이 거의 다 빠져 검사 시간이 오래 걸렸다.

도핑 테스트는 먼저 호주 선수 2명이 진행했고, 이루 이강인과 김민재 순으로 이뤄졌다. 이강인은 먼저 테스트를 마쳐 샤워를 하러 이동했고, 마지막 순서인 김민재까지 테스트를 통과하면서 검사가 종료됐다.

경기가 현지시간으로 오후 6시30분에 시작됐기에 도핑 테스트는 자정이 가까운 시간이 돼서야 끝났다. 당시 현장에 있던 직원들이 자리를 정리하고 돌아가려고 하는 순간 김민재가 갑자기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선수들과 함께 숙소로 돌아가려는 관계자는 청소는 청소 직원에게 맡기고 빨리 돌아가자고 말했지만 김민재는 한국 이미지를 위해 이를 거절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김민재는 "청소하는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 먹고 치우지도 않고 갔다고 할 수 있는데, 외국 나와서 그런 소리 들을 필요 없잖아요"라며 당시 선수들이 먹고 버린 음식물 쓰레기까지 청소했다.

김민재 생각을 들은 대표팀 팀닥터와 관계자는 그의 뜻깊은 행동에 동참해 함께 도핑 테스트가 진행된 방을 깔끔히 청소한 뒤 숙소로 이동했다.

지난 2017년 국내에서 진행된 20세 이하(U-20세 이하) 월드컵 때 일본 대표팀이 라커룸을 깔끔하게 청소하고 떠난 게 미담으로 소개된 바 있다. 호주전 막판에 주저 앉을 정도로 체력을 쏟아 부은 데다 도핑 테스트까지 받아 심신이 지친 상태임에도 청소까지 한 김민재의 행실은 귀감이 됐다.

세계 최고의 수비수 중 한 명인 김민재는 이번 대회에서 클린스만호 핵심 수비수로 활약하며 팀을 준결승을 이끌었다. 그러나 조별리그 1차전 바레인전 때 경고를 받은 후 호주전 때 또 한 번 경고를 받아 출장 정지 징계를 받으면서 요르단전 출전이 불가능해졌다.



클린스만 감독 역시 경기 후 기자회견을 통해 "김민재는 좀 안타깝다. 본인이 더 안타깝겠지만 수비진에서 리더 역할을 너무나 잘해주고 있어 안타까운 부분"이라며 아쉬운 심점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면서 "대안은 있다. 센터백에 정승현이 나올 수 있고, 수비형 미드필더 내릴 수 도 있을 거 같다"라며 "3백 전술을 쓸 수도 있을 거 같고, 정승현이 이번 대회에서 지속적으로 뒤었기에 여러가지 옵션이 있어 고민을 할 거 같다"라며 김민재 부재를 메꿀 방법을 고심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김민재 없이 준결승전을 치러야 하지만 조별리그에서 한 번 상대했던 요르단을 격파하고 결승전 때 김민재를 비롯해 핵심 선수들이 모두 나와 총력전이 펼쳐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