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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PK+황희찬 FK 내준 호주 DF '악몽'…동료들은 "추가골 못 넣은 우리 책임" 격려 [아시안컵]

기사입력 2024.02.03 15:00 / 기사수정 2024.02.03 15:00

이태승 기자


(엑스포츠뉴스 이태승 기자) 한국이 호주에 기적 같은 역전승을 거두고 2023 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4강에 진출했다.

한국 입장에선 기억에 남을 만한 승리였지만 거꾸로 호주 입장에선 적지 않은 충격패가 됐다.

특히 후반 추가시간 동점골로 이어진 페널티킥을 측면 수비수 루이스 밀러가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밀러는 후반 추가시간 6분 페널티박스 내에서 돌파를 시도하던 손흥민에게 거친 태클을 걸었다가 페널티킥을 헌납했다. 황희찬이 왼쪽 상단 구석으로 오른발 강슛을 날려 동점포가 됐다.




결국 두 팀의 승부는 연장전까지 이어졌다.

기세가 오른 한국은 일방적으로 공격을 전개했다. 연장 전반 4분엔 황희찬과 이강인이 골문 앞에서 연달아 슛을 쐈으나 상대 골키퍼 매튜 라이언이 반사 신경을 발휘해 막아냈다.

그리고 연장 전반 14분 손흥민의 그림같은 오른발 프리킥 골이 나왔다. 이번에도 밀러가 헌납한 세트피스 상황에서 나온 것이었다. 황희찬이 페널티지역 왼쪽 외곽 모서리 부근에서 돌파하다가 밀러의 태클로 파울을 얻어냈는데 이 때 손흥민이 키커로 나섰다. 정면보다는 측면에 가까운 위치였지만 손흥민은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오른발 감아차기를 시도했다.




이 슛은 골대 안쪽으로 휘어지며 경기 내내 좋은 선방을 보여줬던 라이언의 선방 범위 밖으로 빠져나갔다. 태극전사들은 기적같은 역전골에 이은 승리에 환호했다. 호주 선수들은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호주는 전반 42분 한국 수비진이 제대로 대인 수비를 하지 못한 틈을 타 왼쪽 윙어 크레이그 굿윈의 슛으로 앞서나갔지만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후반 자제력을 잃고 태클을 '난사'한 밀러 때문이었다.

다만 호주 선수들은 모두 밀러를 변호하며 박수갈채를 받아 마땅한 패자의 모습을 보였다.

호주 스포츠 매체 '이그재미너'는 3일(한국시간) 경기 종료 후 호주대표팀 감독 그레이엄 아놀드를 비롯한 선수단의 인터뷰를 전했다. 아놀드 감독은 경기 종료 후 밀러에 대해 "(경기가 끝난 후) 그를 팔로 감싸고 포옹해줬다"며 "그에게 경기에서 겪은 일들은 인생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이라고 전해줬다. 이런 일들에서 배우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라는 말을 했다.




아놀드 감독은 이어 "이제 5~6시간 안에 선수들 모두 비행기를 타고 각자의 구단으로 돌아갈 것이다. 밀러 또한 그의 구단으로 복귀해야 한다"며 "그 곳은 여기와 다른 분위기일 것이다. 그는 괜찮을 것"이라며 제자를 끝까지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밀러는 스코틀랜드 1부리그인 스코티시 프리미어십 하이버니언 FC 선수다. 지난 2022년 하이버니언에 합류한 밀러는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23세 수비수로 유럽에서 착실히 자신의 커리어를 이어나가고 있다.

호주대표팀 동료들도 밀러를 향한 격려와 변호를 아끼지 않았다. 팀의 핵심 공격 자원이자 2m 장신 수비수 해리 수타는 "우린 승리도 함께, 패배도 함께한다"며 밀러를 감쌌다. 이어 "교훈을 얻어야 한다. 누구나 실수를 한다. 나 또한 실수를 많이 저질러 왔다. (밀러의 태클 또한) 모두가 저지를 수 있는 실수 중 하나"라며 후배를 감쌌다.

또한 "앉아서 그를 혼내고 손가락질하고 싶지는 않다. 애초부터 (손흥민이 돌파하는) 상황을 만들어주면 안됐다"며 "그(손흥민)가 돌파하는 것을 더 잘 막을 수 있을까. 아마도 가능했을 지도 모른다"며 팀 모두의 책임이라고 했다.




주장이자 베테랑 문지기로 인상깊은 활약을 펼쳤던 라이언은 이번 경기서 호주가 득점할 수 있는 기회를 여러차례 놓쳤다고 짚으며 "아무도 회초리를 피해갈 순 없다"고 주장했다.

동료 수비수 아지즈 베히치는 "이런 일을 겪어보지 않은 선수는 없다. 나도 (과거 2021년 카타르 월드컵 예선 당시)일본과의 경기서 (슛을 막다가) 공이 날 맞고 자책골을 내주고 패한 적이 있다"며 "그저 축구의 일부일 뿐이다. 역경을 겪지 않는다면 성장하지 않는다. 선수들 모두 그에게 팔을 둘러줄 것"이라며 강한 전우애를 드러낸 바 있다. 

조국의 비판도 우려했다. 베히치는 "국민들이 이런 어린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들이 다음 세대의 대표팀 주역이고 우리가 진보할 수 있게 해줄 선수들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한국을 만나기 전까지 이번 대회 4경기 1실점을 기록한 호주는 한국과의 경기서 2실점하며 짐을 싸게 됐다.

한국 입장에서는 지난 2015 호주 아시안컵 결승전 당시 연장전까지 이어진 호주와의 승부서 1-2로 패한 경험을 복수한 셈이 됐다.

한국은 오는 7일 0시 이번 대회서 같은 E조에 속했던 요르단과의 재대결로 4강전을 치른다. 이번 대회 첫 맞대결이었던 조별리그 2차전에서는 한국과 요르단이 각각 두 골씩 주고 받으며 비겼다.


사진=연합뉴스

이태승 기자 taseau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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