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9년 전 '눈물' 지울 기회…호주 상대 '설욕전' 꿈꾼다 [아시안컵]

(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2015년 호주 시드니에서 눈물을 훔쳤던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이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주장으로 9년 전 아픔을 씻어낼 복수 혈전을 꿈꾼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오는 3일 오전 0시 30분(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알와크라에 있는 알 자누브 스타디움에서 호주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8강전을 치른다. 

E조 2위로 16강에 진출한 한국은 지난 31일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F조 1위 사우디아라비아와의 맞대결에서 조규성(미트윌란)의 극장 동점 골로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간 뒤, 승부차기에서 조현우(울산 HD)의 신들린 선방 쇼로 승리해 8강 진출에 성공했다. 



B조 1위 호주는 16강에서 D조 3위로 사상 첫 16강 진출에 성공한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와 격돌했다. 호주는 피지컬에서의 우위를 활용하며 4-0 압승을 거두고 8강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과 호주는 아시안컵에선 2015년 호주 대회 결승전 이후 9년 만의 리턴 매치다. 당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끈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호주를 상대로 이정협의 결승 골에 힘입어 1-0 승리했다. 이후 차례로 8강 우즈베키스탄, 4강 이라크를 격파하고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에서 다시 만난 호주를 상대로 한국은 호주 홈 관중의 열성 응원에도 굴하지 않았다. 0-1로 뒤져 패색이 짙었던 후반 추가시간 46분, 기성용의 공간 패스를 받은 손흥민이 극장 동점 골을 터뜨리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하지만 호주는 연장 전반 15분 제임스 트로이시가 결승골을 터트리면서 대회 첫 우승을 차지했다. 1988년 카타르 대회 준우승 이후 27년 만에 대회 우승에 가장 가까웠던 한국은 결승 문턱에서 좌절했다. 손흥민을 비롯한 선수들은 눈물을 훔쳐야 했다. 



그로부터 9년이 흘러 한국은 다시 호주와 8강에서 마주했다. 당시 레버쿠젠(독일) 소속이던 손흥민은 그해 여름 4000만 유로(약 575억원)의 이적료로 토트넘 홋스퍼로 이적했고 이후 2021-2022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이란 금자탑을 쌓으며 세계 최고의 공격수 중 한 명으로 발돋움했다. 

더군다나 2023-2024시즌 토트넘의 새 감독으로 부임한 건 당시 손흥민을 울린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다. 포스테코글루는 그를 토트넘의 새로운 주장으로 선임하며 신뢰를 보냈고 토트넘은 다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확보를 넘어 우승 도전을 위해 나아가고 있다. 

대표팀에서도 손흥민은 주장으로 역할을 다하고 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이후 부임한 파울루 벤투 전 감독 체제에서 주장 완장을 단 그는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을 역대 두 번째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로 이끌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체제에서도 주장을 이어가고 있는 손흥민은 대표팀을 이끌고 9년 전, 눈물을 흘리게 했던 호주를 만난다. 



손흥민은 지난 31일 도하 알 에글라 대표팀 훈련장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당시를 회상하며 "2015년 이야기를 또 꺼내기는 그렇지만, 그때 상당히 마음이 아파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 중요한 경기인 만큼 잘 회복해서 좋은 경기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며 각오를 밝혔다. 

호주도 9년 동안 국제대회에서 한 차례 성과를 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끌었던 포스테코글루가 돌연 사임하면서 베르트 판 마르바이크가 단기 계약으로 호주를 이끌고 러시아로 향했다. 하지만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이후 현재 감독인 아놀드가 역대 두 번째로 호주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아놀드의 호주는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2006 독일 월드컵 이후 16년 만에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16강에선 리오넬 메시가 이끈 아르헨티나에 패해 탈락했다. 




다만 아놀드 체제에서 호주는 한국을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2018년 11월 17일 호주 브리즈번 선코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친선 경기에서 황의조의 선제골과 마시모 루옹고의 동점 골로 1-1로 비겼다. 이어 2019년 6월 부산에서 열린 친선 경기에서 역시 황의조의 결승 골로 1-0으로 승리했다. 

두 팀의 역대 전적은 28경기 8승 11무 9패로 호주가 근소 우위다. 아시안컵 본선 무대에선 3경기 1승 1무 1패로 팽팽하다. 다만 호주는 중동에서 열린 한국과의 경기에서 우위를 점하진 못했다. 2000년 10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LG컵 4개국 친선 대회에서 한국에 2-4로 패했고 2011 카타로 아시안컵에서 구자철과 마일 예디낙이 한 골씩 주고받아 1-1로 비겼다. 한국이 호주를 상대로 상대전적 균형을 맞추고 9년 만에 4강 진출에 성공해 우승 도전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