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태승 기자)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호주와 오는 3일(한국시간) 2023 카타르 아시안컵 4강 티켓을 놓고 한판승부를 벌이는 가운데 호주 축구인들이 큰 자신감과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오래 뛴 호주 레전드 골키퍼이자 역대 A매치 최다 출전자(110경기) 마크 슈워처, 그리고 덴마크 역대 A매치 출전 10위(101경기)이자 현재 호주 A리그 멜버른 시티에서 활약했던 수문장 토마스 쇠렌센이 한국전에서 호주의 승리를 점쳤다. 지금은 은퇴한 두 문지기는 31일(한국시간) 호주의 스포츠 전문 매체 '옵터스 스포츠' 축구 전문 팟캐스트 '옵터스 스포츠 풋볼 팟캐스트'에 출연해 이번 아시안컵 8강전을 낙관적으로 바라봤다.
과거 이동국 전 소속팀 미들즈브러를 비롯해 풀럼, 첼시 등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서 20년 가까이 뛰었던 슈워처는 "한국이 이번 대회서 정말 기대 이하의 활약을 펼쳐왔다"며 한국 대표팀의 부진을 짚었다.
가장 먼저 지적받은 것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다.
클린스만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 E조에서 바레인, 요르단, 말레이시아를 만났지만 1승 2무에 그쳐 조 2위로 16강에 진출하게 됐다. 주전 자원들의 컨디션을 관리하기 위해 로테이션을 가동한 것이 아니라 매 경기 주전 선수들을 내보냈음에도 부진했다.
팀의 주장이자 토트넘 홋스퍼의 중앙 공격수로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손흥민, 프랑스 리그1 절대강자 파리 생제르맹(PSG)서 뛰고 있는 이강인은 전경기 교체없이 선발로 소화했다.
첫 경기 바레인은 3-1로 잡아내며 산뜻한 출발을 알리는 듯 했지만 2차전 요르단에 2-2 무승부를 거뒀고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100계단 넘게 차이는 말레이시아에는 무려 3골을 허용하며 3-3 무승부로 끝났다. 3경기에서만 6실점하며 한국 대표팀 역사상 아시안컵 조별리그서 가장 많은 실점을 기록한 불명예도 얻었다.
슈워처는 "클린스만 감독은 자꾸 벤치에서 웃는 행위로 현재 거대한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며 "말레이시아에 막판 동점골을 내주며 3-3이 됐을 때도 웃고 있는 장면이 포착됐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인들은 그에게 불만이 정말 가득한 상태"라며 "SNS는 클린스만과 선수들을 향한 비판에 미쳐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대표팀을 향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커 8강 진출에도 분위기가 '초상집'인 반면 호주 대표팀은 점점 화색이 돌고 있다. B조 소속으로 인도, 시리아, 우즈베키스탄을 만난 호주는 조별리그서 인도를 2-0, 시리아를 1-0으로 이겼으나 신장과 선수들의 체급 차이로 밀어붙이는 경기력만 보여 많은 우려를 샀다. 조별리그 3차전에는 우즈베키스탄과 1-1로 비기며 조 1위를 확정지었으나 호주 대표팀의 전술이 예전만 못하다는 비평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16강서 '환골탈태'의 모습을 보였다.
가뭄에 콩 처럼 나오던 득점기회를 모두 살리며 16강 상대인 인도네시아를 효율적으로 압도해 4-0 대승을 거뒀다. 게다가 조 1위로 올라갔기 때문에 한국, 사우디아라비아보다 먼저 이틀이나 먼저 경기를 끝낼 수 있어 휴식할 시간이 늘기도 했다.
이러한 호주의 득점력 비결은 키가 2m에 달하는 거인 수비수 해리 수타의 존재 덕분이라는 게 슈워처 등의 의견이다. 수타는 현재 잉글랜드 2부리그 챔피언십 레스터 시티서 활약하고 있다.
수타는 수비에서는 무시무시한 제공권을 바탕으로 상대 공격수에게 헤더 기회를 절대 내주지 않는다. 더불어 공격에서도 매우 위협적인 선수다. 그는 지난 2019년 10월 호주 국가대표팀에 정식으로 데뷔해 현재까지 26경기를 뛰었는데 무려 11골이나 넣었다. 웬만한 공격수와 비슷한 기록이다.
쇠렌센은 수타의 득점 지표에 주목하며 "수타는 대표팀에 합류한 후 지난 몇 년간 매우 인상적인 활약을 펼쳐왔다"며 "박빙의 경기서 확실하게 골을 넣어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선수가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어느 팀이건 높은 확률로 득점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은 매우 희망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과의 경기서 호주는 더욱 편안하게 경기를 치를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곁들였다.
쇠렌센은 "호주가 이번 대회서 더 오래 살아남을수록 선수들은 자신의 역할에 익숙해지고 더욱 강력한 다크호스가 된다"며 "막상막하의 승부가 예상되는 한국을 상대로 수비를 뒤로 물린다면 오히려 현재 호주 대표팀에 잘 맞을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번 대회서 호주는 단 1실점만 기록하며 철옹성같은 수비벽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공중볼에 강하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26인의 호주 선수단 평균 신장은 182.8cm다. 이는 한국 대표팀의 평균 신장인 182.5cm보다 조금 더 큰 수준이다. 게다가 한국서 가장 키가 큰 수비수가 백업 멤버인 브렌트퍼드 소속 김지수(192cm)다. 이는 호주서 가장 키가 큰 수비수인 수타보다 6cm나 작은 신장이다.
쇠렌센의 주장은 경기 시작을 수비적으로 임했다가 막판에 장신의 선수들을 활용한 헤더로 손쉽게 4강 진출을 노리자는 것으로 해석된다. 쇠렌센은 "솔직히 말해 상대가 브라질, 프랑스, 아르헨티나 급은 아니지 않느냐"며 "(호주 대표팀의) 그레이엄 아놀드 감독이 패를 잘 섞고 운이 조금 따라준다면 이 대회는 호주의 차지"라고 자신있게 발언했다.
한편 한국은 지난 2015 호주 아시안컵 결승전서 호주에 1-2로 석패하며 1960년 이후 55년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기회를 놓쳤다.
이번 8강전이 지난 과거의 복수전이 될지 혹은 무기력한 패배가 될지는 대표팀이 신체적 우위에 선 호주를 상대로 꺼내들 획기적인 전술에 달려있음이 자명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태승 기자 taseau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