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일본 언론이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침묵을 깬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스트라이커 조규성의 행보에 깊은 관심을 드러냈다.
일본 매체 '더 앤서'는 31일 "부진으로 머리나 자르라던 비판을 받았던 한국 공격수 조규성이 부활의 골을 기록했다"며 "일본에서도 미남이라고 떠뜰썩했던 선수가 부진과 TV 예능 프로그램 출연으로 (팬들에게) 두들겨 맞았지만 여론을 반전시켰다"고 보도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31일 지옥과 천당을 오갔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6위 사우디아라비아와의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 16강전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투 끝에 8강 진출에 성공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지난해 3월 부임 후 실전에서 단 한 번도 가동하지 않았던 백3 카드를 승부수로 던졌다. 김민재-정승현-김영권이 중앙 수비로 호흡을 맞추고 설영우와 김태환이 좌우 측면 수비수, 이재성과 황인범을 중앙 미드필더로 배치했다.
하지만 한국은 전반전 공수 모두 사우디아라비아에게 밀리는 흐름을 보였다. 전반 막판에는 코너킥 상황에서 결정적인 실점 위기를 맞기도 했다. 사우디의 헤더가 두 차례나 우리 골대를 때리는 운이 따라준 게 다행이었다.
한국은 결국 후반 시작과 동시에 사우디아라비아에 선제골을 허용했다. 살렘 알도사리의 침투 패스 한방에 수비라인이 허물어졌고 압둘라 하디 라디프가 한국의 골망을 흔들었다.
한국은 이후 파상공세를 퍼부었지만 좀처럼 사우디아라비아의 골문을 열지 못했다. 상대 골키퍼 선방과 수비수들의 육탄 방어에 막히면서 아쉬움을 삼키는 안타까운 순간의 연속이었다.
8강행 티켓이 사우디아라비아 쪽으로 기우는 것 같았던 후반 추가시간 기적이 일어났다. 후반 교체투입된 조규성이 벼랑 끝에 몰려 있던 한국 축구와 클린스만 감독을 구해냈다.
조규성은 설영우가 박스 안에서 헤더로 문전 앞으로 연결한 공을 머리로 가볍게 밀어 넣으면서 승부를 1-1 동점으로 만들었다. 클린스만 감독과 한국 선수단은 마치 우승이라도 한 것처럼 기쁨을 표했고 경기장 분위기를 완전히 장악했다.
조규성은 연장 종료 후 승부차기에서도 제 몫을 해줬다. 승부차기 스코어 2-2로 맞선 가운데 한국의 3번째 키커로 나서 완벽한 킥으로 득점을 성공시켰다.
한국은 골키퍼 조현우가 사우디아라비아 3번 키커 사미 알나헤이, 4번 키커 압둘라흐만 가리브의 킥을 연이어 막아내면서 극적으로 8강 무대에 안착할 수 있었다.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조규성의 자신감 회복이라는 수확을 얻었다. 조규성은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에서 라이징 스타로 우뚝 섰다.
조별리그 우루과이, 가나, 포르투갈전은 물론 브라질과의 16강전까지 모두 그라운드를 밟았다. 특히 가나와의 H조 2차전에서는 헤더로만 2골을 터뜨리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한국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 한 경기 멀티골이라는 역사의 주인공까지 됐다.
조규성은 수려한 외모와 실력을 바탕으로 단숨에 인기 스타로 발돋움했다. 지난해 7월에는 덴마크 수페르리가 FC 미트윌란으로 이적, 유럽 진출의 꿈도 이뤄냈다.
그러나 2023 AFC 아시안컵 개막 후 기대에 못 미치는 경기력으로 인해 팬들에게 큰 비판을 받았다. 조별리그에서 무득점에 그친 것은 물론 경기력까지 올라오지 않으면서 고개를 숙였다.
조규성은 16강 토너먼트에서 반전을 만들었다. 절실하게 한 골이 필요했던 순간 득점포를 가동하면서 오는 3일 호주와의 8강전에서도 한층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됐다.
한국도 조규성의 부활로 한시름을 덜었다. 클린스만 감독도 손흥민, 황희찬, 이강인 등 주축 공격 자원들과 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게 됐다.
'더 앤서'는 "조규성은 이번 아시안컵에서 한국 언론과 팬들에게 많은 비판을 받았다"며 "TV 예능 프로그램 출연으로 여론이 더 악화됐다. SNS에는 비난의 글이 쏟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규성은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16강전을 벤치에서 시작했지만 후반 교체투입돼 동점골을 넣었을 뿐 아니라 승부차기에서 세 번째 키커로 나서 골을 성공시켰다"고 전했다.
'더 앤서'는 이와 함께 조규성이 일본 내에서도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선수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조규성은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꽃미남으로 일본 팬드렝게 주목받았다"며 "배우 같은 외모라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왔다. 폼을 되찾은 조규성은 64년 만의 우승을 노리는 한국 대표팀의 주전으로 다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2023 아시안컵 8강 대진표는 타자키스탄 vs 요르단, 한국 vs 호주, 이란 vs 일본, 카타르 vs 우즈베키스탄으로 결정됐다. 일본은 바레인을 3-1로 제압하고 8강 무대에 안착했다.
한국과 일본이 이번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격돌하기 위해서는 양 팀 모두 결승에 올라가야 한다. 아시안컵 본선 한일전은 지난 2011년 카타르 대회 준결승전 이후 없었다. 한국이 이번 대회를 E조 1위로 통과했다면 16강전에서 일본을 만날 수 있었지만 말레이시아와의 조별리그 최종전 3-3 무승부로 성사되지 않았다.
조광래 감독이 지휘했던 2011 카타르 아시안컵 국가대표팀은 당시 준결승에서 일본에게 승부차기 끝에 패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이 경기는 한국 축구의 전설 박지성의 개인 통산 100번째 A매치이자 태극마크를 달고 뛴 마지막 게임이었다. 현재 대표팀 주장 손흥민은 대표팀 막내로 뛰었다.
사진=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