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3경기 모두 침묵한 조규성(미트윌란)이 결국 사우디아라비아전서 벤치로 강판됐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31일(한국시간) 오전 1시 카타르 알라이얀에 위치한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사우디와 16강전을 치른다.
클린스만 감독은 사우디전서 지난 조별리그 3경기 모두 선발 출전했던 조규성을 벤치로 내리는 초강수를 뒀다. 대신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을 최전방 원톱으로 배치해 공격력을 극대화했다.
지면 곧 탈락인 토너먼트를 앞두고 조별리그 3경기에서 침묵했던 조규성에게 또 다시 믿음을 주기엔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회 클린스만호 주포로 낙점 받았던 조규성은 바레인, 요르단,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형편 없는 경기력을 보이며 무득점 부진했다.
단순히 골만 못 넣은 게 아니었다. 전체적으로 경기에 관여하는 장면이 적었다. 공중볼 경합 상황에서도 큰 힘을 쓰지 못했고, 전방에서 공을 잡아주고 패스를 공급하는 플레이도 잘 나오지 않았다. 역습 과정에서는 침투 타이밍을 제대로 잡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고, 상대 수비가 내려앉았을 때는 공간을 향한 움직임이 없었다.
스스로 고립된 조규성은 찾아오는 기회들도 번번이 허공으로 날리면서 0골에 그쳤다.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 가나전서 머리로 2골을 넣어 영웅으로 등극했던 때와는 정반대 모습이었다.
클린스만호가 수월하다고 평가됐던 조에서 고전했던 이유기도 했다. 조규성이 기회를 살렸다면 2차전 요르단, 3차전 말레이시아전을 쉽게 가져갈 수 있었다.
최악의 경기력이 계속되자 국내 축구팬들의 비난 여론도 거세졌다. 소속팀 미트윌란에서 뛰는 동안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을 문제삼는 팬들도 있었다. 헤어밴드를 착용해야 할 정도로 긴 머리를 잘라야 한다는 인신 공격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조규성은 "의식하지 않는다"라고 애써 부정했으나 경기력이 살아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말레이시아전이 끝난 후 조규성은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골이 안 들어가고 있어 아쉽지만 부담감을 느끼진 않는다. 그냥 내가 못 넣고 있을 뿐"이라며 비판 받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신경 안 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클린스만) 감독님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계속 말씀하신다. 감독님이 공격수였던 시절 이야기도 많이 해주셨고, 공격수는 그런 일이 수두룩하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감사하다"라고 덧붙였다.
뒤에서 조규성의 자신감을 북돋아 준 클린스만 감독. 과연 사우디전에서도 조규성에게 기회를 줄 것인지에 대해 외신들도 관심을 보였다. 미국 CBS 스포츠는 사우디전 예상 베스트 11에 손흥민과 조규성이 투톱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한 반면, 스포팅 타임은 황희찬(울버햄프턴)이 손흥민과 호흡을 맞출 것으로 내다봤다.
조별리그 3경기 침묵의 결과는 사우디전 벤치였다. 클린스만 감독은 사우디전에서 조규성을 벤치에 앉히고 손흥민을 최전방 원톱으로 내세우며 창끝을 날카롭게 갈았다.
사진=연합뉴스, 대한축구협회 제공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