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SSG 투수 문승원-박종훈. 엑스포츠뉴스 DB.
(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2021년 12월, KBO리그 비FA 다년계약의 역사가 시작됐다. 스타트를 끊은 선수는 문승원과 박종훈(이상 SSG 랜더스)이었다. 이들은 팀의 핵심 투수로 인정받으면서 각각 5년 55억원(연봉 총액 47억원, 옵션 8억원)과 5년 65억원(연봉 총액 56억원, 옵션 9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SSG는 팀 전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던 선수들을 일찌감치 묶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한 명이라도 놓칠 경우 전력 손실이 있을 거라고 판단했고, FA 자격 취득 이전에 두 선수를 모두 묶었다. 선수 입장에서는 FA에 대한 부담감을 덜고 새 시즌을 준비할 수 있었다.
더구나 당시 문승원과 박종훈은 재활 중이었다. 두 선수 모두 시즌 초반 팔꿈치 부상을 당하면서 6월 수술대에 올랐고, 2021시즌을 마감했다. 재활에만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2022시즌 개막전에 맞춰 복귀하는 게 불가능했지만, SSG는 비FA 다년계약으로 선수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무사히 재활 과정을 마친 두 선수는 오랜 공백기 끝에 복귀를 알렸다. 문승원은 7월 10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구원 등판했고, 박종훈은 7월 31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선발로 나와 복귀전을 치렀다. 이들은 나란히 복귀전을 무실점으로 장식했다.
그해 문승원과 박종훈은 각각 23경기 24⅔이닝 1승 1패 3홀드 3세이브 평균자책점 5.11, 11경기 48이닝 3승 5패 평균자책점 6.00의 성적을 남겼다. 키움 히어로즈와의 한국시리즈 엔트리에도 승선하면서 프로 데뷔 이후 두 번째 우승반지를 꼈다.
28일 오후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 SSG 랜더스의 경기, 1회초 SSG 선발투수 박종훈이 공을 힘차게 던지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하지만 문승원도, 박종훈도 지난해 부진을 면치 못했다. 문승원은 50경기 105이닝 5승 8패 9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5.23으로 시즌을 끝냈다. 시즌 초반 선발을 소화하다가 5월 중순 보직을 전환했고, 8월 말 다시 선발 마운드에 올랐다. 18경기 80이닝 2승 6패 평균자책점 6.19를 기록한 박종훈은 전반기까지 선발 로테이션을 돌다가 9월 이후 불펜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렇게 두 선수의 2023시즌은 이렇다 할 성과 없이 막을 내렸다.
두 선수의 부진으로 계획이 꼬인 SSG 마운드는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이 나빠졌다. 선발과 불펜 가릴 것 없이 무게감이 떨어졌다. 우여곡절 끝에 정규시즌을 3위로 마무리한 SSG는 NC 다이노스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로에니스 엘리아스와 김광현을 선발로 내세우고도 1~2차전을 모두 내줬고, 3차전 패배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비시즌 동안 전력에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지만, 새 외국인 투수 로버트 더거의 합류를 제외하면 마운드는 지난해와 다를 게 없다. 기존에 있던 투수들이 분발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난 25일 1차 스프링캠프 장소인 미국 플로리다 출국을 앞두고 취재진을 만난 이숭용 SSG 감독은 "선발진은 (김)광현이까지 거의 확정이라고 보면 된다. (오)원석이도 똑같이 경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박)종훈이나 (송)영진이 같은 투수들이 경쟁해서 올라올 수 있다면 4~5선발 혹은 6선발까지도 생각 중"이라고 선발진 구성을 밝힌 바 있다. 보직이 확정된 건 아니지만, 박종훈이 안정감 있게 선발 한 자리를 책임지면 그만큼 선발진 운영이 수월해진다는 것이다.
23일 오후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NC 다이노스와 SSG 랜더스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 경기, 5회초 2사 2루 SSG 문승원이 NC 오영수를 헛스윙 삼진 아웃으로 잡아낸 뒤 기뻐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문승원도 자리가 보장된 상황이 아니다. 박종훈과 마찬가지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기회를 받을 수 있다. 이 감독은 "미국 플로리다에서 가장 먼저 면담을 진행하게 될 선수가 (문승원이) 아닐까 싶다. 본인의 생각도 들어보고 감독의 구상과 팀의 방향성 등을 다시 설명하면서 가장 좋은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며 "선발, 불펜 중에서 어느 쪽에 더 무게가 실렸다고 말씀드리기가 어렵다. 좀 더 상의해서 팀을 위한 방법과 본인을 살릴 방법을 고민하겠다"고 귀띔했다.
선발대로 먼저 미국행 비행기에 탑승한 '에이스' 김광현은 "예전부터 SSG는 항상 투수가 잘해야 좋은 성적을 냈더라. 모든 성적은 투수에 달려 있다"고 투수들의 책임감을 강조한 바 있다. 지난 3년간 내리막길을 걸어야 했던 문승원과 박종훈이 팀의 기대에 부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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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