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에서 유럽 출신 스타 감독들의 지략 대결이 펼쳐진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오는 31일(한국시간) 오전 1시 카타르 알라이얀에 위치한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시안컵 16강전을 치른다.
물러설 곳이 없다. 조별리그에서 졸전을 거듭했음에도 토너먼트 진출엔 성공했지만 이제는 지면 곧 탈락이다. 어느 때보다 감독 역량이 중요한 때다.
대표팀은 대회 시작 전 64년 만의 우승을 목표로 내걸었다. 한국은 지금까지 아시아 최강, 아시아 축구 맹주를 자처했으나 정작 아시아 최강을 가리는 아시안컵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초대 대회인 1956년과 2회 대회 1960년에 연속 우승을 거머쥔 후 한 번도 정상에 오른 적이 없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희찬(울버햄프턴),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등 주요 해외파 선수들이 합세하면서 역대 최강 멤버라는 평가를 받은 대표팀은 많은 기대를 등에 업고 결전의 땅 카타르에 입성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보여준 경기력은 아시아 최강은커녕 조기 탈락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형편 없었다. 대표팀은 바레인과의 조별리그 1차전서 황인범의 선제골, 이강인의 멀티골로 3-1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결과와 달리 내용에 실속이 없었다. 경기 내내 바레인의 압박에 고전했고, 여러 차례 위기를 내줬다. 이강인의 개인 기량이 팀을 구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요르단과의 2차전은 더욱 좋지 않았다. 손흥민의 페널티킥 선제골로 리드를 잡았지만 연달아 2실점 후 역전을 허용했다. 황인범 발 끝에서 나온 상대 자책골이 아니었다면 충격적 패배를 당할 수도 있었다.
마지막 3차전 말레이시아와의 경기도 팬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했다. 정우영의 선제골을 지키지 못하고 이번에도 2실점을 내준 대표팀은 이강인, 손흥민의 연속골로 승리를 가져가는 듯 했으나 경기 종료 직전 극장골을 실점해 3-3 무승부에 그쳤다.
수월한 조편성으로 조 1위 16강 진출이 예상됐던 것과 달리 1승2무, 승점 5로 조 2위 진출했다. 상대는 F조 1위 사우디다.
사우디는 이탈리아 출신 세계적인 명장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이 이끌고 있다. 만치니 감독 부임 전이었던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 때는 챔피언 아르헨티나를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꺾는 대이변을 일으킨 적도 있다.
지난해 8월 만치니 감독 부임 직후는 부진했다. 코스타리카에 1-3으로 패했고, 한국과도 영국 뉴캐슬에서 평가전을 치러 0-1로 졌다. 나이지리아와는 2-2로 비겼으며 말리에 1-3으로 무릎을 꿇었다.
11월 파키스탄과의 월드컵 예선전을 통해 첫 승을 올린 사우디는 요르단, 레바논을 차례로 격파하며 조금씩 안정을 찾아갔다. 아시안컵 직전 평가전에서 팔레스타인, 홍콩을 상대로 1승1무를 거뒀다. 본선에서는 오만과 키르기스스탄을 꺾고, 태국과 비겨 조 1위로 16강에 올랐다.
만치니 감독은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자국 리그 명문 인터밀란 감독을 맡은 후 지도자로서 가능성을 보인 만치니 감독은 2009년 맨체스터 시티 지휘봉을 잡았다. 2011-2012시즌에는 구단 역사상 첫 프리미어리그 우승 트로피를 선물했다.
이후 튀르키예 갈라타사라이, 인터 밀란, 러시아 제니트를 거쳐 2018년 이탈리아 대표팀 감독에 올랐다. 만치니 감독은 유로 2020 우승으로 당시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로 부진했던 아주리 군단의 부활을 알렸다.
그러나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로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 유로 2024 예선 초반 일정을 부진한 성적으로 스타트 끊은 후 자진 사임했다. 사우디에서 거액의 러브콜이 왔기 때문이다.
사우디에서 명예 회복을 노리는 만치니는 그동안의 경험과 지도력으로 사우디의 아시아 정상 등극을 도울 예정이다.
이에 맞서는 클린스만 감독은 2004년 독일 대표팀에 부임해 감독 경력을 시작했다. 자국에서 열린 2006 독일 월드컵서 독일을 3위로 이끌었고, 이후 선수 시절 몸 담았던 바이에른 뮌헨 감독을 맡았다.
2011년에는 미국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했다. 2013 북중미카리브축구연맹(CONCACAF) 골드컵에서 미국을 정상에 올려놓는 등 성과를 내기는 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독일, 포르투갈, 가나와 죽음의 조에 속해 16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다만 이후부턴 10년 가까이 행보가 좋지 않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북중미 예선에서 성적 부진으로 도충 하차하더니 조국 독일의 중위권 구단 헤르타 베를린에서는 부임 후 단 77일 만에 사임하는 등 이상 행보를 거듭했다.
둘은 선수 시절 자국 대표팀 레전드 공격수로 활약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지도자 경력으론 만치니가 한 수 위지만 클린스만 역시 월드컵 3위와 16강을 각각 한 차례씩 했기 때문에 월드컵 성적은 클린스만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두 스타 감독의 지략대결이 펼쳐진다. 탈락하는 팀은 치명적인 오점을 안게 될 아시안컵 16강이라 더욱 흥미진진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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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