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일본 언론이 인도네시아와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최종전을 앞두고 경계심을 숨기지 않았다. 사령탑 신태용 감독의 과거 이력은 물론 경기장 분위기까지 우려할 부분을 되짚었다.
일본 축구 전문 매체 '풋볼존'은 23일 "일본 축구대표팀은 오는 24일 아시안컵 조별리그 D조 3차전 인도네시아와 격돌한다"며 "인도네시아와의 경기는 괴로웠던 이라크전 이후 4일 뒤 열린다. 카타르에는 인도네시아 노동자가 많기 때문에 (이라크전에 이어) '어웨이' 경기 느낌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이끄는 일본 축구 국가대표팀은 2023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한국과 함께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다. 이번 대회 최종 엔트리 26인에 이름을 올린 선수 중 20명이 유럽에서 뛰고 있는 데다 지난해 9월 전차군단 독일을 원정 경기에서 4-1로 대파하는 등 경기력도 최고조에 올라 있었다.
일본은 지난 14일 베트남과의 조별리그 D조 1차전에서 수비 불안 속에 힘겨운 4-2 역전승을 거두기도 했지만 일시적인 난조로 보였다. 이라크와의 2차전을 무난히 승리하고 16강 진출을 확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라크는 호락호락한 팀이 아니었다. 일본은 이라크의 신체 조건을 압세운 강력한 압박과 빠른 역습에 고전했다. 188cm의 장신 타겟형 스트라이커 후세인 아이멘에게 2골을 허용하면서 주도권을 완전히 뺏겼다.
일본은 후반전 파상공세를 퍼부었지만 이라크의 견고한 수비벽을 좀처럼 뚫지 못했다. 후반 추가시간 한 골을 만회하기는 했지만 끝내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지 못하고 1-2로 무릎을 꿇었다.
일본은 이라크전 패배로 D조 1위로 16강에 오를 수 없게 됐다. 현재 D조의 순위는 이라크가 2전 전승(승점6)인 가운데 일본과 인도네시아가 나란히 승점3이지만 득실차에서 일본이 +1, 인도네시아가 -1이어서 각각 2위와 3위에 자리 잡았다. 베트남은 2전 전패로 4위다.
AFC 주관 대회의 경우 조별리그에서 승점이 같은 복수의 팀 순위를 가릴 때 해당팀끼리의 승점을 따지는 승자승 원칙이 적용된다. 승점이 같을 경우 골득실을 우선 따지는 FIFA 월드컵과 다르다.
오는 24일 벌어지는 D조 최종전 2경기는 이라크-베트남, 일본-인도네시아가 격돌한다. 이라크가 베트남에 져서 추가 승점 확보에 실패하더라도 일본, 인도네시아를 이겼기 때문에 승자승 원칙에 따라 더 높은 순위를 확보한다.
인도네시아는 2007년 대회 이후 17년 만에 아시안컵 본선 무대를 밟고 있다. 베트남을 꺾고 16강 진출을 위한 희망의 불씨를 살린 만큼 일본전에서 최소 무승부를 거둔다면 조별리그 통과 가능성이 높다.
아시안컵은 지난 2019년 대회부터 본선 참가국이 16개국에서 24개국으로 확대됐다. A~F조 1, 2위는 16강에 직행하고 각 조 3위 중 상위 4개국도 토너먼트에 오를 수 있다. 인도네시아는 현재 E조의 바레인과 함께 각 조 3위팀 중 가장 높은 승점을 쌓았다. 일본전에서 큰 점수 차로 패배하지만 않는다면 16강을 바라볼 수 있어 동기부여는 충분하다.
일본이 걱정하는 건 인도네시아전이 열리는 경기장의 분위기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은 이라크전 패배 이후 경기장 분위기가 마치 원정 게임 같았다고 털어놨다. 패배의 원인 중 하나는 3만명이 넘는 이라크팬들이 만들어 낸 열광적인 응원도 있었다는 입장이었다.
'풋볼존'이 카타르에 많은 숫자의 인도네시아 노동자가 머무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건 이라크전처럼 원정 경기 같은 분위기 속에 게임을 치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일본 내 축구 전문 매체 '풋볼 채널'은 신태용 인도네시아 감독이 한국 대표팀 사령탑 시절 월드컵 무대에서 '자이언트 킬링'을 일으켰던 이력을 조명했다.
신태용 감독은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막판 성적 부진으로 경질된 한국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최종예선 마지막 2경기에서 이란, 우즈베키스탄과 0-0으로 비기며 힘겹게 러시아 월드컵 본선 티켓을 따냈다.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서는 스웨덴, 멕시코, 독일과 F조에 편성됐다. 우승후보 독일과 북중미 축구 최강자 멕시코, 유럽의 강호 스웨덴까지 어려운 상대들과 맞닥뜨렸다.
한국은 스웨덴에 0-1, 멕시코에 1-2로 패한 뒤 독일과 조별리그 최종전을 치렀다. 독일을 꺾을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0'에 가깝다는 예측이 지배적이었지만 신태용 감독과 태극전사들은 '기적'을 만들었다.
한국은 후반 추가시간 김영권과 손흥민의 득점을 앞세워 독일을 2-0으로 무너뜨리는 월드컵 역사상 최대 이변을 연출한 주인공이 됐다. 비록 멕시코가 스웨덴에게 덜미를 잡히면서 스웨덴이 2승 1무로 조 1위, 멕시코가 1승 1무 1패로 조 2위가 되며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의미가 큰 승리를 거두고 귀국길에 올랐다.
'풋볼 채널'은 "신태용 감독이 인도네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18 러시아 월드컵 당시 한국이 독일을 이길 거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않았지만 승리를 거둔 경험을 강조했다"며 일본이 방심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본이 D조 2위로 16강에 오른다면 한국과 만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이 오는 25일 말레이시아와의 E조 최종전을 이기고 현재 E조 1위 요르단이 바레인과 무승부 혹은 패배를 기록하면 한국이 E조 1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해 토너먼트에서 한일전이 펼쳐진다.
사진=로이터, AFP/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