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64년 만의 아시아 정상 등극에 도전하는 클린스만호에게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로테이션이 떠오르고 있다.
위르겐 클린스만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카타르에서 열리는 제18회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64년 만의 우승에 도전한다. 이번 아시안컵은 12일 개막해 내달 10일까지 카타르 5개 도시 9개 경기장에서 진행된다.
클린스만호는 15일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86위 바레인과 조별리그 E조 1차전을 치른다. 20일에는 요르단(87위)과 2차전을 치르며 25일 말레이시아(130위)와의 경기를 끝으로 조별리그 일정을 마친다.
비교적 수월한 조편성이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한국이 초대 대회였던 1956, 2회 대회였던 1960년 2연속 우승 이후 정상에 오르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중동의 모래바람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상 등극 도전에 앞서 클린스만호가 명심해야 하는 건 적절한 로테이션이다. 현재 국내 감독 중 국제무대에서 가장 좋은 성과를 올린 인물 중 한 명인 김학범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 또한 로테이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024시즌을 앞두고 제주 신임 사령탑으로 부임한 김 감독은 최근 제주 클럽하우스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결승전까지 6경기 동안 로테이션이 잘 가동돼야 한다. 이번 이라크와의 평가전 때 로테이션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았다. 클린스만 감독이 로테이션을 얼마만큼 잘 하냐에 따라 결승전에 올라가 일본을 만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어 "올라가는 과정까지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고정 선수들만 기용하면 체력적인 부분이 우려가 되기에 결승까지 가는 과정이 험난하지만 결승전에 올라가면 충분히 우승할 수 있다고 본다"라고 로테이션을 강조했다.
김 감독은 지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손흥민, 황희찬, 김민재 등 현 대표팀 주축 선수들을 이끌고 금메달을 목에 건 경험이 있다. 당시에도 적절한 교체 카드와 완벽한 와일드카드 기용, 디테일한 전술 등으로 결승까지 올라 일본을 제압하고 대회 2연패를 이뤄냈다.
이번 대회에서도 결승전에서 '우승후보 0순위'로 꼽히는 일본과의 대결이 예상되는 만큼, 결승 한일전까지 선수단 체력을 적절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김 감독의 주장이다.
당장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황선홍호가 완벽한 로테이션으로 금메달을 일궈낸 바 있다. 대회 전까지 많은 비판을 받았던 황선홍 감독은 본 대회에 돌입하자 적절한 선수 기용과 로테이션으로 대회 내내 일정한 경기력을 유지했다. 파죽지세로 결승까지 올라가 숙명의 라이벌 일본을 꺾어 역대 최초 대회 3연패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특히 대회 도중 합류한 이강인을 무리하게 기용하지 않고 휴식을 취하게 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당시 부상에서 회복한지 얼마 되지 않았던 이강인을 곧바로 내보내지 않고 조별리그 2차전에 휴식을 부여했다. 3차전에서도 선발 출전 시키는 대신 전반 35분 만에 교체아웃 시키면서 경기 감각 회복에 중점을 뒀다.
모든 필드 플레이어들을 출전시키면서도 균일한 경기력을 이어간 황 감독은 대회 전 비난을 환호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물론 아시안게임과 아시안컵은 참가하는 팀들의 수준이 다르다. 매 경기 전력을 쏟아부어야 한다. 2~3일 간격으로 치러졌던 아시안게임과 달리 이번 아시안컵은 조별리그는 5일 간격으로 널널한 일정이라는 점도 다르다. 선수들이 충분히 회복할 수 있는 기간이다.
하지만 토너먼트는 또 다르다. 한국이 E조 1위로 진출하면 31일 16강전을 시작으로 10일 결승전까지 3~4일 간격으로 4경기를 치른다.
준결승 혹은 결승에 도달하면 주축 선수들의 체력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 시즌 유럽파 태극전사들은 소속팀에서 강행군을 펼쳐왔다. 손흥민은 토트넘 소속으로 리그 20경기를 모두 선발 출전했으며, 그 중 11경기를 풀타임으로 뛰었다. 후반 30분까지 75분 이하로 뛴 경기는 4라운드 번리전 한 경기가 유일하다.
울버햄프턴 공격수 황희찬도 마찬가지다. 지난 31일 에버턴전까지 리그 20경기에 모두 출전했다. 특히 9라운드 본머스전부터 18라운드 첼시전까지 10경기 연속 풀타임을 소화했다. 대표팀 합류 후 부상을 입은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바이에른 뮌헨 소속으로 강행군을 달려온 김민재 또한 말 할 필요가 없다. 유럽 현지에서도 인정하는 혹사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았을 정도로 이번 시즌 전반기 동안 많은 경기를 쉼없이 소화했다.
상대적으로 수월한 조별리그보다 살얼음판이 시작되는 토너먼트에서 최대한 힘을 내기 위해서라도 로테이션은 필수적이다.
클린스만호 주축 5총사는 손흥민, 김민재, 황희찬, 이강인, 조규성으로 꼽힌다. 이들이 포함된 한국은 월드컵에서도 손색 없을 정도의 전력으로 올라섰다. 다만 이들과 백업 선수들과의 전력 차는 다소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2선에만 이강인, 정우영, 이재성, 문선민, 양현준 등을 소집했다.
센터백도 김영권, 정승현, 김주성, 김지수를 선발했고, 수비형 미드필더로 뛸 수 있는 박진섭까지 포함하면 넘쳐날 정도다. 이들을 어떻게 주축 선수들과 섞어서 준결승까지 쓰는가가 숙제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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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