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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명장' 김학범의 출사표 "'행복한 축구+원정팀 무덤'이 목표" [현장 일문일답]

기사입력 2024.01.10 15:34 / 기사수정 2024.01.10 15:43



(엑스포츠뉴스 제주, 권동환 기자) 제주 유나이티드 제17대 사령탑으로 부임한 김학범 감독이 2024년 제주를 홈에서 강한 팀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김 감독은 10일 제주 유나이티드 클럽하우스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 참석해 소감과 향후 각오를 전했다. 앞서 제주는 지난달 5일 한국 축구를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 2020년 태국 23세 이하(U-23) 아시안컵(올림픽 최종예선) 우승으로 이끈 베테랑 김학범 감독을 제17대 사령탑으로 선임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제주는 지난해 9월 남기일 전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하차한 뒤 정조국 수석코치에 감독대행을 맡겨 팀을 이끌어왔다. 하지만 정 코치 체제에서 별다른 반등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관록 있는 새 감독 물색에 나섰고, 시즌이 끝나자마자 김 감독 부임을 알렸다.



김 감독은 한국 축구의 명장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성남 일화(205~2008), 허난 젠예(중국·2010), 강원FC(2012~2013), 성남FC(2014~2016), 광주FC(2017) 등 강팀과 약팀 등에서 다른 지도자들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다양한 커리어를 지녔다.

K리그에서 몸담는 와중에 자기 발전을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은 사령탑으로 꼽힌다. 2006년 모교 명지대에서 운동생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며 국내 1호 축구 선수 출신 박사가 됐다. 휴식기엔 남미와 유럽, 심지어 중앙아메리카까지 찾아 세계 축구의 흐름을 읽고 선진 축구를 이식하고자 했다.

뛰어난 선수단 운용과 전략 구사로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에 빗댄 '학범슨(김학범+퍼거슨)'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3년 전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축구 8강을 이끈 뒤 휴식을 취한 김 감독은 지난해 파이널 그룹B(하위 스플릿)로 떨어진 위기의 제주를 구해낼 소방수로 다시 K리그에 들어섰다. 

김 감독은 회견에서 "나도 프로팀 감독을 많이 해봤는데 제주 원정이 정말 까다로웠고 어려웠다"며 "이 팀을 봤을 때 홈 승률이 너무 낮았다. 작년에 33라운드 기준으로 4승6무6패일 정도로 너무 낮았다. 그래서 최고의 급선무는 홈 승률을 높이는 거다. 그러면 팬들이 더 좋아하고 많이 찾아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제주를 원정팀 무덤으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다음은 김학범 감독의 일문일답.


-제주 감독으로 부임한 소감은.


▲참 좋은 곳, 아름다운 곳, 행복한 곳이라 생각한다. 제주 감독으로 오게 돼 행복감을 많이 느낀다. 이 행복한 곳에서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와 함께 좀 더 행복한 축구를 하려고 한다. 모두가 지켜봐 준다면 행복한 축구가 뭔지 알게 될 거다. 제주의 발전을 위해, 모든 구성원들의 행복을 위해 열심히 하겠다.

-지난 시즌 제주 홈 승률(5승7무7패)이 저조했다.

▲아마 많은 분들이 홈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을 거라고 보고, 그렇게 했을 거라 생각되지만 내가 처음에 이 팀을 봤을 때 홈 승률이 너무 낮았다. 작년에 33라운드 기준으로 4승6무6패일 정도로 너무 낮았다. 그래서 최고의 급선무는 홈 승률을 높이는 거다. 나도 프로팀 감독을 많이 해봤는데 제주 원정이 정말 까다로웠고 어려웠다. 그러나 지난 시즌 홈 승률이 너무 낮았기에 이를 높이면 팬들이 더 좋아하고 많이 찾아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홈 승률을 높이기 위해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새 선수를 영입할 때 어떤 점을 주안점을 뒀나.

▲지금 새로운 선수가 외국인 용병 2명(탈레스, 이탈로)인데, 우리가 수비력보다 득점력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그래서 미드필더와 왼발잡이 공격수를 뽑았고, 많은 효과를 볼 거라고 보인다. 제갈재민은 프로에서 실패를 거뒀지만 작년에 목포에서 많은 것을 이룬 선수다. 이런 배고픈 선수에겐 갈망하는 게 많이 있기에, 그 갈망의 자리가 여기가 되지 않을까 해서 데려왔다.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때 코치였던 김은중(수원FC) 감독과 이민성(대전하나시티즌) 감독을 상대하게 됐다.


▲내가 쉬고 있는 사이에 이민성은 벌써 선배가 돼버렸다. 내가 볼 때 정말 잘한다. 김은중 감독도 잘하고 있고, 승부의 세계는 누가 이길지 모르고 선후배가 없다. 맞상대하게 된다면 어떻게든 이기기 위해 노력하겠다.

-공부하는 감독으로 유명하시다. 제주의 장담점과 올해의 목표는.

▲사실 제주라는 팀이 잘할 때는 잘하다가 못할 때는 급격히 떨어지는 굴곡이 심한 팀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이들이 잘 준비했지만 나는 왜 안 될까라는 생각도 했다. 지금부터 이런 부분을 파악하고 있고 해결 방안을 찾고 있다.

목표를 잡는다면 딱 3가지로 구분해서 잡고 싶다. 먼저 6강을 들어야겠다. 6강에 들지 못하면 아무것도 안 된다. 하위 스필릿에 가면 떨어지냐 안 떨어지냐 경쟁을 해야 한다. 그러니 6강에 들어야만 두 번째 목표인 ACL(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딸 수 있다. 세 번째는 이 과정을 거쳐야 우승에 도전할 수 있기에 목표를 정한다면 이렇게 3가지 패턴으로 나눠 정하고 싶다.

-신임 감독이신데 구단에 원하는 선물은 없나.

▲감독의 욕심은 끝이 없다. 좋은 선수 받아서 좋은 축구를 하려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해줄 수는 없다. 구단에서도 굉장히 노력하고 있고, 방법을 찾고 있다. 구단이 계속 열심히 뛰고 있다. 그래서 이 팀이 잘됐으면 하기에 특정 선수를 콕 집기보다 현재 스쿼드 안에서 어떤 선수가 필요한지 많은 대회를 나누고 있어 하나씩 이뤄지다 보면 좋은 제주가 될 거라고 본다.



-6시즌 정도 떠나 있었다. 이 기간 동안 어떤 점이 바뀐 거 같나.


▲6년간 떠나 있었지만 선수들을 선발하기 위해 계속 현장에 있었다. 전체적인 리그 수준을 봤을 때 발전하는 팀들도 있었고 하향 평준화로 가는 팀들도 있었다. 지금 조금 우리 K리그가 바뀌고 있는 게 그전에 수비 축구한다고 내려서는 플레이를 많이 했는데, 지금은 라인을 올려서 압박하는 축구를 많이 하고 있다. 세계 축구의 트렌드대로 가고 있다. 그런 부분을 보면 굉장히 고무적으로 좋은 현상이라고 본다.

-어떤 축구를 구상하고 있나.

▲이 팀의 모든 게 파악이 끝나면 어떤 축구를 할지 결정이 날 텐데 지금 축구는 90분이 아닌 100분 축구다. 그만큼 강인한 체력을 요구하다. 다들 전방 압박을 외치지만 준비가 안 되면 굉장히 어렵다. 하여간 남들보다 한 발, 1~2미터를 더 뛰는, 상대를 괴롭히는 축구를 할 생각이다.



-1차 전지훈련을 해외가 아닌 제주에서 하기로 했다.


▲사실 1차 전지훈련을 해외에서 하기로 했는데 내가 취소를 했다. 선수들이 몸이 안 돼 있는 상태에서, 잘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해외로 나가는 건 무리가 있다고 본다. 여기서 차분하게 준비하는 게 더 좋을 거 같다고 봤다. 일단 일차적으로 근력이라던가 체력을 끌어 올리기 위해 그런 결정을 내렸다.

-K리그 최고령 감독이다. 경험 많은 감독으로서 보여주고 싶은 게 있다면.

▲나는 나이가 숫자라고 생각한다. 결코 중요하지 않다. 젊다고 해서 프레시하고 소통이 잘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다. 생각의 전환이 중요하다.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 그런 만큼 책임감을 많이 느끼고 있다. 내가 책임감 있게 잘하면 다른 사람에게 기회가 돌아갈 거라 생각한다. 더 집중하고 연구할 생각이다. 책임감 있게 해보려고 한다.

-K리그 감독들이 유럽팀을 많이 보고 배운다. 롤모델이 있다면.

▲한 팀을 콕 집어서 롤모델로 삼기 보다 장점만 뽑아서 우리 팀에 접목시키고 싶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 때 보면 유럽 축구는 공격할 때와 수비할 때 폭이 줄어들었다. 도전을 안해서는 우리가 뭐가 잘못됐는지 모르기에 좋은 점만 도입하겠다.



-선수들한테 강조한게 있다면.

▲선수들을 만나서 첫 번째로 말한 건 '도와달라'였다. 내가 끌고 가는 게 아니라 서로를 돕자. 이러다 보면 삼위일체가 되면 좋은 팀이 될 거라 생각해 도와달라는 말을 먼저 했다. 두 번째는 팀이 하나가 되지 않으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없기에 하나의 팀을 만들자고 부탁했다.

-지난 시즌 흥미롭게 봤던 팀이 있는지.

▲아마 다들 같은 생각일 거 같은데, 포항과 광주를 꼽고 싶다. 누구나 지켜볼 팀이었다. 두 팀 모두 가성대 대비 좋은 성적을 내면서 우리 프로팀들이 가야 할 방향을 보여줬다고 본다. 우리가 그들을 어떻게 잡을지 이게 내 숙제가 아닐까 싶다.

-선수 영입을 준비 중인데 어필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선수들이 나에 대해 너무 잘 알아서 어필이 사실 필요 없었다. 사실 그런 어필보다 다 같이 가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이제 강압식(지도)은 전혀 먹히지 않는 세대와 시대가 됐기에 이제 강압식으로 하기보다 왜 해야 하는지, 같이 해야 하는지이 이유를 알아야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다.

-팬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이제 제주는 많은 변화를 가져올 거다. 팬들이 실망했던 경기를 많이 보여줬다. 이제 실망시키지 않는 경기를 보여드릴 거다. 그렇기 위해서 많은 응원이 필요하다. 특히 홈에서 더 좋은 경기를 보여줄 수 있도록 모두가 혼신의 힘을 다할거다. 원정팀을 까다롭게, 힘들게 만들어 원정팀의 무덤으로 만들겠다. 이를 위해선 팬들의 힘이 굉장히 중요하다. 큰 힘이 될 수 있게 많은 성원 부탁드리다. 그러면 좋은 모습으로 보답하겠다.


사진=제주 유나이티드 제공, 엑스포츠뉴스DB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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