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위기가 아닌 기회일 수 있다. FA컵에서 맨체스터 시티를 만난 토트넘 홋스퍼는 최근 홈에서 열린 맞대결에서 무실점 5연승을 기록 중이다.
토트넘은 9일(한국시간) 발표된 FA컵 32강 대진표에 따라 홈에서 맨시티와 만나게 됐다. 오는 27일 홈 구장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으로 맨시티를 불러들여 16강 진출 여부를 다툰다.
맨시티가 쉽지 않은 상대인 건 분명한 사실이다. 맨시티는 지난 시즌 FA컵에서 우승한 디펜딩 챔피언이다. 뿐만 아니라 프리미어리그,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까지 들어올려 트레블을 달성했다.
치열한 경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리그에서도 순위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 맨시티가 한 경기 덜 치른 상황에서 토트넘에 1점 앞선 4위를 유지하고 있다. 맨시티는 핵심 플레이메이커 케빈 더브라위너와 괴물 공격수 엘링 홀란의 부상 속에서도 나름 순항하고 있으며, 토트넘 또한 새롭게 부임한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지도 아래 시즌 초반부터 시작된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맨시티전을 앞둔 상황에서 토트넘에게 가장 뼈아픈 건 손흥민의 부재다. 손흥민은 카타르에서 열리는 아시안컵에 참가하기 위해 이미 팀을 떠난 상태다. 결승전까지 올라갈 경우 최대 2월 중순까지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뛸 수 없다. 당연히 맨시티전도 출전 불가능하다.
물론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일찌감치 탈락한다면 출전 가능하다. 다만 일정상 손흥민이 토트넘에 복귀해 맨시티전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조별리그에서 탈락해야 한다.
바레인(86위), 요르단(87위), 말레이시아(130위)를 상대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하기란 쉽지 않다. 대표팀은 역대 아시안컵에서 조별리그 탈락한 적이 없다. 손흥민의 맨시티전 출전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손흥민은 그동안 맨시티에게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 펩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도 손흥민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을 정도로 지금까지 맞대결에서 수없이 맨시티를 울렸다.
토트넘 입단 후 18경기에서 8골 4도움을 기록했다. 토트넘은 9승2무7패로 맞대결 우위를 기록 중이다. 2016-17시즌 맞대결에서 1도움을 기록하며 2-0 승리를 이끈 손흥민은 후반기 맞대결에서 첫 득점에 성공하며 2-2 무승부를 이끌어냈다.
2018-19시즌에는 챔피언스리그에서 맨시티를 무너뜨렸다. 8강 1차전에서 결승골을 넣어 1-0 승리를 이끈 손흥민은 2차전 맨시티 원정에서 2골을 뽑아냈다. 3-4로 패하긴 했지만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토트넘은 맨시티를 넘고 4강에 진출했고, 4강에서 아약스의 돌풍을 잠재우고 결승까지 올라 준우승을 거머쥐었다.
2019-20, 2020-21시즌에도 1골을 넣어 2-0 승리를 돕더니 2021-22시즌에는 전반기 맞대결에서 1골, 후반기 맞대결에서 2도움으로 2연승을 기록했다. 이번 시즌에도 손흥민은 1골1도움으로 3-3 극적인 무승부를 연출했다.
이런 손흥민이 뛰지 못한다는 건 토트넘에게 큰 악재가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손흥민이 빠졌던 지난 번리전은 혹평으로 가득했다.
예상대로 손흥민의 공백은 크게 느껴진 경기였다. 토트넘은 손흥민을 대신해 히샤를리송, 브레넌 존슨, 지오반니 로 셀소, 그리고 데얀 쿨루세브스키로 공격진을 구성했으나 네 선수 모두 침묵했다. 이번 시즌 특급 도우미로 다시 자리 잡은 쿨루세브스키는 물론 최근 좋은 활약을 보여주던 히샤를리송마저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하며 토트넘의 기대를 저버렸다. 부진했던 공격진을 대신해 결승골을 터트린 선수는 다름아닌 오른쪽 측면 수비수인 포로였다.
손흥민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는 경기였다. 그도 그럴 게 손흥민은 이번 시즌 토트넘의 공격진 중 가장 빼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손흥민은 득점은 물론 제임스 매디슨이 부상으로 팀에서 이탈한 뒤 플레이 메이킹까지 전담하는 등 팀을 떠나기 직전까지 토트넘 공격 중 대부분을 책임졌다. 손흥민의 기대 득점(xG)은 7.12에 불과하지만 12골을 터트렸고, 그 와중에 36개의 기회를 창출하며 5개의 도움까지 올렸다.
손흥민이 빠지자 급격하게 떨어진 토트넘의 경기력을 본 애스턴 빌라 공격수 출신 가브리엘 아그본라허가 혹평을 내렸다. 아그본라허는 영국 '토크 스포츠'를 통해 "난 토트넘의 경기를 보다가 '내 저녁 시간을 낭비하고 있어, 난 넷플릭스에서 새 시리즈를 볼 수도 있었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60분이 되자, 난 경기를 껐다. 끔찍했다"라며 토트넘과 번리의 경기가 재미없었다고 했다.
특히 아그본라허는 이날 최전방 공격수로 출전한 히샤를리송의 경기력이 최악이었다고 꼬집었다. 그는 "히샤를리송은 공을 제대로 컨트롤할 수도 없다. 그는 공을 지킬 만큼 강하지도 않고, 연계 플레이도 뛰어나지 않다. 속도도 빠르지 않기 때문에 뒷공간을 노리기도 힘들다. 마무리 능력도 떨어진다"라며 히샤를리송의 경기력을 지적했다.
손흥민이 빠진 후 공백을 어떻게 메우느냐가 큰 과제가 될 전망이다.
다만 최근 홈 맞대결에서 맨시티를 상대로 '극강'이었던 점은 반가운 요소다.
맨시티가 토트넘 홈 구장에서 승리한 건 2018년 10월이 마지막이다. 전 구장이었던 화이트 하트 레인에서 거둔 승리로, 토트넘이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으로 옮긴 후에는 맨시티가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다.
2019년 챔피언스리그 4강에서 토트넘은 맨시티를 1-0으로 꺾었다. 이어 2019-20, 2020-21시즌 홈 맞대결을 모두 2-0으로 이겼다. 2021-22시즌과 지난 시즌에는 각각 1-0 승리를 거뒀다. 맨시티를 상대로 무실점 5연승을 거뒀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맨시티는 에이스 더브라위너의 복귀에 기대를 걸고 있다. 시즌 초반 햄스트링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해 2023년 잔여 일정을 모두 날렸던 더브라위너는 허더스필드 타운과의 FA컵 경기에서 후반전 교체로 출전하며 복귀전을 치렀다. 이 경기에서 더 브라위너는 한 개의 도움을 기록, 자신의 복귀를 알렸다.
더브라위너의 복귀에도 불구하고 토트넘 원정 무승 징크스가 이어진다면 토트넘은 16강에 오를 수 있다. 반면, 맨시티가 징크스를 깬다면 토트넘은 이번 시즌도 무관으로 마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리그컵에서 탈락한 토트넘은 FA컵과 리그만 남은 상황이지만 리그 우승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 선두 리버풀과 승점 차가 6점으로 벌어진 데다가 맨시티를 비롯해 아스널, 돌풍의 팀 애스턴 빌라까지 많은 경쟁팀들을 넘어야 한다.
맨시티전까지 시간이 조금 남은 만큼, 부상자들의 복귀 및 새로운 영입생들의 합류로 지금보다 전력이 상승할 수도 있다.
토트넘은 현재 공격수 티모 베르너, 수비수 라두 드라구신과 연결돼 있다. 이 중 베르너는 성사 직전까지 왔다.
영국 커트 오프사이드에서 활동하며 유럽축구 이적시장 전문가로 알려진 파브리치오 로마노는 9일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베르너는 토트넘 임대 이적을 마무리하기 위해 오늘밤 런던으로 향할 예정이다. 베르너의 임대 이적은 지난 토요일 합의됐으며, 여기에는 임금 전체 지불 옵션과 1,700만 유로(약 245억)의 구매 옵션 조항이 포함돼 있다. 베르너의 메디컬 테스트도 예약된 상태다"라고 전했다.
이어 자신의 시그니처 문구이자 선수의 이적이 다가왔을 때 사용하는 'Here We Go'를 외치며 베르너의 토트넘 이적이 임박했다는 소식을 알렸다.
로마노의 보도 이후 영국 현지에서 베르너가 런던에 도착해 토트넘으로 이동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토트넘 관련 소식을 전하는 '홋스퍼 리포트'는 로마노의 보도가 나오고 몇 시간 뒤 "베르너는 런던에 착륙했고, 토트넘으로 향하는 중이다"라며 베르너가 메디컬 테스트를 받기 위해 토트넘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했다.
베르너와 달리 드라구신은 아직 시간이 조금 걸리는 모양새다. 독일 명문 바이에른 뮌헨이 하이재킹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출신의 유럽 축구 이적시장 전문 기자 니콜로 스키라에 따르면 라두 드라구신 에이전트 플로린 마네아는 뮌헨과 개인 조건에 합의했다. 2028년까지 4년 반 동안 연봉 200만 유로(약 28억원)에 보너스까지 받는다.
또한 뮌헨은 제노아에 3000만 유로(약 433억원)를 지불해 다른 클럽들을 제치고 영입을 완료할 예정이다. 루마니아 디지스포르트에 따르면 기본 2400만 유로에 출전 수당 및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 여부에 따른 600만 유로의 보너스를 더해 총 3000만 유로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마노가 "토트넘은 드라구신 영입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 토트넘은 여전히 계약을 성사시킬 자신이 있다. 변화는 없다. 토트넘은 가능한 한 빨리 거래를 마무리하고 싶어한다. 24시간 내로 최종 협상 단계가 진행될 것"이라며 "뮌헨은 지금까지 드라구신에 대한 공식적인 입찰을 제노아에 보내지 않았다"라고 보도했지만 뮌헨의 관심이 사실인 것으로 드러난 만큼 치열한 영입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11라운드 첼시전에서 햄스트링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던 미키 판더펜에 번리전 벤치에 포함되며 복귀를 알렸기 때문에 수비진이 다소 안정화 될 것으로 기대된다.
▲2023-24시즌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32강 대진표
왓퍼드 vs 사우샘프턴
블랙번 로버스 vs 랙섬 AFC
AFC 본머스 vs 스완지 시티
웨스트브롬위치 vs 브렌트퍼드/울버햄프턴 원더러스
웨스트햄 유나이티드/브리스톨 시티 vs 노팅엄 포레스트/블랙풀
레스터 시티 vs 헐 시티/버밍엄 시티
셰필드 웬스데이 vs 코번트리 시티
첼시 vs 애스톤 빌라
입스위치 타운 vs 메이드스톤 유나이티드
리버풀 vs 노리치 시티/브리스톨 로버스
토트넘 vs 맨체스터 시티
리즈 유나이티드 vs 플리머스 아가일
크리스털 팰리스/에버턴 vs 루턴 타운/볼턴
뉴포트 카운티/이스틸리 vs 위건/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셰필드 유나이티드 vs 브라이턴
풀럼 vs 뉴캐슬 유나이티드
사진=연합뉴스, FA SNS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