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K리그가 모처럼 이적 문제로 시끌시끌하다.
수원 삼성 '원클럽맨'으로 충성을 다짐했던 권창훈이 다른 팀으로 떠났기 때문이다. 하필이면 수원 팬들이 가장 싫어하는(?) 팀 중 하나인 전북 현대로 갔다.
2022 카타르 월드컵 멤버인 권창훈이 전북에서 부활을 다짐하게 됐다. 전북 구단은 지난 시즌 이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권창훈을 영입했다고 7일 공식 발표했다.
권창훈은 한 때 유럽 무대에서 손흥민 다음으로 한국 축구를 빛냈던 특급 미드필더였다. 수원 삼성 유스 매탄고 출신으로, 2013년 수원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권창훈은 이후 K리그 미드필더 중 가장 빼어난 기량을 자랑하다가 2017년 초 프랑스 리그1 디종으로 이적했다. 이어 2019년엔 독일 분데스리가 프라이부르크로 둥지를 옮겼으며 군생활 등을 위해 2021년 수원으로 왔다가 입대했다.
권창훈은 디종에서 리그1 최고의 공격형 미드필더 중 한 명으로 날개를 활짝 폈다. 상승세를 유지하면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등 더 큰 리그로 갈 수 있을 것이란 예상까지 나왔다.
하지만 러시아 월드컵 직전인 2018년 3월 아킬레스건 파열이라는 큰 부상을 입으면서 그의 축구 인생이 많이 바뀌었다. 러시아 월드컵 엔트리 승선이 좌절된 것은 물론, 그해 9월에 열린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도 출전하지 못했다. 2021년 도쿄 올림픽에 와일드카드로 나섰으나 한국이 메달 획득에 실패하면서 국내 무대로 돌아와 상무를 갔다.
권창훈은 지난해 가을 제대하고 원소속팀 수원으로 돌아왔으나 부상으로 인해 한 경기도 뛰지 못하고 계약 만료를 맞았다. 이번 시즌 자유계약 선수 중 거취에 시선을 모으는 선수로 여겨졌으나 하필이면 전북으로 가게 됐다.
프라이부르크에서 돌아올 때 어떤 고민도 없이 수원 복귀를 택하는 등 매탄고 시절부터 수원에 충성을 바쳤고, 수원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과거를 생각하면 팬들 입장에선 화가 날 만하다.
그러나 수원도 마침 2부리그로 강등되는 치욕을 맛봤다. 게다가 새해 들어서도 단장 및 감독 등을 발표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등 K리그사 유례 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행선지를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FA 자격 취득한 권창훈이 국내 최고 구단 중 하나인 전북 입단을 선택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여전히 부상 중인 권창훈은 백의종군 심정으로 연봉도 상당히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 구단은 "권창훈의 빠른 그라운드 복귀를 위해 국내 최고 수준의 팀 주치의와 메디컬 팀이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권창훈 역시 "많은 고민 끝에 전북행을 결심했다. 제 축구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판단이었다"며 "이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 전북 구단에 깊이 감사하고 반드시 보답하겠다. 나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권창훈은 전북 입단 발표 직전 자신의 SNS를 통해 "제 소식을 궁금해 하시는 분들께 그동안 제가 어떤 상황이었는지 공유드리고자 한다. 저는 올해 군 복무 중 부상을 당했고 그 상태로 전역했다. 당시 수원이 몹시 어려운 상황이었고 빠르게 복귀하고자 하는 마음에 최선을 다해 치료와 재활을 했다. 하지만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결국 수술이라는 마지막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며 "수술 후에도 정말 단 1분이라도 뛸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최선을 다해 재활에 임했다. 축구 선수답게 그라운드에서 인사드린 후에 제 사정을 말씀드리고 싶었다. 하지만 시즌 내에 복귀하지 못했고 결국 시즌 아웃이라는 결과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권창훈은 "중간에 제 상황을 말씀드려야 하나 많은 고민을 했지만, 무엇보다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괜히 저까지 선수단 분위기를 어수선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며 "그런 저의 선택이 결과적으로 팬분들께 답답함만 드린 것 같아 정말 너무 죄송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알렸다.
권창훈이 자세하게 설명했지만 일부 수원 팬들은 이제와서 나타난 그의 해명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황이다. 다만 전북과 수원은 올시즌 FA컵이 아니면 붙을 수가 없다. 보통 이런 이적 스토리가 일어나면 두 구단이 격돌할 때 뜨거운 신경전과 벌거리가 일어나지만 수원이 2부 강등을 당한 터라 올해 격돌은 어렵다.
참고로, 유럽축구에서의 대표적인 라이벌 구단 이적 사례로는 2000년 스페인 FC바르셀로나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옮긴 루이스 피구, 2001년 잉글랜드 토트넘에서 아스널로 유니폼을 갈아 입은 솔 캠벨, 2016년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유벤투스로 옮긴 곤살로 이과인 등이 있다.
사진=전북 현대, 한국프로축구연맹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