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어썸킴'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트레이드 가능성이 또 제기됐다. 배지환의 소속팀인 피츠버그 파이리츠가 김하성과 연결됐다.
미국 매체 'FOX스포츠'는 6일(한국시간) '내셔널리그 15개 팀에게 맞는 이상적인 선수'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하며 구단별로 필요한 선수들에 대해 언급했다. 매체는 "일부 팀은 전력 보강을 마무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팀들은 여전히 해야 할 일이 많다. 모든 팀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FOX스포츠는 내셔널리그 중부지구에 속한 피츠버그에 대한 내용을 다루던 중 김하성과 피츠버그의 궁합이 잘 어울릴 것으로 내다봤다. 매체는 "로우디 텔레즈를 영입하면서 1루를 보강했지만, 피츠버그는 여전히 선발 자원과 2루수를 원한다"며 "2루수 FA 시장은 화려하지 않기 때문에 트레이드 옵션도 고려할 수 있다"고 전했다.
피츠버그는 지난해 76승86패(0.469)를 기록하면서 밀워키 브루어스, 시카고 컵스, 신시내티 레즈에 이어 지구 4위에 머물렀고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투수와 타자 모두 실망스러웠다. 특히 팀 타율(0.239) 24위, 홈런(159개) 28위 등 공격적인 면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중견수와 2루수를 오가며 활약했던 배지환을 비롯해 키브라이언 헤이스, 투쿠피타 마르카노, 리오버 페게로, 로돌포 카스트로, 알폰소 리바스 등이 피츠버그의 내야진을 책임졌다. 내야 자원이 없는 건 아니지만, 어딘가 모르게 아쉬움을 느끼는 피츠버그로선 시장의 움직임을 살피는 중이다. 이미 검증을 마친 김하성이 피츠버그 내야진에 잘 어울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매체는 "파드리스는 김하성의 트레이드를 추진하고 있고, 그는 공격과 수비의 측면에서 피츠버그에 아주 잘 어울릴 것"이라며 "지난 시즌 김하성은 샌디에이고에서 17홈런, wRC+(조정 득점 생산력) 112를 기록하며 커리어 하이를 달성했고 700만 달러를 벌었다. 또한 +10 DRS(Defensive Run Saved)와 +7 OAA(Outs Above Average)를 기록한 후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를 수상했다"고 김하성의 2023시즌 활약상을 소개했다.
물론 피츠버그는 외부 영입 없이 내부 자원 및 경쟁으로 2024시즌을 맞이하는 시나리오도 생각해볼 수 있다. FOX스포츠는 "피츠버그가 2루수를 영입하거나 트레이드하지 않는 한, 그들은 내부 경쟁을 벌이면서 스프링 트레이닝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며 "파워를 갖춘 페게로의 경우 22세의 나이에도 일관성이 없지만, 엄청난 잠재력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에서 활약하던 김하성은 샌디에이고와 4+1년 총액 3900만 달러(4년 보장 2800만 달러)에 계약을 맺으면서 메이저리그에 입성했다. 첫 2년은 쉽지 않았다. 김하성은 2021년(117경기 267타수 54안타 타율 0.202 8홈런 34타점 6도루 OPS 0.622)에 이어 2022년(150경기 517타수 130안타 타율 0.251 11홈런 51타점 12도루 OPS 0.708)까지 어려움을 겪으며 빅리그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하지만 지난해 빅리그 3년 차가 된 김하성은 152경기 538타수 140안타 타율 0.260 17홈런 60타점 OPS 0.749를 기록, 2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 및 도루로 '커리어 하이'를 달성했다. 또한 자신의 주포지션인 2루수(106경기 856⅔이닝)뿐만 아니라 3루수(32경기 253⅓이닝)와 유격수(20경기 153⅓이닝)도 깔끔하게 소화하며 수비에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제 김하성은 팀에 없어선 안 될 선수가 됐다.
김하성은 지난해 9월 미국 야구 전문 잡지 '베이스볼 아메리카(BA)'가 감독, 스카우트,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니코 호너(시카고 컵스), 아지 알비스(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등을 제치고 내셔널리그 최고의 2루수 수비 부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메이저리그의 '전문가 집단'이 김하성의 잠재력과 능력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 컸다.
그 흐름은 골드글러브까지 이어졌다. 2023시즌 내셔널리그 2루수, 유틸리티 부문 후보에 오른 김하성은 무키 베츠(LA 다저스), 토미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을 제치고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아시아 출신 내야수가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건 지난해 김하성이 처음이었다.
그런 김하성이 올겨울 트레이드설에 휩싸였다. 구단의 열악한 재정 상황이 미친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샌디에이고는 지난해 지역 중계방송사가 파산한 여파로 재정에 큰 타격을 받았고, 지난 9월 선수단 연봉 지급을 위해 5000만 달러(약 652억원)를 대출받은 사실이 뒤늦게 전해지면서 팀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몸집을 줄이고자 했던 샌디에이고는 지난달 7일 뉴욕 양키스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주전 외야수 후안 소토와 트렌트 그리샴을 떠나보냈고, 그 대가로 우완투수 마이클 킹, 자니 브리토, 유망주인 우완투수 드류 소프와 랜디 바스케스, 포수 카일 히가시오카를 받았다. 또한 투수 세스 루고, 마이클 와카(이상 캔자스시티 로열스) 등이 FA로 팀을 떠났고 '특급 마무리' 조시 헤이더도 시장에 나온 상태다. 이후 샌디에이고는 마쓰이 유키, 고우석 영입으로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불펜을 보강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정후의 소속팀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내셔널리그 동부지구에 속한 보스턴 레드삭스 등이 김하성을 트레이드로 영입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특히 이정후의 영입 이후 추가 전력 보강을 노리는 샌프란시스코의 이름이 눈길을 끌었다.
샌프란시스코 지역 언론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샌프란시스코가 유격수 영입을 위한 트레이드를 고려 중으로, 포수 유망주 조이 바트와 젊은 투수 1~2명, 팀의 외야수 중 한 명이 트레이드될 수 있다"며 이들의 대가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김하성과 같은 선수를 받아올 수 있고, 윌리 아다메스(밀워키 브루어스)도 또 다른 영입 후보"라고 전했다.
또한 샌디에이고 구단 소식을 다루는 매체인 '프라이어스 온 베이스'는 "김하성은 2022년 샌디에이고에서 크게 성장해 수준급 수비력을 발휘했다. 2024년에는 비교적 저렴한 연봉 700만 달러를 받는다. 올해 보여준 퍼포먼스를 고려하면 트레이드로 영입할 만한 가치는 충분하다"며 샌프란시스코, 보스턴과 더불어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토론토 블루제이스, 뉴욕 메츠 등을 잠재적인 영입 후보로 거론하기도 했다.
여기에 내야진 보강이 필요한 팀 중 하나인 마이애미 말린스도 영입 후보로 떠올랐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6일 "(마이애미에게)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투수 에드워드 카브레라를 샌디에이고에 넘기고 골드글러버 김하성을 영입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그게 현실적이지 않다면 뉴욕 양키스의 오스왈드 페라자 같은 선수를 영입하는 트레이드를 시도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피츠버그와 마찬가지로 마이애미 또한 공격과 수비에서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내야수가 필요하다. 루이스 아라에스, 제이크 버거, 존 버티와 같은 선수들이 포진돼 있지만 무게감이 떨어진다. 그만큼 1루수를 제외한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김하성의 가치가 높게 평가받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슬레틱'은 지난 2일 "김하성을 트레이드하면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지만, 신중하게 (트레이드를) 추진해야 한다. 올해로 계약이 만료되는 김하성을 잡기 위해서 1억 달러 이상의 돈을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빅리그 진출 당시와 비교하면 가치가 3배 이상 뛰어오른 셈이다.
확실한 것은 김하성이 지난해와 같은 모습을 보여주기만 해도 어느 팀에서든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샌디에이고에 남더라도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김하성과 샌디에이고는 2024시즌에도 함께할 수 있을까.
사진=엑스포츠뉴스 DB, AFP, AP/연합뉴스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