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최원영 기자) 그렇게 많은 공을 던지고도 몸이 더 좋아졌다고 한다. 삼성 라이온즈의 토종 선발 에이스 원태인의 새해 소원은 평범하지만 묵직하다.
2024년은 용띠의 해다. 2000년생인 원태인의 해이기도 하다. 새해를 맞이하며 원태인은 한 가지를 간절히 빌었다. "제발, 올 한 해도 절대 다치지 않게 해주세요. 저와 삼성을 위해 꼭이요. 건강한 1년을 보내게 해주세요"라고 소망했다.
원태인은 "한 명이 빠졌을 때 팀에 돌아오는 짐이 얼마나 큰지, 다른 선발투수들이 어떤 부담감을 안게 되는지 잘 알고 있다. 팀에 큰 위기가 되기 때문에 자리를 비우지 않으려 한다"며 "감사하게도 프로 입단 후 큰 부상이 없었다. 몸 관리를 잘하려 스스로 많이 신경 쓰고 있다. 올해도 안 다치고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돌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행히 희소식이 있다. 2023시즌을 마치고 메디컬테스트를 진행했다. 연례행사다. 누적 투구 이닝, 투구 수가 많아 내심 걱정했지만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원태인은 "2022시즌 후 검사했을 때보다 어깨 상태가 더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정말 기분 좋았다"며 "원래 조금 불편한 것이 있었는데 그게 없어졌다고 하더라. 구단 트레이닝 파트에서 1년 내내 특별히 관리해 주신 덕분에 잘 버틴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경북고를 거쳐 2019년 1차 지명으로 삼성에서 데뷔한 원태인은 지난 5년간 쉴 새 없이 던졌다. 통산 5시즌 동안 132경기서 726이닝을 책임지며 투구 수 1만1984개를 기록했다. 해당 기간 리그 전체 투수 중 이닝 4위이자 국내선수 1위에 이름을 올렸다. 투구 수는 리그 3위, 국내선수 1위였다. 더불어 41승40패 2홀드 평균자책점 3.92를 만들었다.
특히 지난해엔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대회에 세 차례나 출전하며 강행군을 펼쳤다. 정규시즌 개막을 앞둔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다녀왔다. 9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이어진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도 출격했다.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금의환향했다. 시즌 종료 후 11월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 출격했다. 원태인의 1년은 오로지 야구로만 빼곡했다.
지난 1년을 돌아본 원태인은 "가장 아쉬운 것은 팀이 가을야구를 하지 못한 것이다. 국제대회에 출전해 큰 무대, 만원관중 앞에서 투구해 보니 중압감은 무척 크지만 좋은 경험이 됐다. 이겼을 때의 뿌듯함, 성취감도 컸다"며 "가을야구도 축제 아닌가. 그 축제에 초대받지 못했다는 게 속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일 만족스러운 것은 역시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다"고 덧붙였다.
개인 성적도 스스로 기대치엔 미치지 못했다. 2021년 14승(7패 평균자책점 3.06), 2022년 10승(8패 평균자책점 3.92)을 만들었으나 지난해 7승(7패 평균자책점 3.24)으로 3년 연속 10승에 실패했다.
원태인은 "'10승'은 풀타임 선발투수로서 꾸준함의 상징이라 생각한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도 10승을 노렸다"며 "너무 승에 연연하다 보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시즌 중반부터 승운이 안 따라 '올해는 그런 해인가 보다'라고 여기고 목표를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로 바꿨다"고 전했다.
이어 "목표를 바꾸니 야구가 다시 재밌어졌다. 멘털도 잘 잡혔다"며 "시즌 중반부터 (개인 최고치인) 2021년의 16개를 넘어보자고 다짐했는데 결국 해냈다. 나름대로 뿌듯한 시즌이었다. 그리 나쁘지 않은 성적으로 마무리한 비결인 듯하다"고 회상했다. 지난해 그는 퀄리티스타트 17개를 선보였다.
APBC까지 다녀오며 2023시즌 일정을 모두 끝마쳤다. 이후 말 그대로 푹 쉬었다. 12월 중순경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원태인은 "트레이닝 코치님들께서 회복이 더 중요하니 무리하지 말라고 하셨다. 회복 운동에 초점을 맞추라고 하셔서 유연성 훈련 등을 진행했다. 물론 웨이트 트레이닝도 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2024년은 그냥 용의 해가 아니다. '푸른' 용의 해다. 원태인은 "'푸른'용의 해인 것까지는 몰랐다. 알고 나니 목표를 더 높게 잡아야 할 것 같다"고 웃으며 "부상만 없으면 성적은 따라온다고 믿는다. 새해 소원처럼 정말 건강한 1년을 보내고 싶다. 나와 우리 팀 모두 좋은 성적을 내는 푸른 용의 해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에필로그>
#2000년생 친구
"용의 해라 (노)시환(한화 이글스)이와 이야기를 나눴다. '올해는 우리가 한 번 잘해봐야 하지 않겠냐'라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시환이는 지난해 홈런왕, 타점왕을 하고 (3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도 받았다. 애가 너무 많이 컸다. 이젠 내가 뭐라 말하기가 어렵다. 그래도 올해 서로 잘 경쟁해 연말에 시상식에서 만났으면 한다. 근데, 시환이 진짜 많이 컸다."
#새해 인사는 당신께
"아버지에게 늘 감사하다. 매년 내가 등판하는 날마다 산에 올라가 기도하신다. 아버지 덕분에 다치지 않고 야구하고, 금메달도 따고, 매년 성장한 것 같다. 올해도 아프지 마시고 건강하셨으면 좋겠다. 항상 응원해 주시고 기도해 주셔서 감사하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